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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인가 엄마랑 할머니랑 고모랑 같이 봤다. 모녀 모녀. 대략의 스토리를 알고 있었고 그게 전부라는 걸 알았기에 별로 기대는 안했다. 엄마가 병걸려서 죽는 스토리에서 뭔가를 더 기대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더 나아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지도 의문이고. 규격이 정해진 스토리는 그 안에서 재량을 발휘하는 편이 훨씬 재미있는 편이다.
포스터만 봤을 때는 애자(최강희)와 엄마(김영애)사이가 되게 돈독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건 아니더라. 오히려 엄마는 애자의 오빠인 민석(김재만)에게 더 사랑을 쏟아주고 있어서 놀랐다. 뭐 그거에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서도. 트라우마를 이용한 건 꽤 괜찮은 것 같다. 쨌든 그래서 억세고 독특한 애자와 애자 엄마. 그런 여자 둘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조합이 좋았다. 하긴 내가 생각했던 부들부들한 모녀관계였으면 이 이야기가 더 발전하기 힘들었겠지 싶다.
초반에 애자 캐릭터 할애에는 크게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 않는데도 애자의 성격이나 엄마와의 관계가 다 보여서 좋았다. 20대의 애자는 그 성격 그대로 큰 철딱서니 없는 여자다. 적당히 남자친구인지 섹스프렌드인지 모를 철민(배수빈)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공모전보다는 적당히 출판사에 글을 보내 먹고 사는 작가. 그런데도 개성이 톡톡 살아있어서 좋았다. 경향신문 공모전에 관해 어떻게 된 건지 편집장(장영남)과의 부분은 설명이 빈약하게 넘어가서 아쉬웠지만... 뭐 이해하는데 부족함은 없었다.
애자 중심의 이야기 전개인데도 엄마의 성격과 트라우마, 그걸로 인해 민석이 왜 그렇게 나약하게 자라났는지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서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중간 이후로 신파로 빠지는 이야기인데도 계속해서 애자와 애자 주변인과의 관계에 대한 조명, 애자의 인생 이야기도 빠지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도 확실히 신파 이전의 활달한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는 건 사실. 이 모녀의 이야기를 길고 긴 인생사로 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최강희와 김영애의 부산 사투리는 잘 모르겠다... 내가 부산 사람이 아닌데도 조금 어색하게 들리더라. 실제 부산 사람이 들으면 더 그렇겠지. 그래도 연기는 좋았다. 최강희는 날라리 연기에 특화되어 있다. 김영애는 고운 아주머니 연기로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데 이런 역할도 좋더라.
애자는 엄청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소재부터가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도 음. 그 안에서 다채롭게 이야기를 끌어낸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나는 신파를 별로 안좋아한다. 워낙에 눈물이 많아서 일부러 보는 건 피하는 편인데... 이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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