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감독 스티븐 소머즈 (2009 / 미국)
출연 채닝 테이텀,시에나 밀러,레이 파크
상세보기

  내친김에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시리즈 다 보자 해서 본건데... 기대를 진짜 안하고 봐서 그런가 생각보단 괜찮았다. 물론 스토리 이런 거 후졌는데 그건 내가 스토리 안바래서 그런 거 같고 액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과도하게 과장된 액션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CG로 범벅된 영상까지도 그냥 그렇다고 수긍하게 되었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SF랑 초능력물이랑 액션이랑 뭐랑 이것저것 뒤섞인 스토리 없는 스토리로구나 하게 된달까. 그래도 스토리에서 좀 거슬렸던 건 렉스(더 닥터/조셉 고든-래빗) 죽고 난 후에 듀크(채닝 테이텀)가 여자친구인 애나(베로니스/시에나 밀러) 볼 면목이 없다면 장례식도 안 가고 연락을 끊은 건 좀 억지 설정이지 않나... 그런 상황에선 아무리 죄를 지었다 한들 앞에가서 빌고 곁에 있어주고 이게 당연한 거죠 이 사람아. 그리고 그 렉스가 한 순간에 변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미약하고...

  여튼간에 듀크와 그의 절친 립코드(마론 웨이언즈)가 임무를 맡아 무기를 호위하다가 자신들의 부대를 잃고, 그 와중에 듀크는 적 중의 하나가 자신의 이전 여자친구라는 걸 알게 되고, 지.아이.조 라는 뭔가 초월한 군사 단체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 시작.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가 가득가득한데 그게 오히려 스토리 없는 거 가려줘서 낫더라. 막판에 닥터랑 데스트로(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잡힌 건 좀 허무하긴 했다. 그래도 아예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자탄(아놀드 보슬루)이나 미국 대통령(조나단 프라이스)에 관한 이야기들은 도입만 보여주고 서술을 멈추어 버려서, 그래 다음 편엔 이걸로 스토리를 시작하겠지 하는 논리도 약간은 부여되고, 뭐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긴 했음. 이 시리즈에 내가 고퀄리티를 바라지 않아서 그런가...

  마스 사 쪽 인물들, 즉 코브라 군단(이건 마지막에나 나오긴 하지만)의 캐릭터들이 더 재미있었다. 마스 사 사장인 디스트로는 애초부터 허수아비 같은 거 보였지만 닥터나, 베로니스도 그렇고 특히 스톰 쉐도우(이병헌) 같은 캐릭터가 특징이 확확 있고 재밌지 않나. 지.아이.조 측의 스톰 쉐도우격인 스네이크 아이즈(레이 파크)만 비교해봐도 그래 말 없는 캐릭터 신비할 수 있겠지... 하지만 여기선 아니야. 그냥 무매력. 지.아이.조의 대장인 호크 장군(데니스 퀘이드)는 능력치라는 게 거의 안보이고, 리더 급인줄 알았던 헤비 듀티(아데웰 아킨누오예-아바제)도 별 역할 없었고, 스칼렛(레이첼 니콜스)은 여성 캐릭터라는 거 빼면 기억에도 안났을 듯. 프랑스 억양을 쓰던 브레이커(세이드 타그마오우이)만 쪼금 인상에 남았나. 오히려 지.아이.조에 나중에 합류한 캐릭터인 립코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 듀크? 듀크... 걔가 주인공이었나...

  그래도 보면서 졸진 않았으니 나로서는 성공. 기대 버리고 이거 판타지다, 하고 보면 그렇게 최악일 정도로 나쁘지도 않았다.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0 / 미국,영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타나베 켄,조셉 고든-레빗,마리안 꼬띠아르,엘렌 페이지
상세보기

  영화 끝나고 할 말을 잃음... 너무 재미있네ㅋㅋㅋ 상영시간이 꽤 긴데도 불구하고 지루한 적 없이 봤다. 여러모로 머리써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뭐... 그런 부분이 있기는 해도 굳이 따지려 들지만 않으면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는 거 같다. 기본 베이스인 꿈 안에서 정보를 훔치거(디스트랙트)나 심을 수(인셉션) 있다는 배경을 알고, 토템(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위한 자신만이 만질 수 있는 단순한 물체), 킥(꿈에서 깨어나기 위한 일종의 충격)과 림보(무의식 깊은 단계의 꿈)의 개념만 알면 괜찮다. 좀 더 분석하고 싶다면야 분석하면 되는데... 그런거 좋아하는 사람은 하시구 저는 별로 단계별 분석 이런거까진 하고 싶지 않으니 패스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이 글을 보면 괜찮을 것 같음.

  내가 마음에 들었던건 이리저리 꼬아댄 공식들 보다도 인간관계라던가, 사랑, 죄책감, 회한... 뭐 이런 인간 내면의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는 거다. 꿈이라는 무의식을 통해 구성되는 생각과 감정의 모습들이 좋았고, 또 그걸 기묘하게 비틀어대며 인물들의 과거를 들춰내고 거기에서 보여지는 감정들을 보여준다는 게 기가 막혔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맬(마리아 꼬띠아르)의 관계가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건 물론이고, 건축가인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배우는 것들과 느끼는 감정들이 좋았다. 또 좋았던 건 로버트 피셔(킬리언 머피)의 아버지(피트 포스틀스웨이트)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와 그 해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 개인적으로 피셔가 금고에서 바람개비를 발견하는 장면이 참 짠했다.

  캐릭터들에게 쓸데없는 설명을 많이 자제한 것 같다. 오히려 조연인 로버트 피셔의 성격 묘사가 몹시 잘 드러나는데, 그에 반해 주요 인물들인 아서(조셉 고든-래빗), 위장사 임스(톰 하디), 약제사 유서프(딜립 라오), 그리고 이 인셉션을 실행하게 만든 인물인 기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 모두가 어떻게 보면 참 단편적인 인물이다. 바탕이 되는 성격의 일면들만 착착 깔아두고(아서는 냉철하면서도 재치가 있고, 임스는 장난스러운 캐릭터. 유서프는 겁은 있지만 돈 앞에서 의외로 모험을 감수하는 편이고, 사이토는 사업가 치고 스스로 나서는 것을 좋아한다.) 내면 깊은 것들은 보여주지 않는데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 이야기 안에서 딱 신경쓰이지 않고 성격 판독이 가능하고, 그 때문에 중심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머지 애들은 스핀오프로 내주십시오... 아서 이야기좀 제발...

  사람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를 빼내는 것도 무섭지만 어떤 잠재의식을 심어준다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로 인해서 맬이 죽은 것이었고, 그 일로 인해 코브 또한 무의식의 압박을 받게 되었으니까. 아들 딸도 못만나고... 코브 장인(마이클 케인)은 보면 코브가 무죄인 걸 확신하고 있는 거 같던데 이런 쪽 증언은 씨알도 안먹히나ㅜㅜ 아무튼 사람 의식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이런 기억의 조작 뿐 아니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어떤 식으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도... 코브가 가진 죄책감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 지 그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로버트 피셔는 인셉션의 피해자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자기 트라우마를 해소하게 되었다는 점에선 수혜자인 걸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에게 한없이 눌려있고 아버지에 대한 배척이 가득하던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해소하게 되었을 때 느낄 카타르시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 같다. 근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그렇게 크면서 의외로 대부인 브로닝(톰 베린저)은 꽤 따르는 거 같은 느낌이더라...

  배경이나 액션이 생각보다 좋았다. 꿈이 붕괴되는 장면들도 인상깊었고, 그런 꿈 안에서 개고생을 하는 모습들도 재미있었다. 무의식이 적들에게 반응하고 그들을 제거하려 한다는 설정이 신기하고 좋았음. 꿈안의 개고생은 역시 2단계 꿈에서 아서가 무중력 상태에서 킥을 쓰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들이 가장 재미있었다. 이 상태에서 엘렌페이지가 머리를 묶고 있었던 건 무중력 상태에서의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어려워서였다고ㅋㅋㅋ 아 그리고 처음에 코브와 아리아드네가 꿈속에서 만나고 그 꿈이 붕괴될 때의 모습은 CG가 아니라 실제...이고 고속카메라 촬영이더라. 무서운 크리스토퍼 놀란...

  처음 나왔던 배신자 건축가 내쉬(루카스 하스)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했더니 크마ㅋㅋㅋㅋ 1시즌 1화에서 나왔던 말더듬이 연쇄살인마! 그래 얼굴이 너무 멀쩡한데 말더듬이 연기 너무 잘해서 기억하고 있었어...

  결말은 딱 좋은 것 같다. 아 물론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미칠 지경이 된 건 맞는데 생각할 여지랑 여운을 많이 남겨주니까ㅋㅋㅋ 개인적으로 난 쓰러졌다 쪽에 한 표를 건다.

  재미있었다. 또 보러 갈 거 같음ㅋㅋㅋ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탑 건 (Top Gun, 1986)  (0) 2010.08.02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4) 2010.07.30
이끼 (2010)  (4) 2010.07.23
싱글 맨 (A Single Man, 2009)  (2) 2010.07.16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2005)  (4) 2010.06.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감독 길 정거 (1999 / 미국)
출연 히스 레저, 줄리아 스타일스, 조셉 고든 레빗, 라리사 올리닉
상세보기

  배트맨 보고 왔다가, 히스가 너무 떠올라서. 그래서 찾아봤다. 얼마전에 봤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 떠올랐다. 원작이 있고 그걸 10대 주인공의 현대물로 각색한 것까지 똑같다. 다만 이건 아주 재밌게 봤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보다 무겁거나 진지해서가 아니라(오히려 내용 다루는 방식은 그쪽이 훨씬 무겁지), 현대극에 맞게 잘 각색하고 분위기도 끝까지 즐거운 편이었음. 영화 자체가 풋풋한 기운이 넘쳐나서 즐겁다. 물론 이 영화도 좀 엉성하다 싶은 구석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긴장감을 잃지 않은 채 극을 진행시켜 나가더라.

  인물들의 관계도가 이리저리 얽힌 게 맘에 들었다. 인기없고 고지식한 캣(줄리아 스타일즈), 인기 만점이지만 캣이 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데이트고 뭐고 없는 캣의 동생 비앙카(라리사 오레이닉), 각 학교에 하나씩 있는 잘난척 하지만 사실은 실속없는 조이(앤드류 키건), 정보통이면서 학교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마이클 (데이빗 크럼홀츠), 전학생이며 비앙카에게 한눈에 반한 카메론(조셉 고든-래빗), 그리고 학교에 하나씩 있을 법한 아웃사이더 괴짜 패트릭(히스 레저).

  각 캐릭터들이 이렇게 저렇게 얽힌 게 재미있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행동들의 이유를 더해주기도 하고. 캣과 패트릭이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모양새도 맘에 들고, 얌체같았던 비앙카가 카메론에게 반하는 과정도 마음에 든다. 다만 카메론 캐릭터가 너무 멍청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비앙카가 아깝기도 했다. 아니지. 비앙카도 멍청이이긴 하다. 조이같은 머저리에게 빠질 정도면.

  캣이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좋다. 딱딱하지만 사실은 속에 그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좋았다. 패트릭은 좀 알 수 없다 싶다가도 여러가지 구애 방법이라던가 하는 게 너무나 귀엽다. 매력있어. 이 영화에서 Can't Take My Eyes Off Of You를 부르는 장면이 괜히 말 많은 게 아니다.

  발랄하고 좋았던 청춘 영화. 히스가 더욱 그립다.

  난 당신이 하는 말도 머리 모양도 싫어요. 차를 모는 방법도 쳐다보는 눈길도 싫어요. 무식하게 큰 장화도 싫고 내 속을 들여다 보는 것도 싫어요. 날 화나게 하는 당신이 싫어요. 사실을 말해도 싫고 거짓말을 해도 싫어요. 날 웃겨도 싫지만, 울릴 땐 더 싫어요. 곁에 없는 것도 전화를 안하는 것도 싫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건 당신이 싫지 않은 거예요. 하나도, 정말 하나도 좋은 게 없어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中, 캣의 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