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감독 조 라이트 (2005 / 영국)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퍼딘, 브렌다 블레신, 도날드 서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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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몽사몽 소설을 읽고 내친김에 영화까지 봤다. 오만과 편견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무슨 의미 붙이고 이딴거 다 제껴두고, 그냥 소설로서 재미있고 읽으면서 즐거웠다. 오래된 연애소설. 아무리 리지가 똑똑하게 구는 모습이 나와서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이니 뭐니 나불거려도, 다아시의 완벽한 모습에 신데렐라를 바라는 여자들의 소망이 들어가 있지 않을리가 없잖아.

  아무튼 영화 오만과 편견은 각색이 산뜻하게 잘 된 작품. 소설의 오밀조밀한 에피소드를 제한된 시간 안에 담아내느라 아무래도 많이 깎여나가긴 했지만, 소설을 보고 봤는데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보이는 편집이었다. 시간배열이나 인물을 대거 편집한 건 마음에 든다. 가드너 부부(피터 와이트, 페네로피 윌튼)같은 경우는 필요한 만큼 이외의 비중이 확 줄었으니까. 처음엔 너무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와 다아시(매튜 맥퍼딘) 둘 사이의 감정에 치우쳐 있지 않나 했는데 뭐 생각해 보니 소설도 그랬어...

  엘리자베스나 다아시 모두 원작의 캐릭터가 활발하게 잘 살아났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는 정말 현대 여성같은 그런 모습이 있었다. 장난꾸러기 같은... 영화라서 소설 안에서만큼 진지하고 똑순이인척 하는 모습이 덜 들어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다아시의 경우엔 음 다 좋았지만 매튜 맥퍼딘이 워낙에 슬프게 생긴 얼굴(...)이라 원작에서처럼 오만방자하다는 느낌은 덜 살았다. (이런 부분에서 BBC 드라마 판의 콜린 퍼스 캐스팅은 너무도 완벽했지.) 도리어 사랑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모습으로 보여졌다. 사람을 나긋나긋하게 대할 줄 모르지만 자기 사랑앞에서 당당하고, 거절당하면 당황하고 그러는 모습들이 생동감 있는 것은 좋았다. 두 번에 걸친 사랑고백 씬은 정말 모든 여자들의 꿈을 다 담아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빙리 씨(사이몬 우즈)나 제인(로잘먼드 파이크)의 연애는 그냥 풋풋하고 순백의 이미지. 워낙에 두 캐릭터가 순진해빠진 인물들이라... 그런데 빙리 씨 소설 보면서 느꼈던 이미지보다 더 백치같고 그랬다. 배우는 좋았지만 이미지가 그랬다고...

  소설에서 짜증나던 캐릭터들은 영화안에서도 짜증나더라. 베넷 부인(브렌다 블레신)이나 막내 리디아(지나 말론)는 영화에서도 짜증 만발. 베넷 씨(도날드 서덜랜드)는 소설보다 좀더 느긋하고 생각없다는 느낌... 메리(타룰라 라일리)나 키티(캐리 멀리건)는 소설보다는 의외로 비중을 주지 않았나. 위컴(루퍼트 프렌드)은 소설 안에서는 그래도 초반에는 아 괜찮네, 다정하네.. 이러다가 변모하는 캐릭터였는데 여기선 처음부터 그냥 짜증나고 허세있고 그런 모습이었다. 내용을 알아서였을까? 음 그건 아닌 것 같다.

  콜린스 씨(톰 홀랜더)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보기 싫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왔다. 샬롯(클로디 블레이클리)은 소설보다 간결하지만 생각보다 인상이 깊었음. don't dare judge me 이러면서 총총 뒤돌아가는 모습이 참 쓸쓸하면서도 그런 느낌. 캐서린 드 보아 공작부인(주디 덴치)은 짜증스러우면서도 오만한 모습이 잘 살아났다. 빙리 양(켈리 라일리)은 조금 심심했던 것 같다. 생각만치 눈에 띄는 얼굴도 아니었고.

  재미있었음! 소설 보고 바로 직후에 봐서 더 재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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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감독 고어 버빈스키 (2007 / 미국)
출연 조니 뎁,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빌 나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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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동생이랑 가서 봤음. 왠지 뻘쭘한 남매 ㅋㅋㅋㅋ 동생과 영화를 보다니,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로다. 게다가 내가 영화 보여주고, 내가 밥사주다니...ㄱ- 왜그랬지, 왜그랬지.. 본디 나의 계획은 헌혈한 무료 영화권으로 룰루랄라 보고오는거였는데! 일이 꼬여서 제돈내고 보았음.. 컥.

  뭐 아무튼 뉘늦은 리뷰. 개봉하자마자 보러갈라그랬는데, 우째 늦었다. 아무튼 보았음. 전에 비해 영화가 엄청 뒤죽박죽이다! 영화 상연시간도 되게 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쑤셔박았다. 어익후. 일주일 전 쯤에 망자의 함을 복습해놔서 그렇지, 복습 안했으면 토하면서 봤을 거 같다. 많은 이야기를 처박은건 그렇다 쳐도, 이야기 전개가 들쑥 날쑥하니 뒤죽박죽. 잠시만 눈을 떼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_-; 인물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주인공들도 갈피를 잃고 뒤죽박죽. 무슨 엘리자베스가 최고의 히어로같아. 게다가 영화가 너무 커지고 방대한 스토리를 늘어놓다 보니까, 당최 1편에서의 소박한 맛은 사라졌구나... 싶었다. 

  서로 배신하고 배신하고 배신하지를 않나, 로맨스 라인은 2편에서 좀 정리좀 많이 해놓지, 가뜩이나 배신이 난무하는 거리에 로맨스도 던져지고..ㄱ- 혼잡해! 게다가 로맨스 커플만 두 커플―데비 존스(빌 나이)랑 티아 달마(나오미 해리스), 윌 터너(올란도 블룸)와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인데, 왜이리 엘리자베스 스완을 둘러싼 로맨스가 쳐많은지... 제임스 노링턴 제독(잭 데이븐포트)은 그렇다 치고, 샤오 펭(주윤발)은 뜬금없이 뭐하자는건데;; 엘리자베스의 키스는 죽음의 키스. 2편에서 잭 스패로우(조니 뎁)이 죽었고, 3편에선 키스한 순서대로 노링턴, 샤오 펭, 윌 터너가 목숨을 잃고 바이바이...*^^* 뭐 윌 터너야 살아났다만은(?). 노링턴 너무불쌍해;ㅁ; 암튼 이건 뭐 저주걸린 입술도 아니고. 로맨스 라인 너무 많고 혼란스럽다. 게다가 이 로맨스를 벌이는 작자들이 죄다 정신을 어따 팔아먹은 놈들같아서... 싸우면서 결혼하는 윌 터너랑 엘리자베스 스완 뭔데 ㅋㅋㅋ 

  해적 연합 모이는 장면에서 모인 9명의 해적 애들이 다 개성있었는데, 생각보다 비중은 없더군... 인상 깊은건 하얗게 분칠했던 동양인 할머니랑 목소리 이상한 사람 ㅋㅋㅋ 이름 까먹었다. 그 장면에서 나오던 티그 선장(키스 리차드)... 잭 스패로우의 아버지였는데, 이 사람 별로 왜 나온건지(...) 그다지 비중 없었음. 그냥 해적 법 지키는 거 설득하는 사람인거니... 스패로우 집안의 헤어스타일은 다 똑같다는 것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데비 존스의 저승에서 잭 스패로우 좋았음. 완전 이건 뭐 다중이ㅋㅋㅋ 나중에 거기 빠져나오는 아이디어도 재미있었고. 배 뒤집는 와중에 빠지는 애들은 불쌍. 조니 뎁은 이제 그냥 아주 잭 스패로우로 보이는구나. 나중에 끝 부분 전투, 배경이 소용돌이 쳐서 볼만 했음. 근데 티아 달마 너 뭐한거니(...) 칼립소로 변하는거 좀 기대했는데, 이건 뭐 그냥 커지더니 게딱지 되서 사라져-_-;; 소용돌이가 너냐, 엉? 데비 존스는 연인의 품으로 떨어져 죽은 셈이 되었구나. 

  그러고 보니 커틀러 버켓 경(톰 홀랜더) 생각보다 재미없게 죽었음. 에잉. 하긴 허무하게 죽은 걸론 샤오 펭을 따라갈 자 있느냐. 윤발오빠, 이건 뭐 엑스트라도 아니고;ㅂ; 포스는 강했는데, 너무 짧게 나오고 너무 금방 죽어버려서 어이가 없었음... 엘리자베스를 칼립소로 착각하고 죽어가는것도 정말 안구에 습기차는 일이었음;ㅂ; 뻘쭘하게 그게 뭐니. 샤오 펭네 해적중에 아는 얼굴 있어서 즐거웠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빌 킴으로 나왔던 동양인이 있었음ㅋㅋㅋㅋ 보자마자 아니 빌 킴이 왜 저기에! 라고 외치고 싶었다.

  조니 뎁 연기는 여전히 좋았다. 호우호우 노래가 절로 나오게 한달까. 일단 다중이 연기에서 만점 먹고 들어가고. 건들건들한 선장 느낌도 좋았고. 올란도 블룸은 전편보다 좀 힘이 들어갔나; 키이라는 음-_- 뭐 그냥 그랬음. 좀더 남자 같은 느낌이었어도 좋았을 거 같은데. 제프리 러쉬 너무 좋음ㅋㅋ 완전 귀여웠다. 내게 가장 정상적으로 보였어..  

  막판 결말은 생각보다 맘에 들었음. 뒤죽박죽 엉켜있긴 했어도,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소박하고 재미있게 끝나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봐도 4편을 만들 여지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아놔, 스파이더맨3도 모자라서...― 그래도 그것과 상관없이 재미있었음. 거의 해피엔딩.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게 되었달까... 윌 터너도 쪼-끔 불쌍한가. 그래도 잭 스패로우는 자기 배와 청춘의 샘으로 가는 항해도를 가지게 되었고, 바르보사는 항해도 뻇긴 대신에 블랙펄 호를 가지게 되었고, 윌 터너는 죽은것이 플라잉 더치맨 호의 새 선장이 되어 아버지랑 살고. 엘리자베스는 10년에 한 번밖에 못 보는 윌 터너 기다리면서 애 낳고 살고... 늙지도 않아 그것은. 그럭저럭 일 벌려놓은 거에 비해 다들 행복하지 않나.

  아쉬운 점도 많지만, 그래도 캐리비안의 해적이니까, 조니 뎁이니까 먹고 들어간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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