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법정 드라마. 노래방 갔다가 거기 화면에서 하고 있는걸 봤는데, 그때 장면이 앨런과 데니가 발코니에 앉아 서로에게 농을 주고받는 장면이었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봤다. 엄청 몰입해서 본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시리즈. 수사물처럼 한 편 한 편이 달라서 몰아보기 힘들었다.

  말할 필요도 없는 투탑 드라마. 앨런 쇼어와 데니 크레인이 주연이고, 나머지는 모두 다 조연같다. 굳이 한 명 더 끼우자면 셜리 정도? 그 외의 인물들은 정들만 하면 바뀌어서대서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앨런과 데니가 사귀는 여자들은 모조리 갈아치워지며, 그 외의 변호사들도 얄짤없다. 좀 비중이 있다 생각했던 브래드 같은 경우에도 중간에 하차에서 화가 났었다. 나는 브래드와 드니즈의 결혼생활을 보고 싶었단 말이다... 인물들이 바뀌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피해야 할 드라마. 나도 좋아하진 않는데 시작하면 끝까지 봐야한다는 오기가 조금은 있어서 봤다. 재미도 적당히 있었고.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 나온 법정 드라마라지만 진짜 말도 안되는 소송들도 많은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이해가 갈 법한 것들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방영 당시의 시대조류(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에 이슈가 되는 소재를 차용해서 그 흥미가 배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소재 차용된 것 중 가장 흔하면서도 또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들은 미군과 관련된 것들. 특히 방영시기가 이라크전 시기와 겹쳤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군관련 이슈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현실과 연관된 소재 설정은 이 얼토당토 않은 극을 통해서 '이건 픽션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라는 식의 방패를 내세우면서도 '현실이 이렇게 거지같아'라고 까발리는 느낌이었다. 얼핏 보면 가볍기 짝이 없는 극이지만 그 내면에 깔고 있는 사상은 다소 진보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어서 좋았다.

  주인공 둘의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절친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또 하나 포인트인듯. 매사 비슷하기만 한 친구들이라면 도리어 재미가 없었을텐데, 이 둘은 성격은 비슷하면서도 그 성향은 완전히 달랐다. 앨런 쇼어는 완벽한 진보주의자. 데니의 경우엔 완벽한 보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여성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 앨런의 경우야 그렇다쳐도 데니의 경우에는 정말 짜증이 날 정도다. 이게 드라마인데도 이렇게 짜증이 나다니. 실제로 앞에 있다면 용서안될 타입인듯. 사실 초반엔 데니 캐릭터에 정이 안들어서 혼났다. 뭐 막판가서는 그나마 좀 사그라들었다만...

  언제나 좋아했던 건 앨런. 사실 앨런조차도 몇 번 정도는 마음에 안드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사상면에서 마음에 들었고, 은근히 잔정많은 행동들이 마음에 들어서 항상 좋았다. 깐죽대는 그의 캐릭터는 한 번 적응을 하고 나면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주위 캐릭터들은 앞서 말했다시피 정을 주면 떠나가버려서(...) 딱히 누구누구 꼽기가 힘들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를 반반 섞어놓은듯한, 그러면서도 명확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셜리 슈미트는 꼭 기억해줘야 할 듯하다. 곱게 나이든 이 셜리를 등장부터 끝까지 항상 좋아했다. 따지고보면 앨런 다음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데니보다도 항상 더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항상 앨런의 도움을 받아가며 나중에는 한 사람의 당당한 변호사로 성장한 제리도. 뭐 이런 식으로 기억하면 조연들을 다 기억해야할 것 같지만...

  괜찮았던 법정 드라마.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로 느슨하게 풀려있는 듯 하면서도, 소송에 관련해선 주제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다룰 줄 알았다.

이게 3시즌. 왼쪽부터 제프리 코호(크레이그 비에코), 드니즈 바우어(줄리 보웬), 브래드 체이스(마크 밸리), 앨런 쇼어(제임스 스페이더), 폴 르위스턴(르네 오버조노와), 클레어 심즈(콘스탄스 짐머), 데니 크레인(윌리암 샤트너), 셜리 슈미트(캔디스 버겐)

이건 4시즌. 왼쪽 위부터 칼 색(존 라로케트), 데니 크레인, 앨런 쇼어, 셜리 슈미트, 로레인 웰러(세프론 버로우스), 케이티 로이드(타라 서머스), 제리 에스펜슨(크리스찬 클레멘슨), 클라렌스 벨(게리 안소니 윌리암스)

  홈페이지에서 추천으로 보게 된 영국의 시트콤. 빅뱅 이론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Nerd들의 이야기. 하지만 이 쪽이 좀 더 현실감이 있다. 이상한 물리학 이런 이야기도 안나오고, 아이티 관련 개그도 "컴퓨터 껐다 켜보셨어요?" 이런 거라서 다 웃겼다. 찌질한 천재...라고 해야하나, IT 멍청이라 할 수 있는 로이(크리스 오다우드)나 모스(리차드 아요아데)이 주인공이고 주요 소재긴 하지만, 정상인인 젠(캐서린 파킨슨)이 벌이는 일들도 만만치않게 웃겼다.

  회사의 지하에서 핍박받고 있는 IT부서에 컴퓨터에 관해서는 하나도 아는 바가 없는, IT의 약자도 모르는 젠이 발령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처음에는 로이와 모스를 무시해대던 젠도 어느새 그들과 동화되어가고 있다. 발에 안맞는 신발 낑겨신는 젠을 보면 누구나 웃길 수밖에 없을 거고, 항상 열등감과 자뻑이 반반 섞여 있는 로이의 유쾌한 캐릭터도 마음에 든다. 로이가 회사에서 쫓겨난 지 두시간 만에 거지가 된 에피소드가 잊혀지지 않는다. 모스는 빅뱅이론에서의 쉘든같은 역할인데, 엉뚱하고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사실 능력도 있는 듯. 텔레비전 발명품 대회에 자기가 만든 브래지어를 들고 나간 적도 있다. 결과는 보고 데굴데굴 굴렀다. 아무튼 모스는 한 번 보면 목소리가 계속 떠오른다. 'oh my god!'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오 마이 갓!

  이 회사 IT 부서만 특이한 게 아니라 사장인 덴홈(크리스 모리스)도 만만치 않아서, 만날만날 해고로 사원들 목졸라가는 덴홈아저씨도 엄청 웃기다. 얼굴이 굉장히 뻔뻔스럽게 생겼는데 하는 행동들도 그랬다. IT 부서를 너무 안챙겨줘서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다. 덴홈의 아들인 더글라스(맷 베리)는 2시즌에 등장하는데 덴홈보다는 좀 더 직접적인 역할들로 등장해서 더 웃겨졌다. 성희롱을 일삼고 회사 경영능력도 없는 무뢰한이지만 그 뻔뻔스러움이 누구보다도 웃기다.

  아쉬운 건 IT부서의 유령, 고스족 리치몬드(노엘 필딩)가 3시즌부터 안보이게 됐다는 거? 또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리치몬드는 많이 나온 캐릭터는 아닌데 나올 때마다 존재감이 꽤 커서... 회사에서 멀쩡한 사원이었다가 고스족이 되고, 자기가 영향을 받은 데스메탈 밴드를 장례식장에서 덴홈의 어머니에게 추천하는 바람에(...) 좌천되어 IT부서 구석의 구석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불쌍한 리치몬드.

  여러모로 재미있는 시트콤. 어떤 면에서는 난 빅뱅 이론보다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본 일본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는데 자판기 키스 플짤보고 왠지 보고싶어져서 후딱 봤다. 미드만 주구장창 보다가 일드보니까 거의 절반 수준인 10화, 11화 이렇게 완결나니까 마음도 가벼웠는데 진행 자체도 빡빡하진 않아서리 보는데 수월한 편이었다. 수사물 보다가 이런 드라마 보면 편한게, 내용이 이어지는 측면이 강하니까 몰아보기 쉽다. 수사물은 당최 몰아보면 지쳐...

  원작 만화를 잘 살렸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난 원작 만화에서 느껴지는 현실 세계의 판타지 라는 느낌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건 길이를 대폭 줄이다 보니까 감정 노선이라던가 그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부족함이 느껴졌다. 스미레(코유키)건 모모(고다 다케시, 마츠모토 준)건 간에 둘이 왜 서로를 좋아하게 된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의문이 조금은 생기는 드라마. 생각보다 어울림은 좋았지만서도 내용 자체가 탄탄하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특히 완벽해야 할 캐릭터 부분에서 부족함이 생기니까 내용까지 흔들렸다는 느낌이다. 주인공인 스미레나 모모의 경우엔 그나마 조금 나았지만, 정신과 의사(나가츠카 쿄조)와 그 보조소녀(오토하)의 경우엔 대체 왜 나오는가에 대한 의문이 강했다. 이런 역할은 차라리 스미레의 절친인 유리(스즈키 사리나)에게 맡겨 버리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유리의 경우 원작보다 대폭 역할이 줄어들고 심지어 절친이라는 느낌마저 감소하는 캐릭터가 되어버린 건 아쉽기 짝이 없다. 이런 캐릭터의 감소는 하스미(다나베 세이치) 또한 절정이었는데, 원작의 우유부단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현실성 있는' 하스미보다 훨씬 더 어눌하고 불친절해져서 화가 날 지경. 결말의 거짓말에 대한 사과 운운에서는 정나미가 딱 떨어졌다. 원작의 하스미가 찌질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여기에서는 찌질한데 못이겨 비열한 느낌까지 있었다. 후쿠시마 시오리(사카이 와카나)같은 경우가 그나마 원작과 가장 비슷했다. 얄미운 느낌이 잘 살았다. 다케시의 친구인 준페이(에이타)는 그렇다 쳐도 루미(이시하라 사토미)의 경우엔 매력이 전혀없었고... 아, 스미레의 전 남친(나가노 히로시)은 단역이었지만 괜찮았다. 찌질한 캐릭터의 감성이 잘 묻어났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의 그 기반이 되는 부분들이 원작보다 무너져 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았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연출이나 감성도 확 와닿지는 못했고. 설정 자체의 매력 때문에 볼 수 있었다... 난 마츠모토 준을 좋아하지만 여기에서의 캐릭터는 거 참.

  결말을 확실히 맺음지어줬던 원작과 달리 오픈엔딩처럼 되어있는데... 이렇게 짧은 드라마에서 감정을 확확 펼치지 못했으니 차라리 그 편이 나았겠다 싶긴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다 다케시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여러모로 아쉬움. 원작을 봐서도 그렇고. 기대해서도 그렇고... 하지만 코유키는 예뻤고 마츠모토 준은 귀여웠다.

Chase : Do you think people can actually know each other better on the internet than face-to-face?
인터넷을 통해 아는 게 서로 얼굴을 보며 알아가는것보다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해?

Hadley : Faces can be distracting. But there's nothing better than looking into someone's eyes and, well, everything that goes with that.
얼굴을 보면 방해가 될 수 있어요. 그렇더라도 누군가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것보다 좋은건 없을 거에요.

Chase : I don't know. People meet, they like something superficial, and then they fill in the blanks with whatever they want to believe.
난 잘 모르겠어. 사람들은 만나서 보여지는 것들을 좋아하게 되고, 그리고 남은 빈칸들은 자기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들로 채우잖아.

Hadley : Why are you so hung up on this? I refuse to believe it's all because you just noticed you have a nice face. You just came off a relationship. You know things go deeper than...
Is that what this is about? You and cameron?
왜 이걸 그렇게 신경써요? 당신 얼굴이 잘났다는 걸 이제 막 깨달아서 그런 거라는 말은 거절할게요. 헤어진 지 얼마 안됐잖아요. 서로에 대해 깊히 알아갈수록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잖...
그거 때문이에요? 당신과 캐머론?

Chase : I was the one that pursued her. Maybe I was just filling in the blanks. Maybe...
Maybe the first reaction was right. We were just two people who were in proximity and found each other  attractive, and I never should have...
그녀를 쫓아다닌 건 나였어. 어쩌면 난 그냥 빈칸을 채워나갔던 건지도 몰라. 어쩌면...
어쩌면 처음 반응이 맞았던 걸지도 몰라. 우린 그냥 가까운 곳에 있던 두 사람들이었고, 서로의 매력을 찾았고,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Hadley : Paranoia. You felt something real. So did she. Don't try to take it back now.
피해망상이에요. 당신이 겪은 것들은 진짜에요. 그녀도 그랬고요.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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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noia. You felt something real. So did she. Don't try to take it back now.
아마존의 눈물
감독 김진만, 김현철 (2010 / 한국)
출연 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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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를 뭐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그냥 채널 돌리다가 보는 편인데 이건 하도 입소문이 좋아서 보게 됐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3부짜리 다큐멘터리. 처음에는 흥미를 돋구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무거운 분위기가 있어서 좀 쳐지더라.

  여러가지 쓰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뭐라고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마존 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그 생활터전이 어떤 방식으로 위협받았고, 그 위협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은 아마존과의 사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기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오히려 서구의 '문명화'된 것들이 그들 삶의 위협처럼 보여진다. 내가 느끼는 것들은 결코 직접적인 현실이 아닌 정제된 화면이지만서도, 일견 그런 생각과 감정들이 진짜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정제된 화면을 보고 느낀 내 생각은 중요치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이 화면에서는 우리가 잊고 있던 가치를 볼 수 있다. 급하지 않게 느리게, 그러나 안정적인 삶의 방식. 돈에 구애되지 않고 모두가 하나되어 나눌 수 있는 미덕.... 음 진짜 내가 뭘 쓰고 싶은 건지 모르겠구나. 문명화된 것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에 얽매여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생활터전을 망가뜨리는 현실이 그냥 슬펐다. 문명의 기술적 발전에 그에 걸맞은 정신적 발전이 따라갔으면 좋겠다.

  재미있으면서도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덱스터 시즌 4. 긴장의 연속이었던 전개, 배우들의 소름끼치던 연기.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결말까지. 사람을 들었다 놓았던 이번 시즌. 여태까지 2, 3시즌이 살짝 지지부진했기도 했지만, 1시즌은 여전히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시즌은 정말로 최고였다. 트리니티(존 리스고)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걸 좋게 유지하고자 마음먹었던 덱스터. 다음 시즌이 기다려져 참을 수가 없다. 시즌 5가 마지막이 될 거라는 소리도 있는데, 그 쯤에서 끝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다.

  뭐 나름 유명한 시리즈. 1-3화 밖에 안되는 장편 영화 정도의 길이고, 흡인력이 좋다고 해서 보았었다. 사실 이런 SF 스타일을 좋아하진 않는데... 피터 크라우즈 아니었으면 볼 생각도 안했겠지. 꽤 구성이 좋았기 때문에 후속으로 다음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게 안타까웠던 드라마. 그래도 3편만으로 큰 이야기는 마무리되긴 한다.

  비밀에 싸인 '로스트룸'이라는 곳이 있다. 이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브젝트'인 '열쇠'가 필요하다. 미닫이 문이고 열쇠를 넣는 구멍만 있다면 어디에서든지 로스트룸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열쇠. 로스트룸에서 나가고 싶을 땐 바라는 장소와 그곳에 있는 문을 떠올리면 된다. 로스트룸으로 인도해주는 장점도 있고, 문만 있다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 로스트룸에 열쇠 없이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가는 사물이건 동물이건 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예외가 되는 것은 오브젝트들 그 자체 뿐이다.

  로스트룸 안에서 오브젝트들은 아무런 힘이 없는 평범한 물체이지만, 바깥 세상에 나온 오브젝트들은 제각기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열쇠가 어떠한 문에서 쓰든간에 로스트룸으로 인도하는 것처럼 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오브젝트들은 파괴 불가능하다. 오브젝트들은 로스트룸 안에서만 파괴 가능하지만, 파괴한 순간 다른 어떤 물건으로 대치되어 그 속성이 보존된다. 오브젝트들은 그 하나만으로는 하찮은 기능을 할 때도 많지만,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보였을 때 숨겨진 또 다른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오브젝트들은 서로가 어디있는지 텔레파시처럼 알 수 있는 그러니 기능이 존재한다고 한다. 로스트룸에서 만들어진 유일한 사람 오브젝트인 '소유자(팀 귀니)'가 오브젝트들의 텔레파시를 피해 떨어져 사는 이유가 이것. 아, 이 물건들의 원래 소유자인 이 사람은 오브젝트들처럼 변하지 않고 파괴되지 않는다. 죽을 수도 없고 늙을 수도 없다. 상당한 장점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로스트룸에서 모든 오브젝트들이 시간에 상관 없이 리셋되는 것처럼 이 사람의 인생도 리셋되어버려서 아내조차 이 사람의 존재를 잊게 된다. 외롭겠네요...

  드라마 내에서 오브젝트를 다루는 사람들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브젝트의 위치를 추적해서 알려주고 돈을 버는 수지 강(마가렛 조)이나 물건과 관련된 정보다 물품을 파는 수드(제이슨 앤툰)같은 사람도 있고, 물건을 숭배하고 모조리 모아 신을 영접하려고 하는 '재통합 교단'과 물건으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는 '군단'같은 단체도 있고, 그냥 소소하게 혼자 물건을 사용하거나 물건을 혼자서 모으는 사람도 있다.

  뭐라 부를 수 없는 1961년의 어떤 '사건' 이후 로스트룸이 만들어졌으며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로스트룸이 발견된 당시 물건을 모으고 실험하던 '콜렉터스'라는 단체도 있었지만, 1966년에 벌어진 악몽같은 사고 이후 해산한다.

조 밀러(피터 크라우즈)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형사 조 밀러. 딸 애나와 둘이서 살아가는 싱글 대디. 범죄사건을 해결하다 어쩌다 보니 로스트룸의 '열쇠'를 얻게 된다. 우연찮게 손에 넣은 이 열쇠 탓에 오브젝트를 노리는 여러 단체와 사람들의 표적이 된다. 거기까진 좋았고 별로 조 자체도 그다지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리셋되어버리는 로스트룸에 딸 애나가 들어가서 없어져버리기에 딸 애나를 되찾기 위해 오브젝트들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오브젝트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며 협력과 배신관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적당히 유순하면서도 능글능글한 성격인데 애나 때문에 필사적이 되어가는 모습이 좋았음.

애나 밀러(엘르 패닝)

  조 밀러의 딸. 뭐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는 할 수 없는데, 처음 로스트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던 조 밀러에게 물건들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가 알려준 사실을 자신을 통해 그대로 조 밀러에게 보여주고 만다.

제니퍼 블룸(줄리아나 마굴리스)

  '군단'의 일원. 처음엔 로스트룸의 열쇠를 빼돌리기 위해 조에게 접근하는데, 나중에 가서는 조의 가장 큰 후원인이 된다. 연인관계 비슷한 것도 되고. 군단의 일원이던 오빠가 오브젝트들 때문에 미쳐서 정신병원에 있다. 그 때문에 이 군단 일을 시작한 것 같은데, 그런거 치고는 엄청 열성인지도 모르겠고... 조를 좋아하는 것도 처음엔 좀 애매했으니까. 사람을 짧은 시간 동안 잠재우는 '손톱 다듬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

윌리 자브로우스키(피터 제이콥슨)

   감초같은 조연 윌리. 사람을 뉴멕시코  갤럽으로 보낼 수 있는 '버스표'를 가지고 있다. 오브젝트와 관련된 다른 단체와도 상관없고 그냥 혼자서 오브젝트를 사용하는 걸 즐거워 하는 사람. 그걸로 나쁜 짓을 하는 거라곤 자기를 괴롭히거나 성가시게 하는 사람을 갤럽으로 날려보내는 것 정도이다. 병원에서 만나게 된 조를 몇 번 갤럽으로 날려보냈다가 결국은 잡히는데, 그 뒤로 오브젝트에 대해 조에게 기초적인 설명을 다 해준다. 그에 관련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서도. 심성은 착하다고 봄.

하워드 '위즐' 몬태규(로저 바트)

  첫 시작에 등장하는 위즐. 무엇이든 심을 대면 전자렌지 처럼 익혀버리거나 폭파시킬 수 있는 '볼펜'을 가지고 있다. 얘도 오브젝트를 모으고 싶어하긴 하는데 기력이 좀 달리는 듯. 애나를 로스트룸에 갇히게 한 원흉인 탓에 조가 아주 안 좋아 한다. 뒤에 조를 도와주는데도 별로 안 좋아함. 오브젝트 다 뺏기고 거의 거지같은 몰골이 되었었다. 뭐로 보나 선량한 타입은 아니고 머리 굴리는 타입.

마틴 루버 박사(데니스 크리스토퍼)

  조와 같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알고 보니 평범한 사람이 재통합 수도회의 일원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재통합 수도회에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꼬라지가 결코 성실치는 않아서 악한 사람에 가까웠다. 조에게 살인 누명도 씌우고 악한 짓을 마다하지 않는 걸 보면 이미 훌륭한 재통합 수도회의 일원. 하지만 그렇게 들어간 재통합 수도회에서는 머저리 취급을 받는 느낌.

칼 크로이츠필드(케빈 폴락)

  '군단'의 일원이었지만 물건을 혼자서 모으게 된 사람. 따라서 여러가지 오브젝트를 가지고 있다. 기억의 단편을 현실처럼 보여줄 수 있는 '쿼터'라던가, 달걀을 완숙시키는 '손목시계' 같은 거. 사채업자 같은 느낌인데 돈도 많고 냉정하고 그렇다. 처음에 완전 악한 이처럼 보여졌었는데, 알고보니 물건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고치기 위해서다. 라는 모습을 보여줘서 '잠시' 훈훈했었다... 나중에 조와 협력해서 모든것을 치유시키며 파괴시킬 수도 있는 '유리눈'을 손에 얻는다. 알고 보니 아들은 이미 애저녁에 죽었고, 조가 보던 백혈병에 걸린 아들은 '쿼터'를 통한 기억의 단편이었다. 비극적인 결말의 소유자. 이거 참 마냥 욕할 수도 없는 인물이었다.

  3편 분량에 꽉꽉 이야기가 들어차 있었음. 나중에 '소유자'의 부탁으로 로스트룸 안에서 소유자를 죽이고 소유자를 이은 오브젝트가 되는 조. 오브젝트가 되었기에 로스트룸에서 사라지지 않게 되어 열쇠 없이 방에 들어가 딸 애나를 데리고 나온다. 제니퍼와 함께 셋이서 길을 떠나는 걸로 끝이 난다.

  글쎄 조의 이야기만 치면 나름 깔끔한 결말이었는데, '군단'이나 '재통합 수도회'의 내용을 더 담아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마틴 루버가 살아있었고, 여러가지 더 써먹을 수 있는 소재였는데. 조금 아쉬움. 그래도 참 재밌었구나.

  짧고 재미있게 볼 게 뭐 있을까 하다가 본 시트콤 키친 컨피덴셜. 시즌 1까지밖에 안하고 캔슬되어 버렸다. 난 되게 재미있게 봤는데, 미국 사람들 이런거 안 보고 대체 뭘 보는거지... 하긴 주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 치고는 요리에 관한 부분 할당이 적긴 했다. 그래도 여러 가쉽이나 요식업산업과 미디어...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다뤄서 좋았었는데. 아쉬울 따름. 위 사진에선 존 조만 빼고 나머진 다 레귤러 멤버. 존 조는 가끔씩만 해물의 달인 다혈질 테드로 나왔다. 귀여워...

  요리의 달인이지만 음주가무에 빠져 제 일을 못하던 수석 요리사 잭 보데인이, '놀리타' 라는 새로운 식당에 수석 요리사로 채용되어 최고의 식당을 만들어 가며 생기는 에피소드. 잭 보데인은 놀리타의 오너인 피노(프랭크 란젤라)의 감시 아래 자신의 알콜중독 버릇을 이겨내야하고, 사고뭉치들인 다른 요리사들을 모으고 북돋아야하며, 피노의 딸이자 매니저인 미미와의 세력싸움도 해야 한다. 그 뿐인가, 연애도 해야하지!

  한 에피소드마다 놀리타를 둘러싼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잭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연애도 해야한다. 연애 쪽의 비중이 요리 드라마 치고는 꽤 높았지만, 잭 보데인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원체 재미있어서 난 질리지도 않았다. 잭이 같은 요리사 동료인 베키(에린 헤이즈)랑 하는 연애 빼고는 다 좋았음. 베키는 레귤러는 아닌데 레귤러만큼 비중있고 많이 나왔었다. 난 별로 안 좋아했다. 남 뒷통수 치는 성격 짜증나서...

잭 보데인 (브래들리 쿠퍼)

  매력적인 수석 요리사. 알콜중독의 늪에서 헤매이느라 자기 커리어 다 날려먹고ㅋㅋㅋ 아무도 받아주지 않던 가운데 재활해가면서 어째어째 놀리타에 들어오게 된다. 피노 눈치보랴, 직원들 다독이랴... 나름 고생이 많지만 그래도 실력 하나는 있고 스캔들메이커로서의 재능도 있어서 놀리타를 어느 정도의 위치에까지 올려 놓는다.

  좀 놀았던 바람둥이 주제에 여자들에게 뒷통수 맞는 일도 꽤 있어서 보는 내내 재미있었다. 요리사들과 잔 다음에 점수 매기던 여자라던가, 같은 요리사지만 매번 잭 뒷통수를 치며 연애하는 베키라던가. 기본 바탕이 아주 막되먹은 놈이 아니라 그냥 놀기 좋아하는 타입.

  놀리타에 있으면서도 그렇게까지 성실한 타입은 아니고 여전히 자기 성격이 짙다. 빌빌 떨던 건 피노 앞에서만. 미미가 놀리타를 넘겨 받았을 때에는 놀리타가 자기 세상인 줄 알았다. 다른 데서는 허풍도 좀 있고, 허세도 있고. 어디서나 있을 법한 자신만만한 인간.

미미 (보니 소머빌)

   정말 안좋아했던 미미. 처음에는 뭔가 능력있는 사람일 줄 알았더니만 이건 그냥 찡찡대는 사고뭉치다. 놀리타의 총 매니저인 것도 순전히 아빠인 피노의 레스토랑인 탓. 나중에 아빠의 정부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놀리타를 인수받는다. 열정과 열의는 있는데 영 똘똘치가 않아서. 어느 정도냐면 라이벌 레스토랑의 요리사와 사랑에 빠져 놀리타를 말아 먹을 뻔 하기도. 이러니까 잭한테 무시당하지... 항상 잭의 위에 있으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막판 가서 로맨스 라인이 조금 생겼지만... 시즌 종료.

스티븐 데듈러스 (오웨인 요먼)

  영국 출신의 부주방장. 잭이 신임하는 요리사고 실력도 있지만, 손버릇이 좀 안좋았다. 요리 재료 트레이드를 불법으로 하고 막... 사실 그 점 때문에 잭이 얘와 친했던 거. 하지만 새롭게 태어난 잭이 절대 하지마! 라고 말리자 깨끗이 버릇을 털어내더라. 의외였다.

  성격이 단순하고 그냥 여자와 놀기 좋아하는데... 느끼한 동시에 귀여운 성격이었다. 중간에 베키와 '누가 먼저 자달라고 하나' 하는 내기를 벌이는데 그 꼴이 가관. 서로 폴로라이드로 야한 사진을 찍어 건네기도 하고, 전화로 온갖 음란한 전화를 하기도 하는데 결론은 베키에게 물먹었다.

  별거 아닌데, 난 오웨인의 영국 발음이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영국인이라길래 놀랐다. 그리고 아직도 얘가 채식주의자라는게 안믿겨...

세스 리치맨 (니콜라스 브렌던)

  파티쉐 담당. 세스에 관해서는 엄청 다혈질이고 짓궂은 성격이라는 거가 기억난다. 중간에 다혈질인 테드가 나갔을 때, 테드 대신 들어온 요리사를 괴롭히는 꼴이 장난이 아니다. 칼로 막 찌르고. 전에 있던 레스토랑에서는 자기가 반한 여자를 다른 요리사가 채갔다는 이유로 그 요리사를 폭행했다. (하지만 사실은 테드가 채 간 거였다...)

  타냐를 좋아하는 데 눈치가 좀 없는 편. 나중에 짐이 세스에게 '타냐에게 제가 데이트 신청을 해도 될까요' 하자, 마구 비웃으며 해 봐! 하고 허락해버렸다. 사실 이 때 이미 짐은 타냐와 사귀고 있었고... 세스는 자기가 뱉은 말을 되돌릴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불쌍...

짐 (존 프란시스 데일리)

  유타에서 온 요리사. 잭이 채용한 요리사가 아니다. 놀리타 전에 있던 레스토랑이 망했을 때 딸려온 존재. 잭에게 유타 요리 먹어 보셨어요? 제발 돌려보내지 마세요! 하고 빌어서 남게 되었는데 재능은 글쎄... 노력은 하는데 주방에선 천덕꾸러기 취급에 대놓고 장난감. 성격이 나쁜 건 아닌데 멍청하고 눈치없고 그렇다. 나중에 어째어째 타냐와 눈이 맞아서 동정 딱지를 뗀다. 이 때 둘이 연애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타냐 (제이미 킹)

   나른한 느낌이었던 웨이트리스. 웨이트리스가 맞나. 플로어 매니저? 입구에서 손님들을 받거나 하는 일을 한다. 짐과 천생연분이라 할 정도로 눈치없는 짓을 하는데, 일단 예쁘고(!) 그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서 사랑받는 캐릭터. 나도 이 캐릭터 만큼은 되게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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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나니 아쉽다. 시즌 2 보고싶어... 하지만 이제는 무리인 캐스팅. 브래들리 쿠퍼야 이 이후로 영화도 많이 찍고 뭐 되게 잘나가고 있고, 오웨인은 요새 멘탈리스트에서 릭스비 역할로 출연 중. 으윽 릭스비 넘귀여워... 니콜라스 브렌던은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가르시아의 연인으로 나오는 걸 봤다. 존 프란시스 데일리는 본즈에서 막내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존 조도 그야말로 잘나가고 있고...

  재미있었는데 아쉽다. 시즌 다 합해봐야 열 몇편이고 각 편당 짧기도 하니 미드 처음 접할 때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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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화면. 불꽃이 번지며 저게 나타나서 나름 지옥 분위기가 난다.

더 데빌. 루시퍼(레이 와이즈)

  이 드라마의 명실상부한 악역. 웃을 땐 한없이 자상하고 대들어도 될 거 같은데... 정색하는 순간 급 무서워진다. 자기 일엔 칼같아서 타협이 안통하는 상대.

앤디(미시 피르그램)와 주인공 샘 올리버(브렛 해리슨)

   오른쪽이 주인공인 샘. 샘은 인생사에 별로 고민이 없다. 되는대로 살아가고, 워크 벤치에서 일하는 데도 불만이 없는 인생... 도덕적으로 그렇게 훌륭한 인물도 아니고(어떤 부분에서 보면 냉정한 느낌도...?) 딱 주인공으로서의 포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주인공. 앤디는 멍청이 남자친구를 가진 생활감 있는 여자친구였지만, 나중에는 결국 샘과 똑같아져 버렸다.

벤(릭 곤잘레즈)과 싹(타일러 라빈)

   샘의 절친들. 샘과 함께 덤 앤 더머 앤 더머스트 라고 해야할까. 싹은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철딱서니 없는 애. 도덕심은 제로고,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한다. 일도 잘하는 편이 아닌데 워크 벤치에서 안짤리는게 신기할 지경.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샘을 내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또 아주 나쁜 놈은 아니라는게.
  벤은 천사표. 그래도 장난치는 데는 싹에 뒤지지 않는다. 멍청한데도 동물등에 사족을 못쓰고 아무튼간에 심성이 매우 여리고 착하다. 이 때문에 니나와 사귀게 된다. 득일까 실일까.

디몬인 니나(제니 웨이드)


  2시즌에서야 등장하는 벤의 여자친구. 디몬으로 처음엔 샘을 죽이러 왔지만 벤의 착한 마음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다혈질이 심하고 자신을 찼던 벤에게 무자비하게 복수하기도 하지만, 어쨌건 기본적인 심성은 착하다. 가끔 보여지는 디몬 근성이 벤을 소름끼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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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프게도 이제는 끝나버린 CW의 시리즈. 그래도 2시즌 까지 간 게 용하다.

  성인이 되고 보니 부모에게 '사실은 네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었단다.'라는 소리를 듣게 된 샘 올리버. 그 영혼의 소유자인 데빌에게서 지옥에서 탈출한 영혼을 잡는 일을 명령받는다. 고달픈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한 화 한 화 지옥에서 탈출한 영혼을 붙잡는 샘의 이야기...

  ...인데 개그다. 줄거리만 보면 진지해야 하는데 거의 그렇지가 않다. 일단 샘 올리버가 꿈 없고 능력 없는 청년이라는 것 부터가 그렇고, 샘을 도와 악마를 잡는데 동참하는 친구들 또한 정상이 아니다. 그 셋 중에 그마나 가장 멀쩡한 사람이랄 게 샘. 악마의 일을 하면서의 딜레마는 거의 없다. 악마의 일을 하는 샘에게도 어느정도 선이라는 게 있지만 별로 있는듯 마는 듯 한 수준이고... 사실 악마가 부릅! 하면 입다물고 일한다.

  연애 노선은 샘의 직장 동료인 앤디. 워크 벤치에서 일하는 앤디지만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일단 능력도 있다. 시즌 1에서는 왜 이 여자가 앤디와 함께하려 하는 지 알수가 없을 정도 였지만.... 시즌 2에서는 똑같이 멍청해져 버렸다. 슬픈 이야기.

  시즌 1에서 여러가지 떡밥을 제시하다가 막판에 가서 결국 샘이 루시퍼의 아들이라는 게 밝혀졌는데, 한동안 샘은 그걸로 데빌을 설득하려 하지만... "특별취급? 내 아들은 너 말고도 많아." 하는 답변이 돌아온다. 실제로 시즌 2에 등장했던 데빌의 또다른 아들 모건(아미 해머)이 있었다. 데빌의 사랑을 듬뿍 받는 듯 했지만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악마는 악마다. 모건이 죽어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항상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데 정색하실 때 매우 무서움. 샘을 기르는 개새끼보다 못한 취급하지만 의외로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한 모습도 있어서 아이러니.

  데빌에게 대항하는 존재로 착한 디몬들이 있다. 악마지만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산 짐승을 먹는 듯 습성은 그대로인거 같지만(...) 어쨌든 타락의 모습을 버리고 다시 천국으로 가고 싶어한다. 처음 등장했던 디몬은 게이 커플이었던 토니(켄 마리노)와 스티브(마이클 이안 블랙)고... 스티브는 중간에 죽었다. 토니랑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음. 몇몇 디몬들은 샘을 적이라고 생각해서 죽이려고 한다. 니나도 처음엔 그랬었지만 벤과 사귀게 된 이후론 그런 시도는 안한다.

  그냥저냥 생각없이 보기 좋은 드라마였다. 이야기가 제대로 종료 안되고, 앤디까지 데빌에게 영혼을 뜯기게 된 결말은 아쉽지만... 나름대로 일찍 끝났다는 데 만족도 되는 느낌.



  순전히 젠슨 때문에 보려고 맘먹은, 시즌 중간부터는 보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시즌 1부터 꼬박꼬박 본 드라마. 시즌 1때의 히트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는지, 소재나 그걸 끌어가는 방식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시즌 1까지는. 시즌 2부터는 갑자기 고삐가 풀려버린 듯 스토리를 제어하지 못하고 떡밥들만 잔뜩 날려놓은 채 그걸 수거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하긴 내가 볼 때에도 시즌 1에서 라이데커(존 세비지)의 추격이, 시즌 2의 화이트(마틴 커밍스)의 추격보다 흥미진진했으니. 차라리 시즌 3가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아쉽다.

  시즌 2도 그렇게 안좋은 시청률은 아니었는데 워낙에 시즌 1보다 시청률이 떨어져버렸고, 매 회 드는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재계약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돈 많이 들인 특수효과는 지금으로서는 그냥저냥하다. 특수 분장쪽은 가끔 유치할 때도 있고, 괜찮을 때도 있고. 오래된 드라마다보니까 당시에는 대단했던 것들도 이제는 시시해져버린다. 제시카 알바의 화장과 특수효과에서 세월을 느끼게 하다니.

  뭘 더 써야 할까. 주인공 둘의 관계가 짜증스러운 연애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자기 출생에 심하게 얽매여있는 쓸데없이 착하기만 한 민폐 캐릭터 맥스(제시카 알바)와 세상을 다 구원하고 싶은 장애인 아이즈 온리 로건(마이클 웨덜리)은 분명 천생연분인데. 답답한 동족끼리 진짜 멋있다. 서로 오해하고 질투하고 하는 연애꼬라지가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주변 평범한 레귤러 인물들이 꽤 좋았다. SF다루고 있는 이 시리즈가 칙칙하지 않게 만들어 준 인물들. 레즈비언인 오리지널 신디(발레리 래 밀러)는 매력이 톡톡 튄다. 맥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응원자. 매일 사고만 치고 다니는 스케치(리차드 건)은 어리석은 캐릭터지만 그 때문에 쇼에 재미를 더해 준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노말(J.C. 맥켄지)! 나름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 너무 귀엽다. 매번 애들을 쪼아대는 바이크 택배 회사의 관리인. 항상 너무너무 좋았다. 그렇게 밉상인 것만도 아니다. 솔직히 애들 하는 꼬라지에 비하면 노말은 착했지. 시즌 2 마지막 부분에서 돌연변이들을 위해서 인터뷰 하는 데서 또 감동하고. 기회주의자인 노말이지만 그래더 더 현실적이기도 했다.

  돌연변이 레귤러 인물들 중에서는 잭(윌리엄 그레고리 리)과 알렉(젠슨 애클스)를 빼놓을 수 없다. 아. 그리고 조슈아(케빈 듀란드)! 항상 큰오빠 역할이었던 잭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책임감 있어 보였으며 가슴아팠던 인물. 맥스와 함께 탈출한 일원들의 대장격이었는데 나중에 맥스와 만나고 나서도 맥스의 큰오빠 역할을 해줬다. 맥스가 벌이는 수많은 민폐짓거리를 해결하는 데에는 로건과 잭이 항상 함께했다. 맥스에게 반했었고 그게 잘 안됐었지만, 결국 맥스를 위해 목숨까지도 바쳤던 잭. 시즌 2에서 돌아왔을 땐 눈물날 뻔 했는데... 기억상실이니 뭐니 해서 어쨌든 다시는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다. 잭에게 그게 행복이었을까.

  알렉은 잭과는 반대로 책임감 없고 자기 인생만 아는 캐릭터. 그래도 민폐 끼치는 일은 맥스보다 적었다고 생각한다. 이기주의 캐릭터인 주제에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임무에 실패해서 재세뇌 당했던 어두운 과거가 있고, 결국은 약간의 양심이라는 것도 갖추고 있어서. 맥스 입장에서야 무작정 밉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무작정 밉살맞지만은 않았던 캐릭터였다. 천덕꾸러기지만 매력있다.

  조슈아는 어떤 등장인물보다 순수한 캐릭터다. 염색체 조작에 실패해서 괴물같은 모양으로 태어났지만 순수한 마음과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려 했던 캐릭터. 멍청하고, 아둔하지만 그게 어리석어 보이지는 않았다. 배우가 내내 특수분장을 하고 있어야 해서 힘들었겠지만 나로서는 귀여웠다.

  시즌 1까지는 확실히 재미있었지만, 시즌 2에서의 시청률 하락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자명했던 드라마. 그러나 뒷 이야기를 보지 못한 것은 정말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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