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과장된 로맨틱 코미디를 노린 것 같은데, 캐릭터들의 과장도 대단하다. 현대극이니 그 과장된 부분이 더 눈에 띄기는 하는데 페트루치오(루퍼트 스웰)는 그나마 괴짜 짓을 하는 '그나마 현실적인' 건달 날백수로 보이는 반면, 캐서린 미놀라(셜리 헨더슨) 쪽은 현실에 저런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싶은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툭하면 화내고 성격 더러운 서른 여덟의 하원 의원. 말만 들으면 현실적인데 캐릭터 묘사가 너무 불같다. 의원직을 가지고 있으면서 저 정도로 말도 안되는 일에 화내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싶고. 가운데 손가락 욕에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귀여운 면모도 있긴 했지만 워낙 기본 캐릭터가 그래서 그런가 현실감각이 떨어져버렸다. 둘이 투닥대면서도 결혼에 이르는 장면도 억지스러워서 저 상황에서 누가 결혼하겠냐! 싶고. 신혼 여행지 가서는 좀 낫긴 했는데... 지친 기색이 역력해져서 뭔가 맘을 놓아버리는 캐서린 탓에 좀 멀쩡해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게 약간 불명확해 보였다.
연예인인 비앙카(제이미 머레이)의 연애는 뭐 그냥저냥 심심했다. 공항에서 만난 말도 제대로 안통하는 이탈리아 청년 루첸티오(산티아고 카브레라)와 연애하는 게 좀 뜬금없이 느껴졌다. 스타니까 엉뚱한 짓을 할만하다 싶기도 한데 사랑보다는 애완동물을 바라보는 그런 느낌... 그래도 이런 캐릭터 매력있긴 하더라. 자기 자신을 똑부러지게 알고 있어서. 매니저이자 엉뚱한 결혼의 원흉인 해리(스티븐 톰킨슨)는 약간 찌질해 보였다. 순정남이니 뭐니 치장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막판에 자매들의 엄마(트위기)와 사귀게 된 데서는 더 깼다.
캐서린이 사랑에 빠지게 된 거 좋지만서도 이야기 마지막에 혼전계약서에 관해 이야기 할 때는 너무 싫었다. 남편을 띄워주는 수준을 넘어선 말들에 기분이 나빠짐. 중반 이후로는 그래도 이 드라마에 적응하고 있었는데 막판에 기분이 상했다. 난 농담으로라도 그런 식의 말이 싫으니까.
모르겠다. 재미 없는 건 아닌데 다룬 소재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반대되는 것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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