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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어릴 떄 보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내 기억이랑 다른 것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아 기억력 하고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짧은 단편이었고 그다지 오랜 시간 읽지 않은 것 같다. 한 40분 정도? 난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 안에는 모두 자신이 겉으로 드러내는 면 말고 근원적인 '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라는 틀 안에서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 보통은 악에 가까운 부분이 아닐까. 나같은 경우에는 실제 내가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오만방자하니까. 지킬 박사가 하이드가 악에 가까운 부분인 줄 알면서도 이것을 밖으로 꺼내는 행동을 참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된다. 지킬 박사의 말처럼,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세상의 어떤 부분도 신경 안쓰고 본질적인 욕망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다면 나라도 그렇게 할 것 같다. 특히 나처럼,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일면들을 심히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매력적인 일 아닐까. 결말이 조금 비참하긴 했지만 내가 하이드라면 자살하지 않고 도망하지 않았을 까 싶다. 자살과 사형대는 다르지 않잖아. 도망해서 더욱 소름끼치고 재미있는 일들을 조금이라도 더 저지르는 게 낫잖아.
편지글 형식으로 사건의 배경을 서술한 것들이 좋았다. 3인칭으로 일어난 상황들을 표면적으로 파악하게 한 뒤에, 1인칭인 편지글로 인물 내면의 심리를 더욱 상세하게 알게 되어서 맘에 들었음. 이왕이면 하이드의 편지글도 보고싶었었는데... 뭐 그건 지킬 박사가 대충 묘사해 주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오래간만에 독서 모드. 거미 여인의 키스와 음란과 폭력이라는 책을 빌려왔다. 롤리타를 빌리고 싶었는데 서가에 없더라. 어휴 책 정리좀 잘 해놓으라고!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도덕성으로부터 인간의 근본적이고 철저한 이중성을 깨달았다. 내 의식세계에서 두 가지 본성이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나다운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사실 그런 다툼이 있었던 이유는 내가 두 가지 본성을 다 극단적으로 가지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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