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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은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반 시간이라도 천국에 가 있기를.' 이라는 아일랜드 속담에서 나온 것이라 하는데, DJUNA의 영화평 아래 달린 사족을 보면 아일랜드 건배에서 나왔다고. 'May you have food and raiment, a soft pillow for your head; may you be 40 years in heaven,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어느 게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앤디(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와 행크(에단 호크)의 팍팍한 일생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앤디는 번드르르한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때문에 횡령했던 회사 돈을 감사가 나오기 전에 메꿔야 하고, 에단 호크는 애당초 가난하다. 누구나 한 번쯤 돈이 궁할 때 범죄를 저지를 상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걸 실행하느냐 마느냐겠지. 그리고 이 형제들은 실행한다.
앤디가 생각한 대로 모든것이 잘 풀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화는 결코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보안이 허술한 부모님의 보석상을 턴다. 이 보석상엔 나이든 노파인 점원 한 사람만 있을 테고, 총은 장난감 총을 가져갈 것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앤디가 행크를 조용히 꾀어낼 때만 해도 이 계획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저지르는 자그마한 실수들은 우연과 섞여 전체적인 그림을 뒤섞어 버린다. 작게는 그 날 출근한 사람이 점원이 아닌 엄마 나넷(로즈마리 해리스)였다는 것부터, 앤디가 행크에게만 일을 맡겨버린 것, 행크가 친구인 바비(브라이언 F. 오바이런)을 끌어들인 것, 앤디가 장물상에게 명함을 준 것. 행크가 앤디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모든 사소한 일들은 결국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연쇄작용에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이것들이 초래한 재앙은 그 재앙만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재앙으로 등장인물들을 몰아갈 뿐이다. 형제가 원했던 건 지금의 경제난을 해결할 돈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사소한 실수만으로 보면 행크의 더 많았긴 했지만, 앤디가 행크를 몰아세우는 장면에서는 좀 속이 쓰렸다. 애당초 시작점이 앤디였던 것을 생각하니 더 그랬을지도. 나는 과정보다 결과와 시작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앤디가 평소 생활에 만족했다면, 아내(마리사 토메이)와의 성관계에 만족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뭐 행크는 혼자서는 그럴 배짱도 없는 사람이다. 경제난에 휘둘리긴 했지만 실제 실행하는 데 있어서는 몇 번이나 망설이고, 결국은 친구까지 끌어들였으니까. 보는 내내 은자와 헉 행크 찌질해... 를 외친 것 같다. 거기다 형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바람까지 피우는 걸 보면 기가 차는 캐릭터였음. 아버지인 찰스(알버트 피니)가 행크를 더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앤디는 그거 때문에 또 열등감을 가지기는 하지만.
가족 내에서 어머니가 죽었다는 작은 재앙이, 원래 묻혀 있던 재앙의 뿌리들을 끄집어냈다는 기분도 들었다. 이미 뿌리가 튼튼치 못했던 가정이 그 이후에 더 크게 흔들리게 되었달까. 찰스가 앤디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뭐 그런... 하긴 이런 식으로 시작을 따지면 끝도 없겠지.
배우들 연기는 누가 나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역시 뭔가 꿍꿍이가 있는 비열한 타입에 잘 어울린다. 에단 호크는 다정할 땐 한 없이 다정하지만, 찌질한 모습을 연기할 땐 정말 미친 듯이 잘 어울린다. 엘리트와 루저 사이를 넘나드는 느낌이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전에에서는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온 몸으로 드러내 주었다. 마리사 토메이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진 않았지만 넘실대는 감정을 잘 보여주더라. 알버트 피니가 대박이었다. 마지막에 앤디를 보며 괜찮단다. It's all right 할 때, 이미 표정이 그렇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얼굴을 막 찡그린 것도 아닌데 그 안에 담긴 분노와 용서못함의 감정이 느껴져서 사뭇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연기자 셋 중에서 가장 도드라졌다는 느낌.
좋았다. 하지만 명작인데 기분나쁘고 재미있는데 찝찝한 기분. 그걸 감출 수는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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