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가는 인터넷 게시판이 하나 있는데(활동은 안하고, 눈팅만 한다), 영화 관련한 게시판인지라 아무래도 그쪽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긴 하지만, 가끔 재미있는 논쟁도 벌어지고, 쓸모 있는 정보를 얻는 일도 있다. 가끔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는 잘났고 내 의견은 옳고, 그것들은 못났어.' 라는 식의 대화를 할때만 뺀다면, 그 게시판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또 그런 종류의 말이 올라왔더라. 자신은 무슨무슨 배우들을 싫어한다고. 그걸 목록으로 나열해 놨는데, 기가 찼다. 덧글에는 동조하면서 엑셀로 정리해놓은적이 있다는-_- 싫어하는 배우들 이름을 올려놓은 사람도 있더라.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싫으면 싫은거지, 그걸 또 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공표를 하는건지.
뭐 그래도, 이외수 싫다는 글에 '저는 이외수 소설 하나 읽었지만, 저도 그사람 문체가 싫더라고요.'라고 덧글 달았던 사람보다는 좀 낫나?
그 글을 보면서 이전에 게시판에 올라왔던 글 하나가 떠올랐다. 모 분께서 대중교통에서 듣게 된 여고생들의 대화였는데, 뭐 이런 것.
A: 난 교감이 정말 싫어! 맨날 나만 보면 쓰레기 치우라고 하고
머리 갖다 뭐라고 하고 신발 꺾어 신는다고 뭐라고 하고 뭐 등등등 뭐 등등등...
....(한참 열변)...
B: (툭 던지듯) 교감도 너 싫어해.
조용해졌습니다.
내가 아무리 누가 싫다고 나불거리면 뭐하나. 그 사람이 알아주길 하나 뭘하나. 싫다는 사람을 게시판에서 적어놓는다거나, 목록으로까지 만들어 놓는거는 일종의 집착처럼 보인다. 정말 싫어한다면 아예 신경 끄고 있거나 말거나 하는게 낫지 않을까? 공감을 얻길 바랬던걸까? 나는 이해 못하겠다.
음. 쓰고보니까, 나도 그 게시판에 덧글 단것도 아닌 주제에 그사람 싫다고 나불거리는거 같다. 아니 그냥 이해가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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