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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케이블에서 하길래 비몽사몽간에 봤다. 며칠 전부터 보고싶다 했더니 마침 딱 하길래 참고 봤는데, 그냥 저냥 괜찮았다. 삼국지의 백미인 적벽대전에만 집중한 영화인데, 긴 삼국지에서 이야기를 추렸다 해도 그 앞뒤 사정을 알려야 하다보니까 2편짜리 영화가 된듯. 1편을 다 본 감상은 2편을 봐야 알겠다... 정도. 2편짜리 영화라고 생각한다 쳐도 프롤로그가 꽤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쓸데없는 장면도 많고, 시간을 할애한 데 비해서 제갈량(금성무)이나 주유(양조위) 외의 캐릭터 설명도 원활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시간이 지루한 감을 주기 쉬웠다. 이걸 2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보았을 땐 허무했을 거 같기도 하다. 당장 1년 뒤에 2편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도, 그 전에 1편 내용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1편에는 그다지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여러 편으로 나누어진 다른 영화들이 앞의 한 작품만 보더라도 괜찮은 영화들의 예가 꽤 있다는 점에서 이건 단점이 아닌가 싶다. 전투장면이라는 것도 진을 짜고 이용하는 건 물론 흥미로웠지만 너무 길어지고, 진에 대한 설명보다는 장면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서 그런가 초반에만 신선했다지 지루한 느낌이었다.
삼국지연의에 바탕을 두었다지만 영화가 정말로 제갈량과 주유에 집중을 두었기 때문에 유비(우용), 관우(파삼찰포), 장비(장금생)는 훨씬 뒷전으로 물러난 느낌이며, 그 조조(장풍의)조차도 고작 여자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소인배가 되고 말았다(...) 오히려 이런 주요 인물보다 더 집중되어 살아난 것은 조자룡(후쥔)이나 손권(장첸)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이 삼국지연의에서는 그렇게 패기 있던 손권에게, 아버지와 형의 업적에 억눌려있는 모습을 부여했다는 거. 이거 신선하면서도 설득력 있었다. 손상향(조미)은 원작에서는 이 부분에선 거의 나오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로맨스 라인때문인가 나왔나... 여장부 표현하려고 한 건 좋은데 미묘하게 안 어울린다는 느낌? 주유 아내인 소교(린즈링)는 그냥 예쁘다는 생각은 참 많이 했다.
제갈량과 주유는 원작에서처럼 주유가 '하늘은 어찌하여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 하고 탄식할 만큼 차이가 나는 상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재주가 뛰어난 것은 맞지만, 다만 우유부단한 군주 아래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을 보여줘 노력하는 천재같은 모습을 보여주어 좋았다. 주유의 경우엔 아직 제갈량의 적이라던가, 제갈량의 능력을 위험요소로 생각한다던가 하는 모습보다는 진지하게 그 순간의 동료로 인정해주는 대인배적 면모가 보여서 좋았다. 원작의 주유는 어쩔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캐릭터 같았는데 영화에서는 좀 더 여유롭고 능력있는 책사이자 장수처럼 보이더라.
그냥 좋았던 장면은 의외로 한무제가 나오는 장면. 그 억눌린 궐 안의 분위기에서 긴장에 파묻혀 목숨을 이어가는 어린 황제의 모습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새가 오게 하려고 휘파람을 부는 장면이 조금 슬펐고 안쓰러운 기분을 자극했다. 주유와 제갈량의 거문고 연주 장면은 음... 감독이 뭘 의미하려고 한 지는 알겠는데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지 않아서 아쉬웠던 부분.
일단은 프롤로그. 1편 전체가 프롤로그란 느낌. 2편을 봐야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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