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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에서 약간 걱정되긴 했는데 그럭저럭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만들어 진 것 같다. 가볍긴 한데 현대식 로맨틱 코미디처럼 팔랑팔랑 날아갈 것 처럼 가볍다는 느낌은 안들었던 게, 배경 때문인 것 같다. 화려하게 꾸며진 옛 베니스의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시선이 분배가 되어버리니까. 여기까지가 그럭저럭한 장점. 무겁지 않으니 볼거리에 집중하게 되고, 그 볼거리란 것도 아기자기하니 예쁘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답게 줄거리 자체만 떼어놓고 생각하면 엄청 가벼웠다. 가볍다는 건 이런 장르에서 별로 문제가 안된는데, 진짜 문제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우습지 않았다는 것일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품새가 급박하지도 않고(상황은 분명 급박한 것인데 어째서), 그 과정 자체가 재치는 있지만(그렇다고 엄청 머리쓴 것도 또 아 아니란 말이다.) 엄청 재미있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뭐 따로 교훈이랄 게 없는 이런 로맨틱 코미디가 재미가 없으면 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소소하고 자잘하게 미소는 지어도 으응,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니까. 별 거 없이 그냥저냥 볼만했다는 이야기.
주연보단 조연들이 눈에 많이 밟혔던 영화. 특히 자코모 카사노바의 하인인 루포(오미드 다릴리)는 빼놓을 수 없이 유쾌한 조연이었고, 프란체스카의 엄마인 안드레아(레나 올린)는 허영심 가득하면서도 귀여웠다. 프란체스카의 약혼자 파브리찌오는 멍청한 캐릭터지만 순하고 본성은 착해서 거슬리는 점 하나 없었고... 프란체스카의 동생인 지오반니(찰리 콕스)만 좀 거슬렸나. 너무 찌질해... 빅토리아(나탈리 도머)한테 제대로 고백도 못하는 점이라던가, 창녀들이랑 한바탕 놀고 나서 자신감을 약간 되찾는 것도 어이가 없을 지경. 빅토리아는 그냥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애.. 치고는 귀여운 점이 있어서 좋았다. 이 영화의 유일한 악역이었던 푸치 주교(제레미 아이언스)는 뭐 이렇다 할 힘도 못쓰고 휘둘리는 점이 그냥 귀여웠습니다. 행동들이 별로 미워할 느낌은 아니었다. 나 종교재판관이나 이런 캐릭터 엄청 싫어하는데... 원체 뭐 딱 부러지게 하는게 없으니.
문제의 해결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이뤄질 줄도 알았고 간단할 줄도 알았는데, 그 때문에 막판 쯤에 카사노바의 어머니(헬렌 맥크로리)가 나오지 않을까나 싶었다. 역시나 딱 고 타이밍에 남편 티토(레이 로우슨)와 함께 등장하시더라. 그 뒤론 그냥 약간 유쾌한 탈출극 같았는데, 요기서 약간 재미있었던 게 탈출이 너무 쉬워... 느린 배인데도 그 시대배경 때문에 못따라잡는게ㅋㅋㅋㅋㅋ 좀 웃겼다. 아무튼 그래서 해필리 에버 애프터...
초반에 보면서 느끼는 지루함을 참을 수 있다면 끝까지 참을 수 있을 거 같은 영화. 클라이막스랄 게 별로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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