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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되게 뻔하게 흘러갈 수 있고, 보통은 플롯 자체가 다 뻔한 편이지만 이건 되게 재미있었다. 20년 전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게 만들더라. 물론 플롯이 엄청나게 대단하다 이런 건 아닌데, 창녀인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의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있었다. 백만장자-_-ㅋㅋ인 에드워드(리차드)에 비해서 훨씬 보는 맛도 있었고, 여자들이 흔히 꿈꾸는 신데렐라 로망을 제법 잘 투영한 영화. 뭐 신데렐라 스토리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서도 이건 그냥 재미 있었다.
뭐 크게 엄청 장애가 되는 사건같은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영화에 집중하게 만들던지. 기껏해야 나쁜 변호사 필립(제이슨 알렉산더) 정도가 방해가 되었을 뿐인데... 이도 뭐 방해나 장애물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삼각관계로 엮이는 정도도 아니었으니까.
비비안을 만나면서 에드워드가 정서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아가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비비안 자체의 성격 변화는 그다지 모르겠다. 비비안은 원래도 밝고 명랑했고, 창녀였지만 곧고 정직한 여자였다. 애당초 그 점에 에드워드가 끌렸듯이. 비비안이랑 에드워드가 하는 대화 중에, 비비안이 처음 킷(로라 산 지아코모)을 만나고... 몸을 팔고 나서 방에서 하루종일 울었다는 소리가 있다. 괜히 그 부분에서 맘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뭐 에드워드도 생각처럼 쿨냉정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었긴 하네. 모즈씨(랄프 벨러미)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슬쩍 훈훈해진 정도지, 커다란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낸 건 아닌 거 같다.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니 뭐니 해도 이보세요 그정도 나이 먹었으면 그 정도 상처는 떨궈내요 싶었고...
아예 대놓고 비비안이 동화처럼 해피엔딩이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신데렐라 스토리긴 한데 그 묘사가 너무 즐거웠다. 고급 옷가게에서 옷을 사지 못해서 창피를 당했던 비비안이, 에드워드의 도움으로 그 옷가게에 쇼핑 가방을 가득 들고 가서 "큰 실수 했어요." 하는 장면이라던가. (도대체가 명품을 팔면 자기가 명품인 지 착각하는 족속들이 있다.) 호텔지배인인 바니(헥터 엘리존도)의 도움으로 정말 아름답고 고귀해 보이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비비안의 모습들이 보기에 즐거웠다. 그게 꿈인지 알아도 말이다.
에드워드가 떠나야한다고, 아파트를 마련해 주겠다고 할 때 비비안이 거절하는 부분은 흥미로웠음. 뭐 실제라면 전혀 그렇지 않았겠지만... 이 캐릭터의 매력을 유지시켜 주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부분이었다. 마지막 장면에 비비안!을 외치며 차를 타고 오는 에드워드라던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에드워드가 비비안에게 가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부분 같은 건 좀 웃겼지만ㅋㅋㅋㅋ 그래도 결론적으론 알차고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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