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도 특이하고 진행 방식도 흥미롭고, 그렇다고 감정 묘사가 부족한 것도 아니어서 난 엄청 재밌게 읽었다. 어느 날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플갱어가 앉아있더라, 그래서 아내를 찾아 나서는 정신과 의사 레오의 이야기. 정신과 의사 아니랄까봐 정신의학, 분석학에 관련된 묘사가 생겨난다. 거기에 자칭 왕립기상학회 회원이라는 레오의 환자 하비의 이야기가 섞여들면서, 기상학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기상학 이야기가 나오며 기상학자인 츠비 갈첸이 소설 속으로 기묘하게 융합된는데, 이 츠비 갈첸은 작가 리브카 갈첸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한 번 더 웃게 만드는 소재였다.
굉장히 즐겁게 봤는데 쓰려니까 뭘 써야할 지 모르겠다만... 모든 보이는 것은 '가짜 레마'가 '진짜 레마'임을 말함에도, 레오가 진짜 레마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가장 흥미로우며 또 주목해야 할 부분 같다. 레마의 모습과 레마의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레오는 주관적인 판단 하에 현재 옆에 있는 레마가 가짜라고 믿는다.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 실제와 가상의 구분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도 의문을 갖게 하고, 또 내가 인식하는 타인에 관한 부분이 얼마나 맞을 수 있는지, 내가 인식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면 타인의 존재가치 또한 내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가 뭐 그런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가오게 하는 소설이었다.
근데 뭐 철학적인 이야기 안해도 그냥 재밌다. 난 판타지로 시작해서 현실로 끝나는 이 결말까지도 좋았다. 약간 서스펜스 읽는 느낌도 들었고ㅋㅋㅋ 좋았음. 근래 읽은 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