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오프닝
순전히 니콜라스 홀트의 성장한 모습이라는 꼬득임에 봤던 스킨스.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어서 시즌 2까지 보는데만도 힘들었다. 시즌 3가 막 시작했다고 들었지만 보지는 않을 참이다. 에피가 좋긴 하지만 스킨스의 스토리는 내가 따라가기 벅차. 그야말로 10대 막장연애사 드라마인데, 최근 유행하는 가십걸을 생각하면 편할 듯. 가십걸 스토리를 그냥 영국의 평범한 계층에 옮기면 그만이다. 라고 하지만 좀 더 무거운 감도 있다. 나름대로 영국의 10대가 겪을 법한 문제들 거식증, 동성연애, 약물중독 따위에 대해 현실감있게 다루고 있으니까.
각각의 에피는 주인공들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토니(니콜라스 홀트), 시드(마이크 베일리), 미쉘(에이프릴 피어슨), 잘(라리사 윌슨), 캐시(한나 머레이), 크리스(조셉 뎀시), 맥시(밋치 휴어), 앤워(데브 파텔). 이렇게가 주로 어울려 다니는 주인공격 애들이고 거기에 토니의 여동생인 에피(카야 스코델라리오) 정도까지가 비중있다고 할 수 있으려나. 2시즌에 들어서 등장하는 스케치(에이미-피온 에드워드)도 껴넣으려면 껴넣을 수 있겠다.
모두가 뭉쳐서 약하고 파티하고 사고치고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물론 주이지만, 각 편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게 있어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개인편은 시즌 1의 크리스 편. 갑자기 홀로 남겨진 크리스의 심정과 가족사 따위가 드러나서 좋았다. 매사 정신없고 생각없어 보이는 크리스의 또 다른 단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달까. 시즌 2에서는 시드 편이랑 스케치 편이 꽤 괜찮았다.
토니는 스킨스의 메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애이고, 초반엔 진짜 정나미 떨어지는 짓들을 많이 하더라. 미쉘을 두고 태연히 바람피우는 거라던가, 시드에게 막대하는 거. 맥시에게 한 번 자자고 들이대던 거. 진짜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자식이었다. 그게 매력이기야 하겠지만. 모든 게 자기 손 안에 들어있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정말 한 대 날려주고 싶더라. 하지만 시즌 1 마지막의 버스사고를 계기로 시즌 2에서는 굉장히 캐릭터가 매력없게 변했었는데(역시 토니의 매력은 싸가지없음이었단 말인가), 중반의 대학 면접일을 계기로 꽤 괜찮게 바뀌어서 마음에 들었다. 초반보다 그 변화와 재기의 양상이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였다. 기분좋게 착해졌다.
시드는 마음에는 들었는데 멍청해서 화가 나. 사실 토니를 욕했지만 내가 토니였어도 시드를 놀려먹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생각있게 행동하려 하지만 그 방법을 잘못 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웠다. 시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때는, 시즌 1 마지막편에서 캐시와 벤치에서 만날 때. 아릿아릿한 구석이 있어서 그 장면을 참 좋아한다. 시즌 2 들어서 애가 더 멍청해져서 화가 났었다. 뭐... 종반엔 나쁘지 않았다.
미쉘은 솔직히 내가 예뻐하거나 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똑똑한 척 굴지만 사실 그렇게 약아빠진 사람은 아니었고... 시즌 2에 들어서 막장 삼각 라인에 일조했다는 점도 그렇고. 난 약으려면 좀 처음부터 끝까지 약아빠진 그런게 좋아서. 의외로 순정파라는 점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 외에는 별로였다.
잘은 스킨스 내내 많이 좋아했던 캐릭터! 의외로 난 범생이 캐릭터를 좋아해서... 히히. 범생이라고 해도 공부만 막 하는게 아니고, 잘은 잘 놀줄도 알고 능력도 있었다. 모자랄 것 없는 애인데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난관이 있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빠와 얽히는 집안사, 크리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일.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이라도 자신만이 품고 있는 고민 정도는 항상 있는 법이니까. 현실과 적당히 타협할 줄 알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갈 줄 안다는 데에서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
캐시는 시즌 1때는 굉장히 좋아했다. 입버릇인 lovely와, 거칠게 엉킨 노란색 머리카락. 예쁘게 차려입은 옷차림이 모두 좋았던 사랑스러운 거식증 소녀. 캐시가 시드를 좋아하는 내내 나도 캐시와 함께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시즌 1 결말 부분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2의 캐시는 그냥... 머저리가 되었는데 그게 참 아쉬웠다. 진짜로 정신을 놓아버리면 어떡하니 이 아가씨야. 크리스가 죽던 날 크리스를 두고 도망오던 것 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 시즌 2의 캐시는 아마도 내게 영영 먼 사람인듯.
크리스는 첫인상은 참 별로였는데, 개인 에피 이후로 호감도가 확 올라갔던 캐릭터다. 제정신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리도 있고, 살려고 하는 의지도 있었다. 사랑에 몸바칠 줄도 알았고 이모저모 다 마음에 들었다. 시즌 1에서 앤지(스완 모리스)선생님에게 애정을 다 바쳤고, 시즌 2에서 잘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잘에게 모든걸 다 바쳤다. 미치도록 아팠던 주제에 잘에게 병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어른스러움도 가지고 있어서 그게 날 뭉클하게 만들었다. 항상 웃으면서도 그 안에 어두운 모습들을 꼭꼭 숨기고 있었다는 게 참... 크리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앤지 엄청 싫다. 학생이랑 잤으면서 자기합리화는 열심히 하고, 그렇다고 감정에 제대로 대해준 것도 아니고. 이도 저도 못하고 뭐하는 여잔지 ㅉㅉ...
맥시는 금발의 게이 소년. 예쁜 남자애를 게이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많은 여자들의 호응을 받았지만, 난 그 외에도 맥시가 스킨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동성애를 청소년이 겪는 혼란으로 밀어넣지 않았다는 데에서 재미있었다. 맥시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그걸 언급하기 싫어하는 앤워와 맞부딪치는 굳센 면도 가지고 있었다. 시즌 2에서 스케치 편에서 맥시가 그저 창백하고 가여운 게이소년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 수 있지 않았나. 맥시는 가능성있고 활발한 게이 소년이다. 그의 가족들조차 그 사실을 부인하려 들지 않는다. 어쩌면 스킨스 안에서 가장 안락한 캐릭터는 또 맥시가 아니었을까.
앤워는 부모님이 모두 파키스탄인인 무슬림 보이. 무슬림 보이라고는 해도 섹스와 파티에 관심이 많은 건 여느 영국의 10대와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의외로 무슬림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서 놀랐다. 특히 시즌 1 맥시와 앤워 편에서 맥시에게 말하는 걸 보고 좀 놀랐었음. 어린게 사고가 딱딱하구나, 싶었다. 그렇게 가다가 시즌 1 마지막 앤워의 생일파티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맥시가 앤워의 아버지 앞에서 자신이 게이라고 고백했을 때, 그 사실을 숨기려던 앤워를 비웃기라도 하듯 앤워의 아버지는 따뜻하게 맥시를 맞아주었던 것. 이건 뭐 어퍼컷. 앤워가 그 일로 느낀게 많으리라 본다. 시즌 2의 앤워는 뭐 그다지 할말이 없다. 여전히 멍청해서... 스케치와 잔 데에서 그냥 어이가 사라졌다. 후반부는 거의 비중이 없었고, 마지막 편에서 방황하던 모습만이 인상 깊었다.
에피는 초반의 토니와 기본적으로 성격이 같은 편이다. 토니보다 좀 더 신비스럽다고 하면 맞지만, 똑똑하면서 순진한 면도 일순 있는 것 같다. 시즌 1 에서 순진하게 아무거나 다 약하다가 쓰러진 것만 봐도... 에피의 진면모는 시즌 2에 들어서 더 드러나는 것 같다. 오빠를 아끼는 모습이라던가, 그 모든 사태를 해결한 에피. 시즌 3의 주인공으로서도 잘 해나가겠지.
스케치는 뭐 쓰긴 쓰는데 그냥... 미친애였다. 안쓰러운 모습도 있긴 한데, 모든 안쓰러운 애들이 그런 짓을 하는 건 아니다. 자기 집착에 물들어서 모든 걸 자기가 꿈꾼 대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추진력은 좋았지만, 그게 산산히 박살난 뒤에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 없더라. 앤워를 찾아가는 건 또 뭐니.
시즌 2 들어서 좀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지루했었는데... 크리스의 죽음과 함께 커다란 10대의 소용돌이가 끝나고 모두가 제 갈길로 가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가슴이 쿵 떨어졌다. 크리스 말대로 모든 걸 fuck it 해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everyone편의 정리는 너무 현실적이다. 앤워가 정신 못차리고 방황하던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안좋았다. 나도 앤워처럼, 속옷 한 장 없이 맥시를 따라 훌쩍 런던으로 갈 수 있을까?
보는 내내 언제 끝나 짜증내면서 봤는데도 불구하고, 시즌 2 마지막 시드가 뉴욕 거리를 헤맬 때 나오는 MGMT의 Time To Pretend를 듣고 조금 울 뻔 했다. 시즌 3에서는 에피가 새로운 메인 주인공이 되어 또 다른 10대의 청춘을 보여주겠지만, 그건 내가 보았던 스킨스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똑같다고 해도 다시 보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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