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10 / 미국)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앤드류 가필드,저스틴 팀버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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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재미없다는 평을 많이 들어서 좀 걱정했는데 나한테는 꽤 재미있었다. 과거과 현재 상황을 적절히 섞어가면 진행되는 스토리가 좋았다. 진행이 빠른 만큼 화면 전향도 빠르고, 대사들도 숨돌릴 새 없이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클라이맥스랄 게 없어 보여서 사람들이 싫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건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십대 청년이 어떻게 고난을 뚫고 일어나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느냐,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페이스북'을 다룬 이야기 답게도, 그 사이에 얽힌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에 가까웠다.

  영화 속에 나오는 갈등 관계는 세가지.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와 절친한 친구 에두아르도 세버린(앤드류 가필드)와의 관계, 마크 주커버그와 카메론/타일러 윙클보스 형제(아미 해머/조쉬 펜스)와의 갈등, 그리고 가볍게 전 여자친구인 에리카 엘브라이트(루니 마라)와의 갈등.

  사회성 없는 너드로 묘사된 마크 주커버그에겐 이 관계가 참 묘한 게, 마지막 전 여자친구과의 관계 빼고는 매사 관심 없는 것처럼 보여지거든. 마치다 다른 둘의 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크가 그나마 관심을 보인건 냅스터 창시자 숀 파크(저스틴 팀버레이크)였는데, 이 나마도 막판에 가면 정말 관심없는 듯한 태도로 일관. 끝의 끝에 가서 마크에게 남은 것은 (제 마음 속의) 옛 여자친구의 기억 뿐이다. 친구신청을 하고 새로고침을 눌러대는 모습을 보면 거 참.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특히 전 여자친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작한 일이 그 이상으로 커져버렸을 땐, 그 열망 이상의 무언가가 더 필요했다. 마크에겐 그런 점이 부족했다. 그야말로 어떻게 보면 순수하다. 순수해서 잔인할 수 있는 짓도, 나쁜 짓도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린다. 처음 페이스 매쉬 사이트를 만들었던 그 동기처럼.

  에두아르도라는 캐릭터를 잘 모르겠다. 너무 매끈하게 잘 그려진 것 같다. 저런 친구가 어딨어. 이건 영화의 원작이 소설이라는 데서 나오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에두아르도의 증언을 참조로 만들어 진 거고. 소설에도 영화에도 진실은 없다. 캐릭터에 대한 진실도 당연히 없지만, 에두아르도가 이런 캐릭터로 나온 덴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윙클보스 형제는 보면서 좀 흥미로웠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다 가진 형제였다. 무언가를 빼앗긴 뒤에도 신사정신을 운운한다. 그런 애들이 점점 자신들이 획득했어야 할 것을 못얻어 화로 뒤집어지는 모습을 보면 참 즐겁다. 다른 사람들도 즐거울 것 같다.

  난 이 영화의 숀 파크가 싫었다. 허세에 가득 차 보이기만했다. 실제로는 어떤 인물일진 몰라도 영화에선 그랬다. 에두아르도 캐릭터가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서도 고 모습에 끌려버렸던건걸까? 둘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은 에두아르도가 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영화는 실화처럼 마크 주커버그가 에두아르도, 윙클 형제와 합의를 하는 걸로 끝낸다. 근데 중요한 건 앞서 말했듯 이런게 아니고 그 과정과 후에 남은 거. 잔존하는 감정. 그런 게 소셜 네트워크를 보게 하는 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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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Leibovitz for Vogue US

  앤드류 가필드 귀엽다. 릴리 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레이디 가가는 처음에 있는지도 몰랐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때문에 릴리 콜과 앤드류가 같이 찍은 듯. 그러고보니 이 영화 아직 못봤다. 곧 디비디 나오겠지.... 구정부터 이런 포스팅 ㅎㅎ

* 사진 출처 - F a s h i o n ::: V i c t i m s


레알 보이 A 이 진지한 영화를 보는 와중에
이 장면 보면서는 동생이랑 서로 나랑 할 말을 잃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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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A
감독 존 크로울리 (2007 / 영국)
출연 앤드류 가필드, 피터 뮬란, 알피 오웬, 케이티 라이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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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보고싶어져서 동생이랑 같이 봤는데 막판에 펑펑 울었다.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고 슬펐다. 사회가 과거에 악행을 저지른 개인을 얼만큼 포용하고 받아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쓰리게 다가왔다. 10살에 친구와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14년을 복역하고 막 사회에 복귀하게 된 청년 잭 버리지(앤드류 가필드)가 보호감찰원인 테리(피터 뮬란)의 도움을 받아 사회로 복귀하고, 또 그 사회에서 버림받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그러나 이런 단순한 사건의 라인으로 이 영화를 설명하기에는 아쉽다.

  영화에서는 잭의 사정을 보여준다. 왕따였고, 가정에서도 발붙일 틈이 없었던 외로웠던 소년 에릭(알피 오웬)곧 지금의 잭이기도 한 소년은, 비슷한 처지의 친구 필립(테일러 도허티)을 만나면서 제 삶의 희망을 얻는다. 아이들에게는 정당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세상을 이해하게 만들어, 이해시키려 한다. 이런 부분에선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생각났다. 왜냐하면 흉악했던 범죄를 미화하는 정당화하거나 혹은 미화하는 기능을 인물들의 과거사를 통해 부여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과거사는 부가적인 이야기일 뿐, 결코 이 영화의 주요한 포인트가 될 수 없다. 이 영화는 결국은 용서와 편견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과거가 밝혀지기 전까지 크리스(숀 에반스)라는 괜찮은 친구를 사귀고, 미쉘(케이티 라이온스)이라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얻고, 교통사고를 당한 여자아이를 구해내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될 수 있었던 잭은 소년 A였던 사실이 밝혀지는 것과 동시에 그가 가졌던 모든 지위를 박탈당한다. 현재의 훌륭한 사회의 일원은 과거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잃는다.

   교도소가 범죄자들을 한 데 모아놓고 '반성과 사회에로의 재활'의 기회를 부여하는가? 비슷한 생각을 이전에 드라마 '오즈'를 보았을 때에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교도소에서 재활의 기회를 얻기보다는 새로운 범죄에 눈을 뜨게 된다. 범죄자를 드글드글하니 모아놓고 교육은 허술하게, 관리 또한 허술하게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그들을 재활시키기에 역부족한데, 사회에 나와서는 사람들의 냉정한 편견을 맞닥드려야한다. 죄값을 교도소 안에서 치뤘음에도,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범죄자로 본다. 여기엔 그 사람이 가진 과거 행동의 과정은 드러나지 않으며, 오로지 서류에 적힌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교도소는 재활의 기회는 커녕 오히려 낙인을 찍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그들은 다시 교도소로 되돌아가기 일쑤이다.

  모든 것이 드러났을 때 패닉에 빠진 잭은 외친다. "아냐! 난 예전의 그 소년이 아냐!" 라고. 그러나 이 말은 진실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마음을 먹었어도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는 예전의 그 소년이니까. 그런데 이게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결과만을 본다. '잭은 이전에 살인을 저질렀다' 이런 결과다. 그런데 잭의 현재 결과를 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가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고, 얼마나 선량하게 굴고 있는지 그 결과는 보지 않는다. 오직 나쁜 결과만을 묻고 책한다. 잭을 꾸준히 지켜보고 그에게 기회를 부여했던 테리는, 아들인 젭(제임스 영)이 "그 애는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고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뭘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거잖아? 걔의 현재가 말야. 과거는 무의미하고.

  죄값을 다 치룬 사람을 우리는 용서해야 한다. 우리는 그 사람이 일을 저질렀던 결과를 중시하면서 현재의 결과는 중시하지 않는 이상한 모순에 휩싸여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편견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실 이겨내긴 힘들다.

  이 영화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서글프고 수더분한 표정의 연기자를 앞세워,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무시무시한 살인자를 두고 그에게는 사정이 있었다. 그는 벌을 받을만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기만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참 힘들다. 왜냐하면 이런 설득을 들어도, 결국 우리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는 있다.

  참, 앤드류 가필드라는 배우를 여기에서 처음 봤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연기를 잘했다. 그 수더분한 행동들이 모두 연기라면 그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잭 버리지 씨께

절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림의) 이건 당신의 칼이에요.
(그림의) 이건 당신의 날개예요.
난 당신이 천사라고 생각했어요.

캐서린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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