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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류덕환)이 춤추는 장면조차도 어떨 땐 당황스러울 정도로 잠잠했다. 일단 트랜스젠더 소년이라는 설정자체에서 무거운 느낌이 나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사가 제대로 무겁다. 가출한 엄마(이상아) 부상으로 권투를 관둔 알콜 중독의 동구 아버지(김윤석)의 이야기는 아찔하다.
정체성과 아버지의 폭력 아래 동구의 힘든 삶도 보기에 무겁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제대로 파고들 땐 정말 가슴이 먹먹하다. 아버지의 힘겨운 삶의 모습들. 1등 아니면 다 쓰레기 취급 받는다는 아버지의 외침. 너무 현실적이어서 진짜 짜증나. 약간 철없는 식으로 비춰졌지만 또 가슴 넓었던 엄마도 그랬고. 아무튼 동구네 부모는 너무 복잡해.
그래도 이 부모들이 참 좋았던 게. 웃기게 너무 현실적이어서. 동구가 립스틱 바르는 장면을 보고 못봤다는 듯 저녁 먹으라고... 하면서 문을 닫는 아버지나, 동구를 때렸다는 어머니나. 나중에 동구를 마구 패는 아버지나, 동구를 포용하려 드는 어머니나. 그냥 현실적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부모들에게는 역시 베이스로 동구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어.
동구 자체는... 그냥 어른스러우면서도 역시 어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년 같은 모양새가 있었음. 차라리 좀 더 어른스러웠다면 동구가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텐데. 일본어 선생님(쿠사나기 츠요시)에게 고백하는 것만 해도 아주 어린애같지. 그만큼 순수한 거지만. 그나저나 일본어 선생님 반응 너무해orz 보통은 그렇게 반응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볼수록 그 참.
씨름부는 그냥 잘 모르겠어. 동구가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되어준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크게 비중이 있는 건지는. 씨름부 감독으로 나왔던 백윤식씨 비중이 생각보다 작았다. 저 포스터엔 씨름부가 들어가 있을 게 아니라 가족들이 들어가 있어야 좀-_-...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씨름부 주장(이언)은 뭐 얘도 어른인 체 하지만 여전히 애인게 귀엽고. 이언씨는 커프의 이미지랑 많이 다르게 나왔고나. 덩치들(문세윤, 김용훈, 윤원석)은 괜찮은 조연이었다. 아, 조연중에 동구 친구 종만(박영서)이 좋았음. 얘도 좀 이것 저것 해보는 찌질한게 자기 갈피 못잡고 있고. 근데 십대 때 다 그렇지 뭐. 얜 이것 저것 시도라도 하는게 보기 예쁘더라.
정말 영화는 괜찮았지만, 두 번 보고 싶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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