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슈슈의 모든 것
감독 이와이 슌지 (2001 / 일본)
출연 이치하라 하야토, 오시나리 슈고, 이토 아유미, 아오이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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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대체 누가 추천해 준거지. 일본 특유의 감성이 미친듯이 묻어나는 영화다. 그거 까진 괜찮은데, 다루는 소재가 왕따에 관련한 것이다 보니까 보는 내내 불편했다. 10대의 나였다면 뭔가 구구절절히 느끼면서 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미 20대고, 이 영화가 참 불편했다. 시작에서부터 결말까지 내내 불편했다. 왕따를 시키는 아이의 심리변화라던가, 일종의 복수의 과정, 여자아이들의 대처. 모든 것들에 긍정하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그게 전형적인 일본 10대의 태도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의 내게는 모든 것이 변명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처음부터 하스미(이치하라 하야토)의 비참한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행복했던 예전의 과거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지 보는 내내 입맛이 썼다. 하스미는 현재에서조차 완전한 피해자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그 세계 안에서 가해자의 입장 도 취하고 있다는 게 참 현실적이었다. 좋아하는 여자애인 쿠노(이토 아유미)를 창고로 보내면서 엉엉 울던 장면은 짜증도 났지만 이해도 됐달까.

  호시노(오시나리 슈고)는 짜증날 수밖에 없었던 게, 과거 자기가 당했던 상황을 다른 아이에게 복수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키나와 여행에서의 익사할 뻔한 사건이나 여행 당시 만났던 남자의 죽음 이후 뭔가 호시노 안에서 각성한 건 알았는데, 그럴 거면 좀 긍정적으로 하던가. 피동적이었던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휘어잡은 것은 좋지만, 그것을 위해 하는 일들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 호시노가 원조교제를 시키던 츠다(아오이 유우)가 자살한 뒤 릴리 슈슈의 노래를 들으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그 심정이 이해간다기 보다는 화를 증폭시켰다. 결과적으로는 그래 놓고 변한 게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호시노가 느꼈던 건 자기 세계 안에서의 일일 뿐 겉으로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릴리 슈슈의 세계 안에서 아오네코로써만 착한척하고, 실제 호시노는 똑같았다. 피리아, 혹은 하스미에 의한 호시노의 종말도 결국은 그가 초래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

  츠다가 참 안쓰러웠다. 츠다의 경우에는 기대고 있던 자가 겨우 하스미였으니까... 현실을 따진다면 자신에게 고백해 온 남자애에게 도움을 취했어야 겠지. 거기에 하스미에게 빌린 릴리 슈슈를 들으면서 그녀의 자살은 더욱 부추겨진 느낌이다. 쿠노의 경우 정말로 당당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머리를 밀고 교실에 돌아왔을 때 놀란 것은 반 아이들 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모자를 쓰고 당당히 생활하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츠다도 그럴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릴리 슈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 인터넷 상의 세계에서 대화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뭐 그들만이 알 수 있는 말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잘 보면 영화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부분도 많아서... 릴리 슈슈의 에테르 같은 것들? 에테르를 받아들이던 때의 아이들은 정말로 모두 우울하고 결과적으로 부정적은 결말을 맞지만, 릴리 슈슈를 포기해 버린 시점의 하스미나 드뷔시의 음악으로 자기를 달래던 쿠노의 경우 살아남는다. 그들을 달래주던 것을이 결국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 같아서 아이러니했다.

  장면이 재미있던 게 있었는데, 마지막 즈음에 하스미가 자살시도하려는 듯한 장면들. 집에서의 장면과, 어머니 미용실에서의 장면. 하스미 내면의 갈등을 잘 드러내주고 있어서 좋았다. 어느 정도 웃음을 주기도 했고.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하스미는 쿠노의 드뷔시를 들으며 자기 자신에게 삶의 의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의미에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영화였다. 모르겠다 나쁘다고 평할 수는 없는데 참 힘들었다. 보고 나서 힘든 게 아니라, 보는 내내 힘들었다는 느낌. 나는 이제 이런 감성을 즐기기엔 커버렸나보다.



하나와 앨리스
감독 이와이 슌지 (2004 / 일본)
출연 스즈키 안, 아오이 유우, 카쿠 토모히로, 히로스에 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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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에 잠을 못자고 있을때, 케이블 TV에서 하길래 보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는 처음. 배우들은 어떻게 다 아는 배우들이었다. 하나 역의 스즈키 안, 앨리스 역의 아오이 유우, 미야모토 마사시 역의 카쿠 토모히로. 조연들도 많이 눈에 띄는 얼굴들이 많았고. 아베 히로시라던가, 히로스에 료코가 나올 때는 깜짝. 나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안봐서 얼굴을 몰랐는데, 남자 주인공인 오오사와 타카오가 사진기사 역으로 출연했다. 

  스즈키 안의 얼굴은 예쁘다. 그런데 왜 만날 내가보는거에서는 선머슴 같은 애로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덥수룩하고, 털털맞고. 여기서도 그랬다. 그래도 귀엽긴 하지만. 근데 이 영화에선 좀 짜증났다. 실제로 이런 캐릭터가 있다면 몹시 싫어할 것 같다. 어려서 순간적으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건 알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으면 나오는 행동들이라는것도 잘 알겠는데... 아, 그래도 질색. 

  아오이 유우의 얼굴도 예쁘다. 우연히도 최악의 소년에서 볼때보다 좀더 성숙한 느낌의 얼굴. 아 귀여워. 귀여워. 왜 앨리스인가 했는데, 아리스가와 테츠코 라는 이름에서 아리스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앨리스는 아리스라고 부르니까. 그치만, 아오이 유우는 예쁘지만! 그래도 앨리스 역시 쵸큼 짜증나는 캐릭터인건 사실... 당최 주관이라고는 없는 놈 같이 보였으니까. 미야모토를 아버지와의 추억과 연계해서 바라보는 것 같다.

  아, 주인공인 이 두놈은 내 시선에 곱지만은 않다. 내가 이런 시절을 지냈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드라마 스탠드 업에서 카쿠 토모히로가 스즈키 안을 겁탈해 스즈키 안이 카쿠 토모히로를 무서워 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스즈키 안이 카쿠 토모히로를 좋다고 따라다니니까 조금 웃겼다. 카쿠 토모히로는 아무리 봐도 토마를 닮았다.
  이야기 진행과 상관없는 듯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또 그게 은근히 연계되어 있어서 재미있다. 아버지가 중국어를 가르쳐주게 되는 상황 같은게 그렇다. 그리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끼워넣는 다른 상황들도 즐거웠다.

   일본 영화 특유의 밋밋함이라던가, 허전한 느낌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이 영화에선 그런 장면이 꽤 많다. 그래도 왠지 꿋꿋히 보게 하는 면이 있었지만. 영화 전반적인 느낌은 풋풋한 사과. 10대 청춘들의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은 듯 하지만 복잡하다. 그런 미묘한 심경이 잘 깔려있다. 그냥 귀엽다. 짜증이 났던 것들은 내가 아직 제대로 된 성인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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