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저주
감독 잭 스나이더 (2004 / 미국)
출연 사라 폴리, 빙 레임스, 제이크 웨버, 메카이 파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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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내가 공포영화를 이렇게 자주 보게 되다니. 친구가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비교해서 설명해 주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근데 재밌는건 새벽의 황당한 저주고, 요건 역시 공포물. 게다가 절망적이어서-_-; 불쑥불쑥 하는 장면은 없어서 그래도 겁많은 내가 볼만 하긴 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거나, 갑자기 스르륵 다가오거나 하지 않으면 놀라지 않는 편이라... 이 영화를 보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아 물론 타 공포영화에 비해서-_-... 난 기본적으로 겁이 많아서.

  전설적인 걸작 호러 시리즈인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부작 중, 1978년 개봉했던 시리즈 2탄 '시체들의 새벽'(영어 제목은 같다.)을 리메이크한 좀비 호러물. 자고 일어났는데 온 동네가 좀비로 둘러싸여 있다. 이 얼마나 괴기스러운 설정인가. 리메이크 한 마음도 알 법 하다; 

  요 리메이크에 대한 평이 분분하던데, 나는 원작을 안봐서 모르겠고... 적어도 원작에선 좀비들이 미친듯한 속도로 뛰어다니진 않았나 보다. 팬들이 이 좀비 설정에 짜증을 냈다는 걸 어디서 봤음. 그리고 미국의 소비문화 풍자도 적절히 들어가 있었던 듯? 역시 원작을 못 본 나는 알 수 없고, 요 새벽의 저주에선 그런 풍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내가 못느끼는거던가). 원작은 만화처럼 뻔뻔스러운 설정이 난무하는 블랙코미디라는 이야기도-_-; 결말도 낙천적이고. 요컨대 이 새벽의 저주는 원작의 설정과 스토리는 가져오되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뭐 굳이 원작을 볼 필요는 없으려나...

  주인공이 참 많은 편이다. 일단 요 중심 인물만 해도 간호사인 안나(사라 폴리), 경관인 케네스(빙 라메스), 믿음직한 남자로 나왔던 마이클(제이크 웨버), 아내를 지키는 헌신적인 남자였던 안드레(메키 파이퍼). 요렇게나 많다. 쇼핑몰에 사람들이 모이면서는 더욱 많아졌고. 

  안나는 여자주인공인데도 참 굳세고 당찬 이미지였다. 서슴없이 총 들고 쏘는 것도 그렇고. 가장 믿음직스러웠던 건 역시 케네스. 이성적인 판단이 제법 잘 서있었던 것 같다. 그건 마이클도 마찬가지였긴 하지만, 마이클보다 역시 좀 더 굳센 이미지. 안드레는 딱 임신한 아내 좀비 되기 전까지만 좋았는데... 아내가 좀비됐는데 그걸 포기 못하고 있는게 불쌍했다. 태어난 아기도 좀비였거늘-_-;; 이미 사람이 아닌데 포기 못해. 그 심정을 알 법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건 포기해야지. 애꿎은 노마 할머니(제인 이스트우드)만 죽었다.

  쇼핑센터에 있던 경비원 셋은 처음엔 좀 그랬는데, 나중 갈수록 괜찮아지더라. 테리(케빈 지거스)야 원래 순했다 쳐도, 발악하고 사람 못미더워 하던 C.J.(마이클 켈리)! 믿을 수 없을만큼 의리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마지막 죽음까지도 아주 눈물겹다;_; 가스통 터트리고 좀비들과 함께 동반자살. 그렇게 비열하던 애가 인간관계에 대한 책 하나 읽었다고 이렇게 될 수 있는거야. 아 독서의 중요성. 나머지 한 명인 바트(마이클 배리)야 꼬붕짓만 좀 하다가 좀비한테 먹혀 죽었고-_-; 
 
  쇼핑센터에 나중에 들어온 인물들 중 중요한건 바보 멍청이 같은 스티브(타이 버렐)과 니콜(린디 부스)정도. 나머지야 다 죽었으니까... 아, 니콜의 아버지 프랭크(매트 플레워)는 참 멋있게 죽었다. 자기가 감염되었다는 것을 알고, 참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더라. 딸과 작별인사도 잘 했고... 여기 있던 사람들 중 가장 안정감 있게 죽은거 아닌가 싶다. 니콜은 개 쫓아서 반대편 건물로 돌진할 때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혼자 못빠져나오고 구해달라고 할거면서 가긴 왜 가(...) 결국 다른사람들이 다같이 가서 구해줬다. 이 때 머저리 스티브가 뻘짓해서 다같이 쇼피몰에서 도망나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_- 왜 문앞에서 안지키고 있냐고! 속터져.

  공포 영화인데도 중간에 굉장히 평화로운 부분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어느정도 안정감을 찾았을 때 편하게 생활하더라. 이 때 C.J.가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읽었다ㅋㅋ 그냥 이렇게 계속 있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바깥에 모인 우글우글한 좀비떼는 환상적으로 징그러웠다. 개미떼의 군집 같았으니까.

  마지막에 배타고 섬에 가는 인원은 극소수. 그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해피한 분위기였다. 크레딧도 올라가기 시작했고, 사람들 낚기 시작... 근데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간 중간 영화 속에서 캠코더를 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캠을 통해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섬에 도착하는 장면까지도 보여주는데... 으갸. 섬에서 좀비들이 두다다다. 끝까지 행복해지게 놔두질 않더라. 어쩐지 마지막 ost 가사가 '모든 사람들은 다 뒤졌어' ...그래서 늬들도 같이 죽는거니()

  잭 스나이더 이거 찍은 내공으로 300 찍었구나 싶다. 300에서 슬로우로 사람 머리 잘리고 그러는거 보여주던 거.. 여기서 전기톱으로 좀비 자르고, 살아있는 사람 어깨선부터 자르고 하면서 내공 길렀구나. 불쑥불쑥 나타나는 공포는 없는 대신에, 좀 음습하는 공포가 있다고 해야할까. 좀비들의 모습에서 일단 혐오감이 들고, 총으로 머리 날리는 건 괜찮은데... 전기톱으로 자르는 건 고어물. 내장 튀어나오는 거 하며. 아 난 고어물 싫어(...)

  이걸 보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꼭 봐야한다고 한다; 나도 나중에 봐야지...



300
감독 잭 스나이더 (2007 / 미국)
출연 제라드 버틀러, 레나 헤디, 데이빗 웬헴, 도미닉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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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작을 우리나라에선 2007년에 개봉한 거고만요. 뭐 이런 건 상관없고. 오늘 봤시다. 대학로 판타지움에서-_-;; 하필 갔을때 앞에서 2번째자리 정도밖에 안남아서.. 기다리긴 싫고 그래서 앞에서 2번째 자리에서 고개 꺾으며 봤음. 고개 꺾는거까진 좋았는데, 의자 배치가 청소하다 망가지기라도 한건지 앉으니까 무릎이 앞 의자에 닿아서 몹시 당황. 길지도 않은 다리인데 닿으면 어쩌자그... 앞사람에게 매우 미안했다.

  기대 안했는데, 재밌고 유쾌했다'ㅂ'! 나는 선혈이 낭자하는 장면을 좋아하는 편이라 좋았음. 내가 못보는 건 불쑥불쑥 놀라는거랑 고어물인데, 뭐 슬로모션으로 목자르는거 빼고는 거의 괜찮았다. 전쟁물이라 많이 걱정했는데, 불쑥불쑥 장면은 별로 없어서 좋았음.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매력있는 편은 아니지만, 넘치는 CG와 정신이 혼미해지는 근육들이 앞에서 아른거려서-ㅠ-... 스토리가 별로 안중요하게 느껴졌다. 

  배우들이 엄청 고생했겠더라. 그 근육들이라니; 300명의 남자가 검은가죽팬티-_-와 망토만 걸치고 전투를 하는데, 어이쿠 근육들이 불룩불룩. 8주간 단체로 혹독한 식이요법을 병행한 근육만들기를 하고 찍은 영화라던데, 진짜 그런갑다. 근육을 좋아한다면 꼭 관람해야할 영화; 근육 이야긴 아닌데,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역할의 배우. 알고보니 백인. 태닝하느라 고생했겠다고 생각했다. 만화틱한? 그런 장면이 많아서 좋았다. 과연 프랭크 밀러 원작(...) 씬시티도 엄청 즐겁게 봤는데. 만화와 실제가 뒤섞인 듯한 장면들을 보여주는게, 참 잘찍었더라.

  이곳 저곳에서 역사 고증이니, 페르시아 비하느니 말이 많던데... 별로 그런건 중요하지 않게 보인다. 역사 고증이야 애시당초 기대하고 본 것이 아니라서 상관 없었다. 내가 그쪽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라서 옷차림이 엄청 거슬리거나 했던 것도 아니니까. 전공자가 보면 괴로운 고증이겠지만. 그리고 뭐 인종차별쪽 논란에 대해선... 물론 내가 그쪽 나라 사람이면 기분이야 좀 나쁘겠지만, 어차피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차별을 통해 이슈를 만들어내려고 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원작이 그러한걸; 인터넷에서 서치해보니까 원작대로 아주 잘 표현해냈던데. 항의는 프랭크 밀러에게로.

  영화는 즐겁다. 재밌다. 우리 기술 이만큼 발전했어!라고 말하는듯한 CG도 좋고, 남자들 몸도 멋지고, 오락영화스럽게 별로 안무거운 주제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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