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개구리
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2009 / 미국)
출연 애니카 노니 로즈, 테렌스 하워드, 존 굿맨, 키스 데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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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에서 최초로 흑인 공주를 내세운다기에 흥미로워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기무니랑 같이 봄. 오래간만에 디즈니의 2D 만화를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 향수도 자극하고... 무작정 기술을 앞세운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살린 옛날 식 2D가 더 취향인 것 같다. 향수 자극... 물론 향수만 자극하면 안되고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기술 발전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왕도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준 영화 아닐까.

  디즈니판 동화의 재해석이 들어갔는데, 공주와 개구리 원 이야기의 단순한 플롯을 화려하게 확장시켰다고 해야하나.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티아나(애니카 노니 로즈)는 원래 공주가 아닌데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일중독 여자였다. 옆에 부자 친구인 샬롯(제니퍼 코디)이 있긴 하지만 라이벌 구도같은 걸 내세우는 건 아니고, 그녀와 자신의 인생을 비교해 우울해지는 일도 없다. 오히려 사이좋은 친구사이인데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의 장점이 부각되어서 재미있다는 느낌이었다. 샬롯이 워낙에 애교가 많고 눈치가 없는 성격이기도 한데다, 이 영화의 티아라는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불행이나 행복의 크기를 재는 인간이 아니어서 말이지.

  보면서 비교가 되는건 오히려 나빈 왕자(브루노 캠포스)와 더 비교가 됐다. 똑같이 가난의 정점에 서 있지만(빈털털이 망나니 찌질이 왕자 나빈이시여) 그걸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니까. 처음에 그들이 완연히 대립하는 것만 해도 그렇고 투닥투닥 대는 꼴을 보고있으면 아 둘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구나! 이걸 느낄 수가 있다. 그렇게 안맞는 둘이 만나서 서로에게 자신의 성격을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처음엔 티아나가 평강공주처럼 바보온달 나빈을 교화시키는건가 싶었는데 뭐 그정도로 열정적이진 않고, 부지런한 티아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빈도 영향을 받고, 나빈을 통해 티아나는 일 뿐 아니라 사랑도 돌아볼 수 있게되는 윈윈 관계.

  공주와 개구리 원작도 판타지같은 이야기였지만, 거기에 더 판타지가 더해져 알록달록한 색채가 나타나게 된 거 같은 느낌이다. 디즈니식의 악역은 닥터 파실리에(키스 데이빗)이라는 부두교 신자가 맡고 있는데 뭐 악역의 역할이 크게 역할이 부각된 거 같진 않았다. 초점이 개구리로 변한 후 티아나와 나빈이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지에 더 잡혀있어서 그런가...

  티아나와 나빈이 개구리가 된 뒤 만나게 되는 친구들인 레이(짐 커밍스)와 루이스(마이클-레온 울리)들은 적당히 흥을 돋워주는 조연들이었는데, 활기차고 엉뚱한 건 악어 루이스이긴 하지만 이상하게 레이 쪽이 더 시선이 갔다. 힘없는 반딧불이지만 이반젤린을 향한 사랑을 믿고 있고, 친구들간의 우정도 배신하지 않으며 사랑을 지켜주려 애쓰던 캐릭터. 디즈니 답지 않은 결말을 맞았지만(...) 최종적인 결과를 보면, 뭐 그래 어쩌면 괜찮은 것 같기도.

  디즈니 최초의 흑인공주를 내세웠는데 결과가 제법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꿈을 '스스로' 키우는 공주상을 보여준 건 정말 즐거웠고, 통속적이지 않은 왕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재미있었고. 음 좋았다!


아이언맨
감독 존 파브로 (2008 / 미국)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테렌스 하워드, 제프 브리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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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아이언맨이 안티 히어로 이야기인 줄 알고 있었다. 응 아니구나...

  포스터만 보고 되게 어두운 영화일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돈도 있고 머리도 있는 바람둥이 남자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생각보다 고뇌가 없었다. 모든 초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는 걸 생각하면, 이놈의 토니 스타크는 고뇌가 거의 안보이는 데다가 심지어 아이언 맨이 되어 하늘을 날며 좋아한다. 진정한 초딩 영웅이 아닐 수 없다ㅜ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토니의 초딩스러움이 빵터지기까지. 나는 영웅임 흐응흐응'~'..토니...OTL

  아무래도 아이언맨이라는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인지라 싸우는 장면보다는 과정 부분에 치중해 있다. 그래도 싸우는 장면보다 수트 만드는 과정이 더 재미있으니 전혀 상관 없음. 인간도 아니고 로봇들이랑 투닥투닥 거리면서 수트 만드는 장면이 재미있다. 집사격인 이 로봇들은 인공지능(...)을 갖춘건지 뭣인지 거의 인간같았다.

  토니 자체가 워낙에 유아독존인 인물이라서, 주변인물들 비중도 그다지 안컸다. 국방 쪽 인물인 제임스(테렌스 하워드)는 절친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고, 여주인공인 페퍼(기네스 펠트로)는 별로 무매력. 뭐 이런 히어로물의 히로인들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토니가 왜 페퍼를 좋아하게 되는지조차 난 이해되지 않았어. 악역인 오베디아(제프 브리지스)는 원래도 니가 악역일 줄 알았습니다 라는 느낌이라ㅋㅋㅋ 그냥저냥 특별난 악역같지는 않았다.

  영화 마지막의 쿠키영상에서 마블 통합시리즈를 기대하게 하는구낭.

  다 보니까 뭔가 다른 슈퍼 히어로물보다 남자애들의 꿈과 로망을 실현한 영화 같다는 느낌.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나거나 하지 않아도 돈과 머리만 있으면 나도 슈퍼 히어로! 아 그런데 둘 다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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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
감독 커스틴 셰리던 (2007 / 미국)
출연 프레디 하이모어,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케리 러셀, 로빈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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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당시엔 보고 싶었다가, 또 안보고 싶어졌다가, 또 어쩌다가 봤다. 생각보다는 음악이 좋았다. 근데 난 딱히 어거스트(프레디 하이모어)의 연주에서 감명받은 건 없었고;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노래를 오래간만에 들어서 좋았음. 벨벳 골드마인떄가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참 전형적이고 우연많은 스토리다.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라일라 (케리 러셀)이 한눈에 서로 반한거며, 딱 하루 잤는데 임신한거며, 그 아이를 무사히 낳으거며, 그 애가 엄마 모르게 입양될 수 있었던 사고-_-.... 엄마 아빠의 만남부터 우연의 연속이더니 애가 자라고 나서도 우연은 엄청 많다. 어떻게 딱 애가 가출하고-_- 재능을 발견하는 시기와 맞물려서 스토리가 진행되느냔 말이다. 라일라가 나중에 어거스트의 생존을 알고 찾는 건 그러려니 했는데 루이스까지 뉴욕에 오게 되는건 좀. 아무리 우연이 필연적인 소재라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우연이 너무 많아.

  ...근데 재밌다. 난 어쩔 수 없나봐. 전형적인거에 낚이는 걸로는 넘버 원. 일단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밴드로 노래 부른데에서 껌뻑 넘어갔으니 어쩔 수 없다. 이 영화가 월메이드 영화라고는 말 못해도, 내가 이 영화에 꽤 매료된 것은 사실이다. 난 즐겁게 봤다.

  루이스와 라일라는 어떻게 보면 좀 바보같은 면이... 루이스 그렇게 좋았으면 라일라를 끝까지 쫒아갔어야지, 개선문 앞에서 찌질찌질. 라일라도 좀 비슷하고. 그냥 얘네는 이 영화의 우연과 낭만을 더해주는 역할 정도. 어거스트 캐릭터 자체는 어린애가 가지고 있는 어리숙한 맛이 살아있어 좋았다. 내가 듣는 음악에 비해 너무 천재라서 짜증나긴 했지만. 뭐 천재라니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위자드(로빈 윌리암스)인데... 길거리에 애들 앵벌이 시키는 거긴 하지만 나름대로 음악에 열정이 있어 보였다. 캐릭터가 막판에 더욱 재수없어졌지만 어쨌든 자기의 부족한 재능을 아이들에게서 발견하려 하는 부분이 일면 있었던 듯. 좀. 현실적이어서 안타까운 캐릭터랄까.

  프레디 하이모어는 여전히 연기 잘한다. 바르게만 커다오. 조나단은 여전히 섹시... 아 나 밴드 노래부르는 장면 보고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역시 난 이 사람 목소리가 꽤 맘에 들어. 후 찬양하고 있네요. 케리 러셀은 생각보다 밋밋했음... 포스가 조금 딸려요 언니. 로빈 윌리암스는 확실히 선한 역에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그런 역할을 많이 했지만 악역에서 더 빛나는듯. 연기 좋았어요. 마지막에 지하철 역에서 하모니카 부르는거 참 마음에 들었던 씬. 테렌스 하워드는 사회복지사로 나왔는데 딱히 뭔가 있진 않았네요.

  천재소년 어거스트 러쉬인데, 이상하게 걔의 음악은 별로 당기지 않고 그 아버지인 루이스의 밴드 음악만 머리속에 쏙쏙 들어왔던 영화. 전형적이고, 무섭도록 우연으로 점철되어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는 굉장히 눈물이 많은 편인데(슬픈 영화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그렁그렁 할 정도로) 요새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메마른 듯. 힘들어도 슬퍼도 그랬는데... 이 영화 보다가 중간에 펑펑 울어버렸다. 갑자기 나온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펑펑 울고 나자, 이상하게도,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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