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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한번 다 날아가서 의욕을 상실... 이럴수가...
웬만하면 국내 포스터 쓰겠는데 국내 포스터가 너무 엉망이라서 쓰질 못하겠다. 주인공도 아닌 애들과 상관없는 장면을 박아놓다니... 너무 노림수가 빤히 보이는데 진짜 별로였다. 이건 이 영화에 대한 모독일뿐야.
정체성을 찾는 성장기 청소년을 다룬 이야기. 주인공이 청소년인 퀴어 영화라면 거의 백발백중인 듯. 흔한듯 하지만 그래도 그걸 보여주는 방식도 좋았고, 영상미도 아름다웠다. 조정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 그리고 여자친구들이라는 다소 독특한 설정도 괜찮았다. 십대를 다룬 퀴어물의 전형을 벗어나진 않지만 나름 재미있게 본 듯. 잉베를 사랑한 남자와 비교해보면 단연 잉베 쪽이 낫긴 하다. 그래도 이게 나쁘단건 아니고. 취향이 그렇다고.
이미 자신의 위치가 정해진 상태에서 거기서 내쫓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떠안고 무언가를 고백하긴 어려운 일이다. 이 영화에서 토비(로버트 스태들로버)가 가진 고민이 그렇다. 이미 조정부 주장으로서의 위치도 확고하고, 자기가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에힘(코스챠 울만)에게서는 베스트프렌드 자격을 가지고 있고. 이 상태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똑바로 바라보고 제 감정을 고백할 수 있겠어. 그런데도 여전히 에힘을 좋아하고, 남자에게 끌리고. 그러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 질풍노도의 청소년 아니던가.
자신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토비는 여러 사람을 상처준다. 작게는 에힘, 그리고 에힘의 여자친구 산드라(미리암 모르겐스테른)부터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애 엔케(알리샤 바흐레다 쿠루스), 퀴어팀의 일원인 레오(말론 키텔)까지 상처를 줬으니까. 근데 청소년기엔 다 이렇지 않나. 자기를 바로 보기 위해 남을 상처주는 일이 너무 흔하다. 그리고 얘가 뭐 대단한 나쁜 짓을 한 것 같진 않았다. 적어도 잉베~에서의 얄레보다는 훨씬 낫다(...) 게다가 토비는 결국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자신이 상처줬던 모두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었다.
폭풍우 탓에 모두가 캠핑을 접을때, 번개 탓에 토비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이 있다. 그 때 토비가 느꼈을 감정이 내게도 느껴졌다. 게이인 자신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선이 그어진 것 같았을 거다. 그 뒤에 쉼터로 들어왔을 때에도 에힘에게서 쫓겨나고, 샤워기 아래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토비. 결국 그를 구원한 건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게 도운 레오의 침대였다.
조정부의 말썽꾸러기 조지(트리스타노 카사노바)와 퀴어팀의 말썽꾸러기 말테(한노 코플러)의 이야기는... 흠... 그 못나보이던 조지가 멍청하고 마음 약한 애라는 데 한 번 놀랐고, 말테가 정말 싫었다. 난 저런 사람 딱 질색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넘치는 건 좋은데, 다른 사람을 상처주는 건 별로다. 말테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조지에게 어떤 의미일 지 확실히 알았어야 했다. 애지만 지켜야 할 선이란 게 있다.
조정부 선생님인 한시(유르겐 통켈)는... 선생님으로서 썩 좋은 롤모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토비가 그런 지경에 처했을 때 제대로 대처 안해주는 거 보고 화면 안으로 들어가서 때릴뻔;
별건 아닌데 나 이 영화 초반 볼 때만 해도 이게 러시아 영화라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퀴어팀 애들이 도움을 청하러 와서 누가 도와줄래, 너? 너? 할때 Du 라는 발음을 듣기 전까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로버트 스태들로버가 너무 러시아인처럼 생겼던걸까...
산뜻함. 조금은 얼룩진 구석이 있는 수채화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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