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6 / 영국, 미국)
출연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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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prestige]의 뜻:
1. 환상·착각·마술의 트릭·사기
2. 순간이동 마술에 사용되는 이동수단
3. 신의 경지에 도달한 마술의 최고 단계

  오늘에서야 봤음. 개봉관도 얼마 안남아 있었다. 요새 취향에 맞는 영화도 없고, 이전부터 보려고 아둥바둥 하기도 했고 해서. 메가박스 코엑스점까지 가서 봤음. 완소 휴 잭맨도 나오고, 크리스찬 베일도 나오고. 영화가 재미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봤는데, 뭐 재미 있었다. 둘이 경쟁하는 모습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메멘토 감독 아니랄까봐 시간 이상하게 엮어놓은 것도 괜찮았다. 복선도 잘 깔았고. 근데 반전이 알아채기 좀 쉽더라. 이전 식스센스를 보면서 느꼈던 그런 반전은 다시 못겪는건가.

  근데 좀 아쉬운건 나는 마술에 관한 이야기, 이런 식으로 봐 놔서... 마술 기법 이런 거 위주로 나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처음에는 물론 그랬지만, 뒤로 갈수록 기법이라기 보다는 요상한 과학이 나와주셔서. 그러면서도 나름 실제성을 부과하려고 한건지 에디슨 이야기가 나와서 웃었다. 

  요상한 과학자 테슬라 역할은 데이빗 보위. 근데... 몰라봤다. 아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구나. 하고만 생각했지 정말 몰랐어. 그러고보니 배트맨 비긴즈의 알프레도역의 마이클 케인씨가 카터 역할로 나왔는데, 이분도 목소리 듣고 알았다. 나 왜이러지. 

  연기들은 좋았다. 가끔 크리스찬 베일 목소리가 너무 힘에 찬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거슬리진 않았다. 크리스찬 베일은 '아메리칸 사이코'이후로 몹시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휴 잭맨도 부담없었고. 무대 쇼맨십이 좋더라. 진짜 마술해도 될 거 같아. 킥킥. 휴 잭맨이 무대 밑에서 손 벌리면서 환호를 듣는 장면이 꽤 인상에 남았다. 나머지 여자 배우들도 부담없이 괜찮더라. 근데 스칼렛 요한슨은... 무대에서 도우미 역할하니까 제법 몸매 드러내는 옷을 입는데, 안 어울려. 전부터 생각했던 스칼렛 요한슨은 유아체형. 을 확정지었다. 얼굴은 섹시한데...

  요상한 과학은 좀 뜬금없었지만, 전체적인 구성이라던가는 맘에 들었다. 연기들도 참 좋았고. 피곤해 죽겠는데 극장가서 본 보람이 있었다.

p.s - 휴 잭맨은 양복입고 태어났나보다.

연출 : 오태석


  극단 목화의 신작이다. 우연히 표를 얻게 되어서 볼 수 있었다. 이전 공연예술의 이해 라는 수업을 들을 때, 극단 목화의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실제로 본건 아니고, 영상으로. '태'와 '백마강 달밤에'를 보았었다. 우리 전통 극을 생각나게 해 주는 연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극단 목화의 홈페이지에 가보면,극단 목화는 '<생략, 비약, 의외성과 즉흥성>이라는 전통연희의 특징을 기반으로 동시대의 서양 드라마적 연극 요소들과 동양 연극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조율하여 목화만의 방법론을 구축해왔다.' 라는 말이 있다. 이가 곧 극단 목화 연극의 특징을 나타내 주는 말이다.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의 발걸음이 참 재미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연출가 오태석이 있고.

  어찌 됐건 극단 목화를 기억하고 있는 내 기억 덕분에, 이번 연극을 참 기대하고 있었다. 듣고 있는 희곡작품론 때문에 연극을 하나 보아야 했는데 그 때문에 더 집중해서 보아야 하기도 했고. 눈을 안떼려 노력하면서 봤다.
  처음 극장 안에 들어섰을때, 생각보다 훨씬 커서 놀랐다. 여태까지 연극은 소극장에서만 봤었는데 내 생각보다 더 규모가 컸다. 추석 전날인데도 사람들도 가득했다.

  연극 자체는... 소재가 특이하다고 해야할까. 농촌의 황폐화와 옛 이야깃거리를 합쳐서 만들어낸 이야기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는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노인들이 빚을 갚기 위해 맹도견이 되며, 맹도견 역할을 위해 네발로 걷는다는 설저어 자체가 내게 몹시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50년이 지나 되풀이되는 살인사건은 씁쓸함을 감돌게했지만 왜? 라는 의문을 던지게 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악어와 괴물들의 향연은 뜻모를 것이 되어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면, 어려웠다. 무엇을 위한 극인지 내게 잘 다가오지 않았달까... 내가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전 영상으로 본 이전 작품들은 참 재미있었는데. 아쉬웠다. 길기로 유명했던 오태석의 극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이번 극도 짧은편인 80분짜리 극이었는데... 극이 짧아지며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생겨 그런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잔뜩 기대를 품고 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조금 아쉬웠다.


...아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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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생신모임. 이민간 작은아빠 가족은 빠져서, 상당히 단촐한 모임이 되었다. 우리가족 넷, 고모네 가족 넷.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에게 동생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동생이 네 살 때 고모와 삼촌과 작은 놀이동산에 갔었댄다. 거기서 어떤 아저씨가 바닥에 침을 뱉었더니, 내 동생은 용감하게 외쳤다.
"아저씨! 침뱉지 마세요! 지구가 더러워지잖아요! "
  으하하하하하. 지금 날라리가 된 동생은 침을 찍찍 뱉고 다닌다.

  내 동생만 그런게 아니라, 아이들은 엉뚱하다. 오늘 고모 아들 명철이(6살)는, 고맙습니다를 바라고 말 하신
  "인사를 잘해야 용돈을 주지!"
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안녕하세요!"
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으하하. 어린이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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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임, 후애 (後愛)



  소닌(내겐 소닌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서, 이걸로 부르겠다)이 국내에서 음반을 낸다고 했을때, 그 결과가 몹시 의심스러웠다. 일본인이 가진 발음으로 한국어 발음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제법 발음이 괜찮았던 Gackt도, 사실 팬이 아닌 사람의 귀에는 몹시 우스웠다. 못알아 듣는 발음도 굉장히 많았고.

  어쩌다 듣게 된 소닌의 한국 발매 음반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일본에서 발매했던 カレライスの女 (카레라이스의 여자)를 한국어로 번안해서 부른 곡 후애(後愛). 사실 참 평범한 제목이다. 그러나 카레라이스의 여자 원곡이 가지고 있던 느낌과 한국어 가사가 잘 어우러져 멋진 노래가 만들어졌다.
 
  발음도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많이 연습한 듯. 본디 재일 교포 3세라서 할머니와의 한국어 대화가 오고갔다 들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정도 발음이 나올 수 없었겠지. 실제로 이전에 포지션의 I love you(오자키 유타카 원곡)를 부른 영상을 보면 발음이 좋지 않은 편이다. 음악의 리듬과 멜로디에 잘 맞춰서 한국어 가사를 지었다는 느낌도 든다. 나쁜 발음을 감춰주게 만드는 듯한 가사랄까. 원곡도 생각나고, 그러면서도 한국적 느낌도 나고. 참 좋았다.

  소닌은 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가수이다. 재일 한국인이기 때문에 많은 오디션에서 이유없이 거절당하기도 했다. 고생 끝에 결성된 EE JUMP. 고토마키 동생(이름도 기억안나)과 함께 하던 EE JUMP는 고토마키 동생때문에 해체..-_- 난 그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이전 처음 일본 가수를 접하던 시기와, EE JUMP 활동 시기가 맞물려 소닌을 곧잘 봤었다. 해맑은 미소를 가진 소닌은 쓰러지지 않는 그런 이미지였다.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난 후엔 더 좋았고. 아무튼 그녀는 그 이후 홀로 메이져 데뷔를 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에 다시 재계약을 맺지 못하는 등 많은 고생을 했다. 그것을 이겨내려 마라톤도 하고... 여러 모로 참 응원해주고 싶은 가수.

  소닌의 한국 첫 싱글, 후애(後愛). 그녀의 일이 앞으로는 좀더 잘 풀렸으면 좋겠다.
Fatboy Slim, Praise You


   어릴때 MAX 5집이라는 팝 믹스 앨범 테이프를 산 적이 있었다. TV에서 나오는 릭키 마틴의 노래가 너무 멋졌기 때문에. MAX 5집의 첫번째 트랙이 릭키 마틴의 노래였으니까... 전 정규 앨범이라던지 하는 그런 가치가 머릿속에 박혀있지 않았었다. 그냥 찾다가 저 앨범이 있어서 산거나 다름 없었달까. 지금 보니 꽤 명곡만 모아놓은 음반이더라. 어찌 되었건 난 이 앨범 때문에 꽤 많은 팝 가수들을 알 수 있었다. 노래들도 다 좋았고.



   이 앨범을 통해 알게 된 많은 가수들 중 하나가 팻보이 슬림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앨범을 듣고 좋은 노래가 있으면 인터넷 서치를 해보지만, 그때는 인터넷이 그다지 발달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팻보이 슬림은 그냥 내게 묻혀져서 지나갔다. 그 노래가 참 좋구나, 하는 기억만 남기고.

  다만 MAX 5집에는 각 노래가 실린 앨범 사진이 있었는데, 그 앨범 자켓은 옆의 사진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팻보이 슬림=뚱뚱하다 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박아넣게 되었다. 저 사람이 팻보이 슬림인줄 알았거든?!

오늘 어쩌다가 Daft funk의 노래를 듣게 되어서 다프트 펑크를 서치하고, 또 어쩌다가 서치를 통해 팻보이 슬림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래서 전에 듣던 노래가 떠올라서 서치를 했는데... 아... 날씬하데...?

  아놔... 이렇게 날씬할 줄이야. 내게 팻보이 슬림은 뚱뚱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근데 날씬했어. 날씬했다구. 날씬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어..OTL 게다가 개구지게 생기지도 않고 핸섬하잖아. 나쁜건 아닌데 뭔가 슬프다 흑흑.
  어찌 됐건 팻보이 슬림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된 기념으로 포스팅. 노래는 내가 좋아했고 좋아하는 노래 Praise You.

덧붙이기 : 밑에 리플을 통해 아름님이 알려주셨다. 노래는 노먼 쿡이라는 DJ겸 작곡가가 짓는 것이고, 부르는 것은 각기 다른 보컬이라고. 세션형식인가보다. 호오.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 이안 (2005 / 미국)
출연 히스 레저, 제이크 질렌할, 미셸 윌리엄스, 앤 헤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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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구 이슈화 되고 있을 때만 해도 절대 안보려고 했다. 예고편 같은걸 봤는데 정말 내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어쩌다 관심이 생겨서 또 보게 되었는데, 예감 적중. 내 취향은 좀 아니었다. 일본영화의 밋밋함과는 또 다른 그런 느낌. 아 이런 느낌이 나는 참 싫었다. 영화를 나쁘게 보려는 것은 아니고, 내게는 그러했다는 소리다.

  에니스와 잭의 사랑이야기. 뭐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가정파괴범들의 이야기겠지만. 어쩄든 둘에게는 풋풋한 사랑이야기. 둘다 사랑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나가 잭은 모든것을 버리고 에니스와 새출발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이전의 시대상(아 배경의 몇년도인지 모르겠다. 과거는 과건데.)에 맞는 남자인 에니스는 그렇지 못하다. 자기가 게이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서 조금 울컥하기도. 에니스는 자기가 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나는 에니스가 잭보다도 더 게이같았다. 아 뭐라고 표현해야하지. 아무튼 에니스는 그 시대상에 맞춰진 남자로서의 그것과 게이로서의 존재사이에서 갈등한 것 같은 느낌. 

  퀴어이야기는 차치하고, 이 둘의 사랑은 참 뭐랄까. 그 순수함만으로 따지만 아무것도 거릴것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의 사랑앞에 무엇이 있는가. 남은것은 브로크백 마운틴 뿐이라고 잭은 말했지만, 사실 둘은 서로만을 갈구하고 있었는걸. 둘이 함께 살게 된다는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운 이야기일 뿐, 사실 그 둘의 사랑만큼은 나는 완벽히 이뤄졌다고 본다. 씁, 알마만 불쌍하지.(이상하게 난 루린은 안불쌍하더라.)

  스트레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애달픈 사랑의 모습을 잘 그려낸 두 배우의 연기는 참 좋았다. MTV에서 둘이 최고의 키스상을 받을 때만 해도 왜그런가 했는데. 보고 나니까 이해된다. 히히. 둘다 이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참 괜찮았음. 히스 레저는 배트맨 다음 편에서 조커로 캐스팅되었는데. 잭 니콜슨의 조커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시점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 중. 제이크 질렌홀은 뭐하는지 모르겠고. 미쉘 윌리암스를 오래간만에 보아서 참 좋았다. 더 월2 에서 보았던 이 배우는 참 풋풋한 느낌을 주었는데. 앤 해서웨이는 몰라봤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지나가듯 봤었는데... 거기에서보단 훨씬 나았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 자체는 뛰어났다. 사실 배경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메종 드 히미코
감독 이누도 잇신 (2005 / 일본)
출연 오다기리 죠, 시바사키 코우, 타나카 민, 니시지마 히데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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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보면 퀴어영화인데, 퀴어영화보다는 화해... 인간적 해소.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스토리는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게이 아버지를 둔 사오리. 사오리는 명백한 호모포브이다. 아버지는 히미코. 히미코는 늙어서 게이들만의 양로원인 메종 드 히미코, 곧 히미코의 집을 만든다. 그러나 죽어가는 상황. 사오리는 히미코의 애인인 하루히코의 꾐으로 우연찮게 히미코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의 게이들과 생활해 나가면서 패그해그로 전환한다. 

  영화에서는 사오리가 패그해그로 전환하는 모습이 인간적인 설득력을 담아서 진행한다. 때문에 때때로 웃음을 짓게도, 울상을 짓게도 만든다. 히미코의 애인인 하루히코가 가지는 불안감과 욕심들의 모습도 적당히 설득력 있었고, 그 때문에 사오리에게 인간적 관심을 더 쏟게 되는 것도 이해할 만 했다. 중간 즈음에 옷을 갈아입는 장면, 집단 군무 장면이 특별히 재밌었다. 사오리에게 손을 못 대는 하루히코를 보면서는 조금 특별한 감정을 느꼈고.

  영화는 참 깨끗하다. 밝은 화면과, 어둡지 않은 화해의 이야기. 소외된 한 집단의 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즐겁게 풀어나가진다. 중간 중간 겪게 되는 시련들은 그다지 크지도 않았고... 나는 나름 깔끔하고 정돈된 영화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보고 나서 어떤 감정에 시달린 것도 아니었고. 그냥 말끔한 영화.
 
  조리되지 않은 깔끔한 영화. 일반적인 틀에서 나올 수 있는 깔끔함. 나는 좋았다.

  현대희곡작품론 때문에 본 작품. 연극을 보러가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데, 좋은 기회였다. 저번 학기 연극 '일주일'을 본 이후 처음. 연극 '일주일'을 봤을 땐 몹시 실망했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그렇지만 그 대본의 촌스러움과 비논리성에 우리 나라 연극계의 수준에 대해 잠시 고민했었을 정도.(니가 뭔데)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꽤 좋았다!

  사전 정보 하나도 없이 끌려들어가서 본 거라 모노드라마인줄도 몰랐다. 극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는데, 아 판타스틱. 혼자서 그 많은 배역을 소화하는 재주도 뛰어나지만, 그런 인물이 바뀔 때의 상황도 매끄러워서 참 좋았다. 모노드라마라서 식상해지기 쉬운것을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서 시종일관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재주도 참 놀라웠다. 대본의 힘도 힘이겠지만, 배우의 힘이 몹시 컸다. 어쩜 그리도 연기를 잘하는지. 아 생생한 연기는 그야말로 감동 또 감동. 극이 끝난 뒤 보니 유순웅씨 등짝이 다 젖어있더라. 조명 탓도 있겠지만, 그 긴 시간동안 혼자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중간에 간택(?)되어서 연기한 네명의 일반인들에게 박수를.

  그야말로 입담과 연기력으로 이끌어지는 이 극에 안타까운 면이 없지는 않다. 유쾌하게 잘 이끌어지던 극이 마무리를 짓기 위해 신파로 이끌어지는 것이 바로 그것. 그게 크게 거슬리는 것은 아닌데,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를 했어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삼스러운 설정은 나를 조금 민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단점은 그냥 넘어가고 싶을 만큼 이 극은 참 재미있고, 유쾌했고,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갖추어져 있었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라는 등의 알맹이 있는 대사도 참 좋았고. 연극 보러 간다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도니 브래스코
감독 마이크 뉴웰 (1997 / 미국)
출연 조니 뎁, 알 파치노, 엘리 알렉산더, 케이티 사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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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파치노를 본 것은 영화 '시몬'에서가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 사실 알 파치노는 '시몬'에서는 그다지 큰 인상을 남겨주진 않았다. 영화가 워낙 밋밋해서 그런건지, 내가 대충봐서 그런건지. 

  도니 브래스코는 알 파치노 때문이라기보다는 죠니 뎁 때문에 보았지만, 죠니 뎁보다 알파치노가 도드라진다. 명배우는 괜히 명배우인것이 아닌가봐... 조니 뎁이 연기를 못한건 아닌데. 알 파치노의 깊은 연기는 아무래도 감당하지 못했나보다. 캐릭터 자체도 알 파치노의 레프티가 좀 더 눈에 띄는 면도 있고. 하지만 캐릭터가 눈에 띈다 안띈다의 차이는 아닌... 배우의 아우라? 그런 종류의 것. 

  설정은 어찌보면 흔해빠져먹었는데, 그런 잔잔함 속에 점점 더 비참해지고 안쓰러워지는 레프티의 모습에서 가슴이 찡. 찡. 마피아 이야기라길래 나는 좀더 화려한, 그런 것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마피아는 아니고... 마피아 조무래기. 퇴물이 다 되어버린 그런 마피아. 그 와중에서도 자존심을 지키는 모습과 비굴해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진짜... 그 설정 속에서 나오는 안쓰러움들이 가슴 아팠다. 마피아만 아니라면 삶에 찌든 일반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린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서. 

  도니 브래스코의 변화 과정도 꽤 재미있긴 한데, 제목에 쓰인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과정보다는 점점 추락해가는 레프티의 모습이 더 눈에 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다.

  마지막 부분 즈음에, 레프티가 '불림'을 받고 나가는 장면이 백미이다.

도니한테 전화오면 전해. 그게...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난 좋다고, 알아?

  그리고 나서 자기가 가진 돈 될만한 것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풀어 놓고 나가는 모습... 진짜 눈물난다.

  알 파치노의 멋있다. 아, 대부 봐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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