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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았던 건 '준의 세계'인데, 이걸 읽고 되게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미래 SF가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룰 줄이야. 미래 배경이면서도 주제는 또 현실적인 지라 읽으면서 놀라고 감탄했었다. 재미있게 읽었던 건 '중매'. 이건 지하철에서 읽다가 소리내서 웃기까지 했다. "오…… 그 기집애…… 결혼 안 돼버렸으면 좋겠다!"하고 외치는 아내의 모습에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귀여운 이야기였다. '남편의 호주머니'도 기억이 남는데,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소한 의심이 낳은 치명적인 결과라는 점에서 충격이 있었고, '시골 처녀'같은 경우에는 내가 머리카락을 잘린 것마냥 서슬퍼런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쿵 내려앉더라. '이상한 학우'같은 경우에는 이 짧은 단상 속에서 누가 평범하고 누가 평범하지 않은지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하게 했고.
이 이외에서 많은 단편이 실려있는데 다들 몹시 재미있다. 무엇보다 한 편 한 편의 길이가 매우 짧으니까 머리를 식힐 때 읽어도 좋을 듯.
으 언제 읽어도 김승옥은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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