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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소설은 하나도 안읽어봤는데 어째 이것부터 읽게 되는구나. 카테고리가 소설이긴 한데 이거 에세이 아닌가? 본인의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까. 뭐 소설처럼 쉽게쉽게 읽기는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었음.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소설이 아닌,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나와있어서 흥미로웠던 책. 이런 면에서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었을 때 같은 느낌이 났다. 그 책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스티븐 킹이 작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가 더 재미있는 책인데 이 책은 아예 그런 테두리 없이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고난 뭐 이런걸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기 인생사도 좀 다루는데, 중산층에서 가난을 모르고 자란 청년이 청구서를 걱정하는 지경이 되고, 돈이 너무나 급한 나머지 야구 카드 게임을 만들어 팔려는 생각을 하기까지의 그런 과정들이 남의 일이라 그런지 즐거웠다. 희희낙락했다는 게 아니라 과정이 흥미를 끌 만하고 아 이런 상황까지 몰아붙여졌구나 싶은 생각을 한 발짝 더 하게 되는.
단순히 글만 쓴 게 아니라 경험을 많이 했다는 점이 내 시선을 끌었다. 남들이 다 겪는 그런 경험 외에도 파리에 가서 살아본다던가, 회사에도 다녀보고, 다른 작가의 영어본 책을 내는 걸 도와 본다던가, 희곡을 상연했던 경험 같은 것들이 한 데 모여 폴 오스터라는 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얻게 되는 생각의 향연은 날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여튼 이런 복잡한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게 주목할만한 일이겠지.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생활고에 지쳐 번역 일만 하느라 글쓰기를 일주일 정도 놓게 되자 손에서 작가로서의 감이 떨어졌다고. 꾸준한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부끄럽지만 나도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있는 편이라서 더 즐겁게 읽었다.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는 대부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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