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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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에밀리 브론테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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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정신병자들의 향연인가... 워낙에 유명한 소설인지라 좀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이건 에밀리 브론테의 자매인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네. 자매가 내게 무슨 짓을 한거지... 오히려 극 내용으로만 보면 제인 에어 쪽이 더 탄탄해 보인다. 폭풍의 언덕은 집안의 가정부 넬리의 입에서 전해지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좀 이상했다. 구성 방식이 영... 근데 재미는 이 쪽이 더 있었던 게, 캐릭터들이 워낙에 강렬해서 그랬다. 그래도 내 취향은 별로 아니었다. 나는 나쁜 캐릭터 좋아하는데 여기 나오는 '나쁜' 캐릭터들은 동정할 가치도 없어ㅎㅎ

  1대와 2대에 걸친 이야기인데, 캐릭터들이 다 혈족으로 맺혀있어서(오 친척결혼 가능한 나라시여) 읽으면서 관계 정립하느라고 초반에 좀 헷갈림. 케서린 언쇼와 힌들리 언쇼가 일단 남매고, 언쇼 집안에 히스클리프가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야기의 서술은 가정부인 넬리가 맡는다. 가정부지만 힌들리와 나이가 같음. 소설 주인공 1세대들과 동년배라서 그 나이에 맞는 시선을 보여줄 때도 있다.

  캐서린은 말괄량이 캐릭터고 힌들리는 약간 허세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남자애였던거 같은데, 히스클리프로 인해 여러모로 두 캐릭터 영향을 받게 된다. 아버지에게 히스클리프와 비교당하며 히스클리프에 대한 증오를 쌓은 힌들리는, 아버지가 세상을 뜬 후 히스클리프를 핍박한다. 이 상황에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그래도 서로를 의지하며 잘 노나 싶더니,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좋아하면서도 그의 가난과 무지함을 견디지 못해 안전한 선택(...)인 린턴가의 에드가와 결혼한다. 이 에드가가 나쁜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점잖고 괜찮은 사람이란 게 오히려 내 속을 태웠다. 여튼 이 과정에서 캐서린의 속마음을 알게 된 히스클리프는 언쇼 집안과 린턴 집안에 복수를 다짐하며 마을을 떠난 후, 한참 후에 다른 사람이 되어 되돌아온다. 여기서부터 복수극의 시작이다.

  마을로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힌들리의 집에 정착한다. 일단 도박으로 이미 위더링 하이츠 저택을 손에 넣은 상태인데, 여기서 또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헤어턴의 사랑을 얻는데 그를 좋은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닌, 망치는 길로 인도한다. 1대 뿐 아니라 2대를 망치고 있는 셈. 난 여기서부터 히스클리프를 용서할 수 없었다(...) 또 히스클리프는 주기적으로 캐서린과 접촉한다. 옛 친구의 귀환에 마냥 신난 캐서린은 그를 항상 환영한다. 에드거의 불만을 사더라도 신경쓰지 않는 쿨함... 속터져서 내 참. 이 와중에 에드거 린턴의 동생인 이사벨라가 히스클리프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내는 걸 보면 어이가 없어 소설 안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을 정도. 그리고 이걸 생각없이 히스클리프에게 말하는데, 히스클리프는 린턴 가문 또한 망치기 위해 이사벨라를 이용하여 둘이 도망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사건들이 겹쳐 캐서린은 결론적으로 보면 자기 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망. 죽기 전에 딸 캐서린, 즉 캐시 린턴을 낳고 죽는다. 이사벨라 쪽은 후에 본색을 드러낸 히스클리프에게 질려 히스클리프의 아이를 잉태한 채 다시 도망. 린턴 히스클리프를 낳는다. 이렇게 캐서린이 죽으면서 1대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셈. 난 너무 이해가 안갔던 게 캐서린. 자유분방한 아가씨인건 좋은데 민폐는 끼치지 말라 이거야. 히스클리프는 좋지만 가난한 그는 싫어. 에드거는 안정되고 편안하지만 히스클리프에게 끌려. 이게 뭐야 이 싸이코패스야.... 그러다가 결국 자기 화를 감당 못하고 죽지를 않나. 어이가 터졌다.

  캐서린이 죽어서 정신을 차리면 히스클리프가 아니죠. 끝까지 언쇼 가와 린턴 가를 망가뜨리려는 히스클리프의 계획은 2대로 넘어가 계속되는데, 캐서린이 죽은 뒤 그의 오빠인 힌들리 또한 죽게 되고 남은 아이 헤어턴은 하인의 상태로(자신은 그런 지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상태로) 자라게 된다. 히스클리프가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던 힌들리의 복수를, 그 아이에게 고대로 한 셈. 캐시의 경우 에드거 린턴의 지극한 사랑으로 자라나지만 어머니를 닮은 구석도 분명 존재해 이게 재앙의 씨앗이 된다. 린턴 히스클리프는 이사벨라가 죽은 뒤 잠시 에드거의 집에 맡겨지지만 히스클리프가 그 존재를 쫓아 아이를 빼앗아간다. 본디 몸이 약하고 성격도 그다지 강하지 못했던 린턴은 히스클리프의 집에서 더 버릇없고, 더 유약하게 자라난다. 이 세 아이가 만나는 장면들이 좀 웃긴데, 어쨌든 히스클리프의 계략으로 세 아이는 다시 재회한다. 셋 다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만 캐시는 하인같은 모습의 헤어턴이 자신의 사촌이라는 데 질색을 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린턴의 경우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피려 든다. 헤어턴의 상처가 보여버려... 헤어턴은 캐시의 눈에 잘 들려 노력하지만 캐시의 무시와 본인의 무지가 겹쳐 좋지 않은 결과만을 낳는다. 나약한 린턴은 캐시에게 더욱 매달며 애같이 구는데 캐시는 그를 내버려두지 못하고 연락을 하다가 결국 히스클리프의 계략에 말려들어 그와 억지로 결혼하게 된다. 좋지 못한 타이밍으로 에드거까지 사망, 결국 양 집안의 재산을 손에 넣으며 히스클리프는 두 집안을 몰락시키는 자신의 계획을 이룩한 셈. 린턴 이 자식은 보면서도 끝까지 짜증이 났던데 야 이 징징이 새끼야.... 몸 약한건 참겠는데 정신이 이따위인건 참을 수가 없더라. 게다가 결혼하고 나서 홀랑 죽어버려 히스클리프의 계략에 한 몫을 해주어버렸다. 어이구 속터져.

  그래서 위더링 하이츠에는 히스클리프, 헤어턴 언쇼, 캐시와 하인들이 이상한 동거를 하게 된다. 집안 분위기가 좋을 리 없지만 이 상태가 계속되는데, 헤어턴의 배려를 마침내 캐시가 깨닫고, 또 그런 캐시로 인해 헤어턴이 변해나가면서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복수가 틀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며 결국은 죽는다. 해서 이 두 사촌끼리 결혼할 모양새를 풍기며 훈훈하게 끝나는 이야기... 인데 훈훈하지가 않단말이다 나는!

  일단 캐릭터들이 너무너무너무 민폐쟁이들이다. 심지어 서술자 넬리마저도 그렇다. 끼어들어서 왜 괜찮을 수 있는 일을 괜찮지 않게 만든다던가 정작 끼어들어야 할땐 끼어들지 않느냔 말이다. 하인의 입장도 있겠지만 이 부분이 무척 열이 받았음. 그리고 1대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천하의 개... 여기까지. 둘이 사랑해서 결혼했으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 아 이건 캐서린 탓이구나! 그래 이 사람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 왜 두 남자 이것저것 재느라고 사람들 속을 헤집어놓느냐. 게다가 에드거랑 결혼했으면 제대로 행동했어야지 히스클리프를 놓지 못하는 행동들은 또 어쩌고. 와 내가 보다가 책 찢어버릴뻔. 히스클리프도 자기 연애는 자기 연애고 애들은 애들이지 왜 2대까지 건드려. 복수의 정당성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나치지 않느냔 말이다. 에드거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말도 안해... 그리고 히스클리프 어린시절 보면 얘도 썩 심성이 바르고 올곧지도 않아요. 또 1대의 힌들리. 야임마... 애아빠가 엄마 죽었다고 애를 그렇게 방치하다니 용서할 수가 없다... 그리고 히스클리프 괴롭힌 것도 애 때야 이해가 간다만 다 커서도 그러지 말라고... 1대에서 봐줄수 있는 건 에드거, 오직 신사 에드거 뿐이에요. 2대는 애들이 다 이런 상황에서 자라서 이해가 간다만 여기서도 캐시가 좀 짜증이 났음. 어쩜 그리 엄마의 단점만을 닮았는지 하지말란 건 다해요. 발을 빼려면 좀 빨리 빼던가... 와오. 그러나 2대의 상진상은 역시 린턴 히스클리프. 이 징징이자식을 그냥...! 어쩜 이렇게 오만불손하고 짜증나게 자랐는지 자식교육의 중요성을 통감하게 해주는 캐릭터였다. 캐시랑 그 난리 쳐서 결혼했으면 잘해줘야지 어쩜 아빠한테 그런 거만 배워서ㅡㅡ 흐아 끝까지 싫었다. 헤어턴의 경우엔 별 말 하면 안될 거 같음. 얘는 상황이 그랬지 애 심성이 괜찮았다. 삐뚤어진 모습을 좀 보여주긴 했어도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고, 또 자기 변화하려는 모습이 기특했음.

  내가 이거 왜 봤지. 전혀 낭만적이지 않는데다가 캐릭터들에게 정을 줄 수 없는 소설이었음. 교훈은 뭐 사람에게 잘 대하자 정도인가. 어쩌라고...? 그래서 총평. 막드도 이런 막드가 없다...... 제인 오스틴이 정말 연애소설 잘쓰는 거였구나.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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