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봤다. 더빙으로 봐서 약간 어색한 느낌이었는데 좀 지나니 적응되더라. 돈 적게 들인 저예산 영화라는 게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서도 느껴지는 영화. 나는 되게 재밌게 봤는데 국내 평이 안좋은 걸 보니 홍보 문제인 것 같다. 가끔 보면 우리나라 영화사들은 왜 영화와 맞지도 않는 홍보문구나 방침을 세우는 지 모르겠다. 여튼 제쳐두고.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진행되는 화면 탓에 다소 어지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런 화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비행기 안에서 보던 터라 곤욕스럽기까지했지만... 내용 탓에 끄지 않고 계속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다소 부적응자 취급을 당하고 있는 앤드류(데인 드한)과 그보다는 좀 더 활달하며, 앤드류를 도우려고 하는 그의 사촌 맷(알렉스 러셀), 그리고 학교에서 인기 만점인 학생회장 스티브 몽고메리(마이클 B. 조던)이 우연한 계기로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배경이다. 그러나 초능력이 이 영화의 중심은 아니고, 다만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된 아이들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게 되느냐... 하는 청소년 성장영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성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영화의 중심은 당연히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앤드류를 중심으로 간다. 맷과 스티브에게 있어서 초능력이란 힘은 자신들이 우연히 가지게 된 유희거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앤드류에게 있어서 그것은 처음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 혹은 우위조건을 가질 수 있는 힘이 되어버리면서 문제가 된다. 앤드류에게는 처음부터 맷 이외에 제대로 된 친구가 없었으며, 어머니(보 피터슨)는 아파서 죽어가고, 아버지(마이클 켈리)는 알코올중독자로 매번 가정폭력을 행사한다. 앤드류는 항상 패배의식에 절어있던 아이였다. 맷과 스티브처럼 긍정적인 환경을 단 한번이라도 가져보지 못한 소년이, 그런 거대한 힘을 얻었을 때 힘을 사용하는 방법처는 당연히 두 친구와는 다른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다른 두 친구는 앤드류에게 일반적인 도덕관념을 가르치며 룰을 정하고, 또 그를 구원하려 하지만 앤드류의 환경은 본질적으로 전혀 변해버리지 않고, 어머의 죽음에 관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모든 것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과정들은 초능력이라는 소재만 빼고 본다면 그 어떤 것보다 안타까운 모습을 가진 소년의 비극을 그려낸다. 그래서 단순히 초능력을 갖게 된 소년의 이야기! 를 기대하고 보면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오히려 잘 짜여진 비극으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딘가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니까.
난 되게 재미있게 봤음. 퍽퍽할 정도로 현실적인 앤드류의 가정환경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 그런 영화였고, 앤드류의 폭주가 참 이해되고 또 슬픈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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