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양양의 부모님이 집을 비우신 날이 있었다. 양양의 양아치 동생은 당연히-_- 외박. 나는 집을 혼자 지키다가 다음 날 후배와 조조 영화를 보려고, 아침 일찍 나갔다.

  오후 늦게 돌아올 줄 알았던 녀석은, 의외로 제법 오전 시간대에 집에 귀환. 근데 이놈이 열쇠를 안 가지고 나간거... 조조 영화를 보러 가신 양양은 당연히 동생따윈 까맣게 잊고 영화를 즐겼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와서 이제 후배와 밥을 먹어야지, 하면서 핸드폰을 켠 순간. 밀려 들어오는 동생의 문자... 내용 따윈 읽지도 않고 전화를 걸었다.
 
"뭐야, 왜."
"누나 나 열쇠없어! 얼른 집에와!"
"아씨.. 나 밖이야. 니가 여기 와서 받아가던지!"
"누나 제발! 나 맨발이야 지금! 안양에서부터 맨발로 지하철 타고 왔어! 제발!"

...아놔 갑자기 왠 맨발... 니가 그지냐.
게다가 맨발로 지하철.... 어디가서 내 동생이라고 하지마.

"아 뭐야;; 왜 맨발."
"쓰레빠 끈 떨어졌어! 누나 제발!"
"아 사신던가! 나 후배랑 같이 있단 말야!"
"누님, 누님! 제발! 맨발로 거기까지 갈 순 없잖아ㅠㅠ"

그래서 후배를 버리고(...) 집에 돌아왔던 양양. 당연히 집에와서 조낸 패줬다.
맨발만 아니었어도 안오는건데...!
안양에서 신발끈 떨어져서 아주 그지꼴로 오셨단다. 지하철에서부터 시선집중이었다고. 시선 받고 싶으면 맨발로 지하철 타도록(...)

나중에 집에와서 아까 밀려들었던 문자를 확인하니, 요런 내용이었다...
인간이 자신이 급한 상황에, 시간이 경과할수록 얼마나 비굴해지는지 알 수 있다.


아놔, 오래간만의 외출이.. 물거품이 되었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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