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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웃는 집의 시들은 소박하다. 임영조 시인의 시들은 소박한 삶의 느낌을 담고 있다. 내가 생활하는 삶의 터전, 그 생활 터전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소소한 이야기들. 그것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겪고 있는 삶 혹은 내 주변의 삶의 모습이기도 한데, 이런 시들이 무작정 어렵게 느껴질 리 없었다. 작가 후기를 살펴보면 임영조 시인 자신은 ‘철학적 심각성이나 종교적 엄숙함을 표출하려는 것보다 세상과 친하려는 따뜻한 시선을 갖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작가의 마음가짐은, 내게 그의 시들을 한층 편하게 다가오도록 해 준 듯하다. 실제로도 그는 삶의 모습, 곧 세상의 모습을 담은 시들을 썼다.
귀로 웃는 집의 시들은 삶의 모습을 피가 뚝뚝 흐르는 날것마냥 무작정 던져놓지는 않는다.(그런 것은 시로 취급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귀로 웃는 집의 시들은 자연물과 융합되어 삶을 나타내고 있다. 임영조 시인은 자신의 삶의 모습에 상상을 덧씌운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는 작게는 곤충의 모습, 크게는 커다란 풍경 등에 빗대어지거나 하여 다듬어진다. 피가 흐르는 날것을 상상력으로 데치고, 비유라는 초록색 잎으로 감싸 쌉싸래한 삶의 맛이 나도록 내놓은 것이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해서 임영조 시인의 시들이 무작정 안락하고 편안한 삶의 모습을 설겅설겅 담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체험하는가? 그러한 체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개인의 생각들은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부정적인 것도 있다. 남진우 씨의 해설에서 이 부분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곤충채집 시리즈는 변신을 거듭하며 사는 사람들의 문제성을 해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임영조 시인은 단순하게 일상적 감정만을 담아내지 않았다. 그는 여러 가지 문학적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사상 또한 시에 담아낸다. 그렇게 하여 자신의 내면을 독자에게 시를 통하여 드러낸다. 편안하게 한번 읽고, 두 번째 정독을 하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의 낱개로 풀어보는 시 공부로 인해 시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시는 무작정 어렵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시를 느끼려고 해 본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시는 전체적으로 그 시의 향을 맡으며 느껴야 한다. 분석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어쩌면, 그것이 어떠한 형식을 통해 탄생했는지는 그 시에 담긴 향을 느낀 후에 하는 편이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한다.
임영조 시인의 시들을 통해 나는 시를 좀더 쉽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가 쉽다는 말은 아니다. 시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어렵고, 막연하고, 알 수 없는 말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귀로 웃는 집의 시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통해 부담 없이 작가의 내면의 성찰을 세상에 뱉어낸다. 아주 조금이라도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시를 친근하고 어렵지 않은 느낌으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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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로 냈던 거 앞 뒤 뭉텅 잘라버린 중간 내용. 저 시집 아직도 갖고 있는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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