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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당연히 영화 싱글맨 때문. 내가 콜린 퍼스도 좋아하고 니콜라스 홀트도 좋아하고 하다보니까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었다. 개봉하면 보러 가야지... 했는데, 개봉 전에 어째 원작을 먼저 읽게 되었다. 좋은 걸지 나쁠 걸지는 영화를 보고 나서 판단해야지. 하지만 책을 읽은 결과, 영화가 몹시 보고싶어졌다. 이 내용을 도대체 어떻게 각색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배경은 1962년의 미국. 주인공은 58세의, 이제 막 같이 살아오던 동성애 파트너를 잃은 영국인 교수 조지. 처음엔 1인칭 소설인 줄 알았는데 3인칭이다. 시종일관 조지는 -한다. 라는 투라서 1인칭이라고 생각해도 거의 무방했다. 책 한권이 조지의 하루 아침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의 이야기. 그만큼 묘사가 자세하고도 또 내용이 섬세하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조지의 내면을 보고 있자면 나까지 약해져버리는 기분이 든다.
교통사고로 파트너 짐을 잃고, 이제는 나이까지 먹어버린 몸뚱아리로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이어가는 조지의 인생은 처음부터 무겁고 짓눌려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조금조금씩 느낌이 바뀌긴 하지만 케니를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전체적으로는 음울하기 짝이 없었다. 그에게 짐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다.
집, 고속도로, 학교, 도리스의 병실, 체육관, 슈퍼마켓, 샬롯의 집, 케니를 만나게 되는 바, 집으로 이어지는 조지의 하루 여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길고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흥미롭다. 이 하루 동안에 나는 조지가 지금 생각하는 일들 뿐 아니라, 최근에 겪은 일들까지 전부 알 수 있으니까.
소설에 담긴 모든 것을 어떻게 풀어내기가 힘들다. 이건 한 꺼져가는 인간의 삶의 불꽃이 어떻게 흔들리느냐의 문제같았다. 다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침의 집과 도리스의 병실. 나머지 부분이야 조지의 늙고 힘든 몸뚱아리를 가누기 위한 여정에 기댄 바가 컸지만, 이 부분은 짐과 연관되어서 가슴 시리게 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략) 이렇게 작은 집에서 조지는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낀다. 외로움을 느낄 빈 공간이 없으니까.
그래도……
매일, 해마다, 이 좁은 장소에서, 작은 스토브 앞에 팔꿈치를 맞대고 서서 요리하고, 좁은 계단에서 간신히 서로 스쳐 지나가고, 작은 욕실 거울 앞에서 함꼐 면도하고, 계속 떠들고, 웃고, 실수든 고의든, 육감적으로, 공격적으로, 어색하게, 조급하게, 화나서든 사랑해서든 서로 몸을 부딪은 두 사람을 생각하라. 두 사람이 곳곳에 남긴, 깊지만 보이지 않는 길들을 생각하라! 주방으로 가는 문은 너무 좁다. 손에 그릇을 든 두 사람이 서둘러 가면 이 문에서 부딪치기 십상이다. 거의 매일 아침 계단 아래를 내려온 조지가 자기도 모르는 새 갑자기 참혹하게 꺾인 듯, 날카롭게 갈린 듯, 길이 산사태로 사라진 듯 느끼게 되는 곳도 여기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늘 처음인 양 또다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곳도 여기다. 짐은 죽었다. 죽었다.
통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 채로 꼼짝도 않는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혹은 기껏해야 짐승의 끙끙소리를 짧게 뱉는다. 그런 뒤 주방으로 걸어간다. 이 아침의 통증이 심인성일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통증이 지난 뒤에는 약하게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심한 경련이 일어났다가 사라진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매일, 해마다, 이 좁은 장소에서, 작은 스토브 앞에 팔꿈치를 맞대고 서서 요리하고, 좁은 계단에서 간신히 서로 스쳐 지나가고, 작은 욕실 거울 앞에서 함꼐 면도하고, 계속 떠들고, 웃고, 실수든 고의든, 육감적으로, 공격적으로, 어색하게, 조급하게, 화나서든 사랑해서든 서로 몸을 부딪은 두 사람을 생각하라. 두 사람이 곳곳에 남긴, 깊지만 보이지 않는 길들을 생각하라! 주방으로 가는 문은 너무 좁다. 손에 그릇을 든 두 사람이 서둘러 가면 이 문에서 부딪치기 십상이다. 거의 매일 아침 계단 아래를 내려온 조지가 자기도 모르는 새 갑자기 참혹하게 꺾인 듯, 날카롭게 갈린 듯, 길이 산사태로 사라진 듯 느끼게 되는 곳도 여기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늘 처음인 양 또다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곳도 여기다. 짐은 죽었다. 죽었다.
통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 채로 꼼짝도 않는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혹은 기껏해야 짐승의 끙끙소리를 짧게 뱉는다. 그런 뒤 주방으로 걸어간다. 이 아침의 통증이 심인성일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통증이 지난 뒤에는 약하게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심한 경련이 일어났다가 사라진 것과 비슷하다.
『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그책, 2009, pp.10~11
내가 다 아팠던 묘사. 일상적인 부분에서의 상실감이 너무 잘 드러나 있었다. 책 중간중간 아픈, 그런 부분들이 있다. 담담하게 짐의 죽음을 전해듣고, 5분만에 샬롯을 찾아가 엉엉 울었던 조지의 모습이라던가.
결말은 오히려 오늘의 조지에게 어울리는 일일런지도 모른다. 도리스를 방문했고, 샬롯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안했고, 케니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욕망을 다시 한 번 일깨웠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남은 것도, 남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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