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e of Life by h.koppdelaney |
외할머니께서 저번 주에 별세하셨다. 향년 92세. 모두들 호상이라고 그랬다. 외할머니 본인에겐 어떨 지 모르겠다. 생전에 몸에 좋은 걸 찾으시며 건강을 관리하셨던 분이니 그 분에겐 그렇지 않을 것 같다.
80대까지만 해도 나이에 비해 정정하셨던 할머니인지라, 100세까지 사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할머니도 90대가 되자 급속히 쇠약해지시더니, 한 번 넘어져 다친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시다 세상을 떠나셨다. 다치고 나서 낫지를 않고 계속 아파하시면서 치매까지 오셔서 더 마음이 아팠었다.
외할머니는 마지막 즈음에는 노인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올해 1월에 병원에 갔다가 나도 모르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노인병원의 그 서늘한 조용함이 등골시리게 싫었고, 침상에 누워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고, 다리도 펴지 못하신 채 누워 계시던 외할머니 모습이 슬펐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니 외롭고, 몸이 아프니 슬픈 곳. 옆 침상의 할머니의 푸념까지 더해져 그곳은 정말 악몽같았다. 편안하고 안정된 의료를 지원해줄 수 있을 진 몰라도 거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때 차라리 이런 모습이라면 편하게 돌아가시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그리움이 앞서니까... 외할머니가 서너달 내로 돌아가실 거라는 걸 엄마와 이모, 외삼촌들은 모두 알았다. 다들 담담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받아들임이라는 건 실제 그것을 접했을 때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장례식 내내 다들 슬퍼하기도 했지만 일상적인 잡담도 하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발인을 하는 순간부터서는 정말 다들 슬프게 우셔서 기분이 묘해졌다. 나도 울었지만 내가 그 분들과 같은 감정으로 울었는지 헷갈린다. 외할머니와는 커다란 추억이 없었다. 아무래도 사는 곳이 달랐으니까... 게다가 그 분은 손주들만 열 일곱이셨다. 어쩌면 엄마가 우는 모습이 내게는 더 슬프게 보여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억이 난다. 길게 길러 쪽을 지고 계셨던 머리가 싹둑 잘려 있었을 때의 서운함,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나이의 내게 화투패 맞추는 법을 알려주시던 모습, 툇마루가 있던 시골집, 디딤돌에 올려져 있던 고무신. 우리집에 몇개월 계셨을 때 내 방 침대에 앉아 두런두런 말씀을 건네시던 모습... 나는 왜 대답을 잘 하지 않았던 건지. 뭐 그런 모습과 그런 생각들.
이렇게 문득문득 그리워 질 거다. 본인이 평소에 불교를 믿으셨는데, 극락왕생 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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