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9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 존 르 카레 (열린책들, 200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2011 / 영국,프랑스,독일)
출연 게리 올드만,콜린 퍼스,톰 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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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렛 미 인의 팬이라는 건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 된다. 한국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 그럴만 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의 전작은 그렇다치더라도, 원작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스파이'라는 소재를 듣고 007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영화는 액션이 난무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파이 영화가 아니다. 박진감이라는 게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은 내 딴에는 아주 조용히 숨을 죽이고 감상해야 했던 그런 영화였다. 원작을 봐서 모든 걸 알고 있었음에도 연출 방식과 전개 방식에 만족한 편이었다. 아, 그래도 짐 프리도(마크 스트롱) 캐릭터의 사소한 변화에 관해서는 섭섭한 마음이 남아 있기는 하다만...

  게리 올드만이 조지 스마일리에 캐스팅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잘 어울리겠다 생각은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더 마음에 들었다. 카를라를 회상하는 조지 스마일리의 모습은 책 속의 그것이었는데, 아무튼 회상 장면 하나 없이 그를 떠올리는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탁월했다. 좁은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세월과 짙은 피로가 보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장면이랑, 피터 길럼(베네딕트 컴버배치)이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우는 장면. 짧은 데도 참 인상에 남더라.

  피터 길럼 하니까, 피터가 자료실에서 자료를 빼오는 장면도 좋았다. 최대한 덤덤하게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면 얕은 수를 가장 교묘하게 썼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거 너무 잘해서 좋았음. 그 와중에 긴장할 만큼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이 첩보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건 조지 스마일리가 아니라 피터 길럼이었기 때문인가 보면서 더 애정을 주었던 것도 같다.

  책보다는 영화가 더 액션이 있었다. 그렇다고 물론 다른 스파이 영화처럼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책에서 읽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리키 타르(톰 하디)의 작전 과정과 짐 프리도의 고문 과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리나(스베트라나 코드첸코바) 캐릭터 다뤄지는 거 보고서 깜짝 놀랐다. 아니 뭐 이리나를 이리저리 곱게 다뤄주어야 한다는 건 아닌데, 그래도 좀 놀랐다.

  정보국 고위 간부급에 침투된 스파이를 찾아내는 만큼 그 고위 간부급 캐릭터들도 가볍게 다뤄질 애들이 아니었는데... 로이 블랜드(시아란 힌즈)는 좀 심심하긴 했는데 나머지는 다 좋았다. 뻔뻔스러운 신사 느낌의 빌 헤이든(콜린 퍼스)야 말할 것도 없고, 무거운 인상으로 하지만 머리를 가장 많이 굴리고 있을 것 같은 퍼시(토비 존스)도 좋았고... 의외로 가자 좋았던 건 토비 에스터헤이즈(다비드 덴칙).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조지에게 걸려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 때의 연기도 발군이었고ㅎㅎ 난 이런식으로 비굴할 때 비굴한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기도 해서 그른가.

  범인 밝혀졌다고해서 우와! 뭐 이런 건 전혀 없었다. 내가 미리 책 읽어서는 아니고... 그냥 내용이 그랬다. 누가 봐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 범인이 드러나기 직전까지 장소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누가 범인인가, 누가 범인인가 이거에 집착하진 않게 되지 않았을까. 범인이 누구냐보다는 범인이 왜 그런 길을 선택했느냐가 더 듣고 싶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그 분은 뻔뻔스레 잘 해내더라. 하지만 동시에 그 설명을 들으면서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는 수긍이 간다면 나쁜 것일까.

  콘트롤(존 허트)이 살아있을 때의 마지막 파티 장면이 계속 교차되는데 정보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캐릭터가 보여지기도 하고, 동시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을 내면의 복잡함까지도 보이는 편집이었다. 짐 프리도와 빌 헤이든, 조지 스마일리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또 달랐고.

  별거 아닌데 리키 타르 영화 내에서 제일 젊은 데 제일 촌스러웠다. 뭐 임마... 하긴 젊은 애들이 유행을 따르는 법이겠지요.
2010/08/13 - 완득이 / 김려령 (창비, 2008)



완득이
감독 이한 (2011 / 한국)
출연 김윤석,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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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룸메랑 보았다. 원작을 좋아해서 보고 싶긴 했는데 이거 개봉일이 나 출국일이었나ㅋㅋㅋㅋ 그랬었음. 그래도 어떻게 보게 되네. 한국 영화 되게 오래간만에 보았다 싶다. 한국영화 싫어하는 거 아니고 오히려 좋아할 땐 몹시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들도 꽤 많은데 이상하게 막상 보려 하면 한국 영화 피하게 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네.

  보고 난 느낌은 원작의 멀끔한 각색이라는 느낌이었다. 일인칭이었던 소설을 어떤 식으로 그려나가려나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원작 느낌이 더 많이 나서 좋았다. 일인칭이 가져다주는 사춘기 소년의 틱틱대는 말투가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꽤 재미있지 않은가. 도완득(유아인)이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는 좀 더 수줍고 청순한 느낌이 났지만 여전히 완득이었다. 개구지고 까불까불한 면도 강한 그런 십대 소년. 동주(김윤석)는 책보다 더 진짜 선생님같은 느낌이었다. 찾으려면 또 흔히 찾을 수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동주라는 캐릭터의 가벼움과 진지한 면모를 둘 다 잘 섞어놓은 그런 모습이었다.

  스토리 진행 자체는 글쎄, 내가 원작을 봐서 그런가 신기할 거 하나 없었지만서도 이것 저것 뒤섞여진 이야기들을 하나로 잘 모아놓아서 좋던데. 완급이 괜찮은 드라마 한편을 본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거 무거운 소재일 수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허투르지 않게, 그러나 가벼운 모습으로 그려주어 좋았다. 때로는 이런 것들을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보아야 할 때도 있다.


세븐
감독 데이빗 핀처 (1995 / 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모건 프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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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흑 왜 파이트 클럽 같을 줄 알았지... 내가 뭘 믿고. 생각보다 재미 없었다. 특유의 분위기나 편집방식은 좋았지만 스토리 면에서는 약간 짐작가는 것도 있고 해서 좀 단순하다, 싶었는데. 스토리 진행이 약간 보였던 게 같이 본 언니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니까 뭐 나만의 생각은 아닌듯. 그렇다고 엄청 나쁜 건 아니었고 내 기대치가 좀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영상미라고 해야하나 그런 부분은 꽤 좋았다.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일곱가지 죄악에 기반한 살인 사건들은 흥미롭긴 했다. 범죄 그 자체보다는 범죄가 꾸며진 모습들에서 드러나는 상징과 의미들이 재미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여전히 스토리 상으론 심심하단 느낌을 받았지만서도... 꾸며진 건 역시 참 잘 꾸며 졌더라.

  캐릭터도 영상처럼 흔한 캐릭터들을 멋지게 잘 포장했다는 느낌. 존 도(케빈 스페이시) 빼고는 설정 자체는 흔하지 않나? 사실 그 존 도 조차 너무 뻔한 사이코 캐릭터 느낌이라 난 좀 그랬다. 이 당시에는 신선한 캐릭터였을지 뭐였을 지 몰라도. 주인공인 열혈의 젊은 형사 데이빗 밀스(브래드 피트)와 생각 깊은 노형사 윌리엄 서머셋(모건 프리먼)의 조합은 흔하디 흔하지. 그래도 흔하다는 걸 재미없게 부리진 않았지만... 데이빗의 아내인 트레이시(기네스 펠트로)의 경우엔 역할의 용도가 좀 보여서 보면서 안쓰럽다기 보단 짜증이 났다.

  잘 모르겠음. 그 많은 살인과 그 많은 꾸밈수에도 불구하고 존 도가 그렇게 훌륭하고 짜여진 범죄자처럼 보이지 않아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택배 박스를 받아보았을 때의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는 거 외엔 내겐 이 영화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스토리 상으로 흥미를 크게 못느껴서 그런가...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감독 브래드 버드 (2011 / 미국)
출연 톰 크루즈,제레미 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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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너무 보고싶었는데 기회가 되어서 봤다. 멜버른만 그런진 모르겠는데 여기선 토요일엔 영화값이 싸져서 딱 맞춰서 가서 봤음. 그래봤자 13.5 달러...ㅜㅜ 큰 관이라 참는다... 영화가 액션이라서 자막없이도 내용 이해는 됐는데 말이 빨라지거나 전문용어 나오거나 하면 엉? 하면서 봐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다... 그래도 감상.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워낙에 좋아해서 일단 호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내용도 실망하지 않았다. 2편보다 당연히 나았고, 3편만큼 재밌었다. 1편의 오래된 감각이 여전히 1위긴 하다만 그래도ㅎㅎ 에단 헌트(톰 크루즈)라는 주인공을 여기까지 써먹을 수 있을 거라고 별로 생각 안했었는데 이젠 참 안정적이다. 거의 원맨플레이 위주다가 이번 편에서는 팀워크를 보여주는데 그게 또 쏠쏠하니 재미있더라. 처음 팀원이 어떻게 보면 참 빤한 구성이었던 게, 컴퓨터 다루는 까불거리는 캐릭터 벤지(사이몬 페그)와 매력적인 여성 요원 제인(폴라 패튼) 둘이 남아 있었으니까. 근데 요기에 정보분석가인지 뭔지 암튼 브랜트(제레미 레너)가 끼어들면서 꽤 재미있는 구성이 되었다. 구성이 복잡하진 않은데 아주 단순하지도 않게 캐릭터들 사이에 밸런스가 좋았다.

  액션들도 전편들에 쳐지지도 않았고 신선하니 좋았다. 에단 헌트의 두바이 빌딩 액션도 좋았고, 후반부에 있는 브랜트의 공중부양ㅎㅎ 신선하고 즐겁게 보았다. 멋진 캐릭터 하나 더 투여된 것 만으로도 이리 즐거워질 수 있다니. 브랜트 캐릭터가 특히 좋았던 게 초반에 시침 뚝 떼고 얌전하고 순딩이인척 하다가, 또 자기는 그냥 헬퍼일 뿐이라고 깐족대다가, 또 본격적으로 액션하고 이런 변화들이 보기 재미있었다. 벤지 같은 캐릭터야 내가 원래 좋아하는 캐릭터고... 제인은 약간 모르겠다. 좀 한 방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무튼 막판에 다같이 합동해서 일할 때 느낌이 넘 좋았다. 지구멸망에 가까운 일이 한 발치 앞에 있는데 다들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다다다다 달려나가는 모습들이ㅎㅎㅎ 긴박하고도 좋았다. 거기다가 그런 주제에 이 밝은 느낌은ㅋㅋㅋ 뭘까 싶을 정도로 암울하지 않았다. 음 이건 마치 엑퍼클을 볼 때의 느낌이야... 이전까지의 무거운 느낌이 감소되긴 했는데 그 나름의 맛이 있어서 즐겁웠긔.

  액션만 믿고 머리를 아주 안 쓴 각본도 아니어서 난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나구나 그 생각을 했다. 아기자기한 부분은 벤지만 믿고 가고ㅎㅎ 보면서 사람 한 눈 팔지 않게 하는 각본이었다. 물론 숨떨리게 하는 부분들은 거의 액션에서 나왔지만서두 스토리가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서더 집중하게 하더라.

  난 재밌었다. 아 간만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다 다시 보고 싶네....ㅜㅜ

  순전히 노만이 나와서 보기 시작한 영화. 아 근데 킬 때부터 당연하게도 B급의 냄새가 폴폴 나서 당황했다. 1998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런 화면에 초반 스토리 진행에서부터 아 이건 망했다 이런 느낌. 그래도 노만이 예쁘니까...ㅜㅜ... 그냥 음성 끄고 노만 얼굴만 봐도 될 그런 영화.

  나름대로 반전을 준비해놓고 좋아 이건 멋진 반전이야! 이걸 드러내주는 좋은 시나리오만 쓰면 된다! 하고 신나했을 누군가가 보이는데 그 좋은 시나리오에서 대실패한 영화였다. 소재는 좋았다. 그걸 어떻게 엉망으로 잇는지 보여주었을 뿐... 대사들도 되게 뜬금없는 것이 많고 전체적인 연결이 미흡해서, 복선을 열심히 깐 게 눈에 보이는데도 눈물날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반전을 다 알고 난 후엔 좀 황당하다 뿐이지 아 이 영화 대단하다 이른 느낌도 안 든다... 왜냐면 캐릭터들에게 당위성이랄 게 없거던!

  특히 데이빗(알란 릭맨)은 용서할 수가 없는 캐릭터였다. 그냥 젊은 남자(노만 리더스)를 끌어들일 필요도 없는 일을 이렇게까지 벌인 건 결국 돈때문이잖느냐.... 알렉시스(폴리 워커)는 무슨 죄인데. 유혹에 넘어간 죄? 그러 수도 있겠는데 이미 한 번 잘 거절한 걸 사람의 약점을 끄집어내어 그런 상황을 만든 게 가장 어이가 없었다. 여기서 가장 나쁜 놈은 너예요... 젊은 남자 캐릭터는 많은 설명이 될 게 없다. 옴므 파탈 쯤으로 여기면 되나.... 네... 뭐 노만에게 마릴린 먼로 분장을 시킨 데 큰 점수 드리겠습니다. 그 이상은 엄서... 더 이상 드릴 점수가 엄서... 알렉시스에게는 묵념.

  뭐 그냥 황당함ㅋㅋㅋ... 하지만 노만 리더스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세요 두번 보세요 너무 예뻐..ㅜ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2006 / 일본)
출연 나카타니 미키,에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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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개봉 당시에 보려고 했던 거 같은데 언제나 그랬듯 이제야 봤다. 전작인 불량공주 모모코를 꽤 재밌게 봐서 이것도 그런 식으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으 이거 무슨... 그냥 잔혹동화. 알록달록 예쁘게 환상적으로 꾸며놓았기에 받아들일 때 직접적인 고통이 덜하지만, 오히려 더 기괴하게 비틀어진 채 슬퍼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보기 힘들어.

  한 마디로 카와지리 마츠코(나카타니 미키)라는 여자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망가져 굴러떨어졌는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이미 카와지리 마츠코가 죽은 시점에서 조카인 쇼(에이타)가 그녀의 죽음 이야기를 들어가는 과정이라서, 결말이 정해진 탓에 보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

  아무리 사랑과 희망이란 말로 포장을 해도 내겐 와닿지가 않는단 말이다. 주는 것이, 베푸는 것이 그 사람의 뭔가를 나타내주면 뭐하냐. 본인은 버려지고 채이고 얻는 게 없는데. 게다가 아픈 여동생(이치카와 미카코)만 아끼는 아버지(에모토 아키라)의 애정에 목말라 그런 성격이 형성되었다고 한들, 이 여자가 만들어가는 인생은 자기가 자초한 게 너무나 크다. 한 번 상처 받을 때 배우는 것도 없고, 계속해서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진짜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문제 해결 방식도 그랬고. 솔직히 초반부에 류 요이치(카가와 테루유키)와 관련하여 사건이 벌어졌을 때 처신만 잘했어도 학교에서 쫓겨나진 않았을 텐데 고 부분에선 본인 성격 탓이 너무나 커서 짜증이 폭발. 그 땐 동정도 안갔다...

  그 뒤 남자들 만나고 생활하면서 상황 판단하는 방식이 애처로울 지경. 우째 이렇게 최악의 남자만 골라서 만난단 말이냐. 작가였던 첫번째 남자 야메가와 테츠야(쿠도 칸쿠로)와의 관계는 그렇다 쳐. 폭력이나 저지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처음이잖아. 근데 두번째 샐러리맨 남자(게키단 히토리)부터가 완전 꼬였다... 그 남자한테 차였다고 업소 여자가 되는 것도 그렇고, 건달 오노데라(다케다 신지)랑 살다가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도 완전 본인 탓이지 않느냐... 이건 온전히 남자 탓만 할 수가 없다고. 그나마 착한 이발소 남자(아라카와 요시요시) 만나면 뭐해. 한 달 살고 잡혀가는데... 감옥에서도 이 남자 하나 바라보고 미용사 자격증 따는 것도 난 좀 웃겼다. 삶의 모든 이유가 애정이야. 이래서야 행복할 수가 없잖아 싶고. 기껏 사귄 친구 사와무라 메구미(구로사와 아스카)도 외로움을 이유로 쳐내버리고... 모든 진행이 안타까움. 현재가 지옥이니 더 나빠질 게 뭐 있느냐며 야쿠자가 된 옛 제자 류와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그걸 기다리는 것도 모두 바보스러웠다. 이후 진행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그런고로 이 영화에서 받은 교훈은 하나도 없다. 진심으로 하나도 없다. 그냥 비참한 이야기를 특별한 형식으로 본 게 신기한 정도. 불쌍하고 애처로와. 근데 그게 끝이야.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듯한 이야기를 보며 대체 뭘 느껴야 하는거냐.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꺼져. 그래서 마츠코가 얻은 게 뭔데? 자기가 만든 정신학대? 그걸 가리는 자기만족?

  형식은 재밌고 영상도 즐거웠지만 그냥 불편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
감독 개빈 후드 (2009 / 미국)
출연 휴 잭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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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이거 왜봤지...랄까 이미 평이 나쁜 걸 알고 보기 시작해서 그렇게까지 실망은 안했는데, 역시나.. 하는 상황? 사실 초반부 시작만해도 그렇게 나쁠 거란 예상은 못했는데 진행되는 동안 굴곡이랄 게 그다지 없다. 있어도 저게 뭐야 싶고... 울버린(휴 잭맨)의 숨겨진 과거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걸 나쁜 방식으로 보여준 느낌. 왜냐하면 내가 아는 울버린은 이미 현실에서 기억을 모두 잃고 있으니까. 그게 이 프리퀄에선 반전이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스포가 되어버리는 거다. 이야기가 아무리 진행되어도 긴장감이 없을 수 밖에 없는게 결국 울버린은 살거고,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게 슬플 지경이었음.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도 빈약한 편이었다. 뮤턴트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게 아닌데. 뮤턴트로서의 고민이 많이 보이지도 않고, 대체 형제애가 있긴 한건가 너의 논리는 뭔가 고민하게 만드는 세이버투스(빅터 크리드)가 가장 심했고. 울버린의 여자친구인 케일라(린 콜린스)도 미적지근하긴 마찬가지여서... 그런식으로밖에 할 수 없었니.

  그나마 좀 매력있나 싶었던 초반 등장 뮤턴트 무리들이 얼마 나오지 않아서 더 슬펐다. 나으 웨이드(라이언 레이놀즈)를 돌려줘... 볼트(도미닉 모나한)도 초반에 처리되어버고(나 아직까지 얘가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어...), 블롭(케빈 두런드)은 잠깐 즐겁긴 했다만 뭐 완전 소소. 레이스(윌 아이 엠)는 갔습니다 허무하게 갔습니다...ㅎㅎ 에이전트 제로(다니엘 헤니) 무심하게 깐죽대는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도 얼마 안갔어... 재미없는 세이버투스만.... 갬빗(테일러 키취)은 거의 무존재라 하게습니다. 악역인 스트라이커 대령(대니 허스튼)도 넘 단면적이어서 재미가 없었다.

  데드풀과 싸우는 장면이 울버린과 세이버투스가 싸우는 장면보다 더 지루했다는 게 슬픈 이야기ㅜㅜ 뭐... 기대도 안했다만 좀 밋밋하고 그렇다. 여러가지로 아까움ㅋㅋㅋ... 근데 울버린의 그 어떤 과거가 나오든지간에 그건 기억상실로 이어진단 점에서 패망의 원인이 있는 것도 같다... 프리퀼 말고 그 후의 이야기를 해보지ㅎㅎ 과거 파헤치기 이런거ㅋㅋㅋㅋ 이미 지난 이야기네...


최종병기 활
감독 김한민 (2011 / 한국)
출연 박해일,류승룡,김무열,문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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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촌동생들 데리고 영화보려는데 도저히 볼 게 없어서 요걸 봤다. 사실 별 관심 없었는데... 그냥저냥 초반 느낌은 뭔가 이것은 신기전의 느낌이ㅋㅋㅋㅋ.. 소소하게는 재미있고 크게 보면 약간 엉성한 게 있고, 사극이고 다루는 소재 면에서 비슷한 점이 약간 느껴졌다. 물론 이 영화는 신기전보다는 훨씬 볼 만하다. 일단 중간에 살짝 늘어질 때 빼고는 급박하고 서로 목숨걸고 싸우는 느낌이 좋고 그랬다.

  이런 소재를 다루는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대부분 민족혼;을 불태우게 하는 그런게 있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정말 남들이 생각하는 애국심이라던가 그런 전체주의.. 랄까 그런 부분이 부족해서 그런가 그런 장면들이 나올때마다 슬퍼짐 엉엉 보기싫어서 못보겠어요 엉엉... 근데 뭐 그거 말고는 괜찮았음. 그런 과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오히려 활기도 넘치고, 국가대 국가라기보다는 남이(박해일)와 쥬신타(류승룡) 개인과 개인의 이야기 같아서 좋았다.

  스토리선은 비교적 간단해서 액션에 더 집중된게 좋았다. 그래도 자막으로 때운 것들이 넘 오그라들어서 힘들더라... 오프닝 부분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서군(김무열)과 남이가 투닥대는 것도 좋았고, 서군의 집안 사람들 성격도 확실히 드러났고, 자인(문채원)도 뭐ㅎㅎ 어릴 때부터 마냥 연약한 여자 캐릭터가 아니어서 좋더라. 서군이 뭔가 철딱서니 없어 보이면서도 갑자기 어른되어서 놀랐음... 특히 봉두난발때ㅋㅋㅋㅋㅋ

  말도 안되는 구석도 있지만 뭐 재밌게는 봤다. 호랑이랑 감정 가득 담긴 자막만 참아줬으면 더 괜찮게 봤을텐데... 아 근데 죽을거 같은 사람 레알 다죽는 스토리긴함ㅋㅋㅋㅋㅋㅋ 슬프네... 아 별거 아닌데 청나라 왕자(박기웅)는 악역인데 잘생긴 애 뽑다니! 역시 왕자는 왕자라고 잘생긴애 뽑은건가! 하면서 감탄...이고 나발이고 이런건 사족. 감상 레알 쓰기 귀찮아서 억지로 쓴 기분이다 글에서도 티가 나니 이 글은 다시 읽지 말아야지...
2010/09/12 - 잉베를 사랑한 남자 (Mannen Som Elsket Yngve: The Man Who Loved Ynge, 2008)


  본지 일주일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일단 써보자. 한국에 개봉한 건 아니고... 잉베를 사랑한 남자의 주인공 '얄레 크렙'이 8년 뒤에 겪는 이야기. 철딱서니 없던 열일곱의 소년은 스물 다섯의 대학생이 되어 있다. 배경은 1997년. 스물 다섯 대학생이 된 얄레는 이상하게 잉베를 사랑한 남자 때보다 더 철이 없는 느낌이다. 그나마 그 땐 십대 소년이기라도 했지, 지금은 스물 다섯인 대학생인 주제에 철이 없다! 와 이거 속터진다고. 물론 이 시리즈가 얄레 크렙의 성장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전편을 본 사람으로서 스무살이 넘도록 이러고 있는 얄레를 보면 속터질 수 밖에. 게다가 잉베는 나오지도 않아... 엉엉 야 너 잉베 그꼴로 만들고 넌 이러고 살기냐ㅠㅠ

  그래 뭐 젤 친한 친구가 죽어도 굴러가는게 인생이더라, 해서 여튼 얄레의 이번 고난은 이렇다. 여자친구 하디스(잉그리드 볼세 베르달)와도 잘 지내고, 대학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졸업논문을 쓰며 보내고 있는 얄레. 평화로이 잘 살고 있는 얄레에게 열일곱 당시에 파티에서 딱 한번 잤던 여자애 아넷(마테 아세스)에게서 편지가 온다. 난 너무 지쳐서 휴가가 필요한데, 내 딸을 맡아줄 사람이 없다. 근데 그 딸은 사실 네 딸이기도 하더라. 그러니 일주일간 맡아달라... 황당해 죽겠는데 유전자 검사를 해봐도 내 딸이 맞대. 기가 막힌 일이긴 한데 이 때 얄레의 거부 반응이 어찌나 심한지 쥐어박고 싶을 정도.

  어쨌든 애 엄마가 애를 혼자 얄레에게 보내고 휴가를 떠나버린 탓에 얄레는 울며 겨자먹기로 샬롯 이자벨, 약칭 로테(아미나 엘레오노라 벨그렘)을 떠맡는다. 혼자서 얄레가 사는 곳에 도착한 로테는 딱 고나이 또래의 아기 아가씨. 처음 보는 아빠가 낯설기도 하고, 낯선 장소에 적응하려 애쓰는 그런 애기다. 처음엔 그나마 얄레와 잘 지내나 했었는데 이런 스토리가 그러저러하듯이 사건이 생긴다. 그것도 제법 평범한 사건. 얄레는 여자친구에게 차였다고 애를 옆집 여자에게 맡겨놓고 놀다가 술이 떡이 되어 오고, 그런 옆집 여자에게 책임감 문제로 뺨을 맞고, 로테는 실망하고, 얄레는 자기 논문 문제로 너무 바쁘고... 뭐 그런반복적인 실망의 서클. 그런 일들에서의 회복은 얄레의 엄마가 이야기에 진입하면서 어느정도 수습이 되는 편인데 이게 얄레 스스로 변하지 않았단 점에선 좀 실망스러웠다. 로테가 한 번 크게 폭발하였을 때에도 그걸 해결하는 건 얄레가 아닌 얄레의 엄마였다. 어떻게 사람이 한번에 변하겠느냐마는 그래도 이건 좀 내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 로테의 생일에 맞춰 아넷이 돌아오고 아넷과 얄레가 잘 되어갈 조짐을 풍긴다. 그 뒤는 뭐 그냥 평범무난한 스토리. 사실 스토리라인 자체가 잉베를 사랑한 남자보다 평범했고, 또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들도 전편보다 더 단순해지고 재미없었다고 본다. 로테 보는 재미는 쏠쏠하였지만...

  그렇다고 뭐 마냥 재미없는 않았고 그럭저럭하게 보았음. 얄레가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다루는 방식에서 좀 더 성장했다는 것과, '생각하는' 일을 하는 대학에서의 마지막 과정을 무사히 끝마치고 성장하였다는 점 두 가지가 자연스레 다루어진 것은 괜찮았다. 마지막 돌아오는 차 안에서(이런 마지막 장면의 처리는 꼭 전편과 같은 게 난 마음에 들었다.) 얄레가 훔치는 눈물은 그 두 성장 과정에서 벌어지는 성장통을 뒤늦게, 또 한번에 느낀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잉베는 진짜 이제 더 이상 안 나오는거냐... 흑흑 얄레 크렙 이야기는 또 나올 것도 같던데.

행오버
감독 토드 필립스 (2009 / 독일,미국)
출연 브래들리 쿠퍼,에드 헴스,잭 갈리피아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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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 타는 저질개그란 소리를 듣고 보기시작. 아 근데 나 이런거 취향인가봐... 엄청 재밌든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친한 친구인 필(브래들리 쿠퍼), 스투(에드 헬름스)가 친구인 더그(저스틴 바사)의 총각파티를 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가서 겪는 이야기. 여기에 친구는 아닌데 어쩌다가 섞여들게 된 더그의 처남 앨런(자흐 갈리피아나키스)가 있다. 시작부터 빵빵 터지는데 뒤로 갈 수록 답이 없다. 뺀질한 애, 머린 좋지만 어딘가 부족한 애, 아예 대책없는 애 셋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케미컬이 너무 웃기다. 더그는 나름 결혼식의 주인공인데 거의 안나옴. 막판에 발견되기까지 혼자 고생 하고 있더라...

  밤 새도록 뭔가 큰 사고들을 치고 다닌 결과만 덩그러니 남아있는데, 정작 호텔방에 남아있는 셋 중 누구도 지난 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고난. 밤 사이에 호텔방엔 호랑이가 있질 않나, 정체 모를 아기가 있질 않나, 차는 경찰차로 바뀌어 있고, 본인들의 행적을 뒤쫓다 보니 스투는 짜증나지만 여자친구 멜리사(레이첼 해리스)도 있는데 제이드(헤더 그레이엄)란 여자와 결혼까지 했대. 오, 라스베가스시여. 술이시여. 거기다가 당장 오늘 결혼해야 할 친구는 보이질 않고... 친구를 찾으며 지난 밤을 더듬어 가는데, 지난 밤의 행적들도 웃기거니와 그 과정의 일들도 웃기다. 이 모든 상황을 웃으며 즐기는 필도 재밌고, 이빨 하나 잃고 졸지에 유부남 된 스투도 귀엽고, 갑자기 도박 마스터 된 앨런도 웃기고, 미스터 초우(켄 정)는 어쩔것이야ㅎㅎ

  좀 뜬금 없다 싶은 개그장면들도 많지만(타이슨이라니!) 그래도 영화 자체가 원체 엉뚱해서 되게 웃으면서 봤다. 애들 지난 밤 사진 돌려볼 때 나오는 컷들 쩔어... 내가 저렇게 놀았는데 저걸 하나도 기억 못하면 억울해서 살겠냐...ㅎㅎ 음 뭐 다른건 별 거 없고 스투는 제이드랑 잘 됐으면 좋겠더라. 생각없이 엄청 웃으며 봤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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