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감독 가보르 츄포 (2007 / 미국)
출연 조쉬 허처슨, 안나소피아 롭, 주이 디샤넬, 로버트 패트릭
상세보기

  빈둥거리다가 케이블에서 하길래 봄. 안나 소피아 롭은 아무래도 찰리와 초콜렛 공장 때문에 얼굴이 익숙했고, 조쉬 허처슨은 여기서 처음 봤다. 원작 소설은 안 읽었다. 처음에 광고 하는거나 포스터 같은건 이전에 봤었는데, 그거 때문에 난 나니아 연대기나 해리포터 같은 완전한 판타지일 줄 알았었다. 그런데 보고 나니까 그게 아니더라. 오히려 한 소년의 성장기 같았다는 느낌.

  여자 형제들로만 북적대는 가난한 가정에서, 꼭 어설픈 서열에 끼인 제시(조쉬 허처슨)는 학교 생활마저도 평탄치 않다. 내성적인 성격의 이 남자애가 학교에서 겪는 고난들은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시하고 신경을 끄고 있다는 느낌. 학교에서 유일하게 신경을 쓰고 좋아하는 건 에드먼즈(주이 디샤넬)선생님을 보는 것 정도. 그리고 달리기. 제시의 고민은 오히려 집안에 있는 것 같다. 아버지(로버트 패트릭)와 뭔가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데 제시는 항상 그걸 못한다. 아버지의 사랑은 여자 형제들에게만 관대하게 뿌려지는 것 같이 느껴지고. 특히 모든 관심을 막내동생인 메이벨(베일리 매디슨)과의 비교가 제시를 더욱 외롭게 한다. 이러한 아버지의 무관심때문에 사춘기를 맞이한 소년이 남자로서 성장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에 갇혀버린 제시는, 옆집에 이사온 레슬리(안나소피아 롭)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간다. 어리석어보이는 테라비시아의 설립은 레슬리에게보단 제시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던 것 같다. 팍팍한 일상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제시가 현실 외에 좀 더 다른 것을 보게 되었달까. 학교의 지배자인 재니스(로렌 클린턴)에게 대항할 생각도 하게 되고 말이다. 제시는 아버지 대신 레슬리와의 모험을 통해 성장의 새로운 지표를 열어나간다.

  그러던 중 에드먼즈 선생님이 제시에게 미술관에 같이 가자고 청하고, 그곳에 가게 될 때 레슬리를 두고 가면서 사건은 어두워진다. 제시가 없는 새 레슬리에게 일어난 사고는, 제시가 여태까지 가졌던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다. 제시가 잠시나마 소유했던 희망의 세계는 그런 식으로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다. 제시는 크게 울지도 못하고, 레슬리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망설이는 것만 같다. 그것의 해소를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아버지와의 진정한 만남이다. 테라비시아에서 홀로 모험을 하던 제시는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제시의 아버지는 그제야 제시와 진정한 교감의 일부분을 보여준 것 같다. 갈 데 없던 제시의 방황은 아버지를 만남으로 인해, 새로운 재구축의 방향을 갖게 되는 듯 했다. 그래서 메이벨에게 공주님의 자리를 내줄수 있었던 것일테고.

  급작스럽게 내용이 암울해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참 잔잔하게 흘러가는구나... 싶었는데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 갑자기 던져져서 놀랐다. 막판에 가서는 나도 모르게 이거 판타지겠지? 라고 바라게 되었달까. 그런 기분이었다. 영화가 나쁘진 않았는데 크게 재미있지도 않았다. 다소 지루한 느낌이 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마음에 들었던 게, 난 이런 타입의 성장 영화를 꽤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덧. 볼 때 생각했던건데, 남들이 제시와 레슬리가 노는 꼴을 봤다면 당장 정신병원에 연락했을지도ㅋㅋㅋ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