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썸니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2 / 미국,캐나다)
출연 알 파치노,로빈 윌리엄스,힐러리 스웽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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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형사 윌 도머(알 파치노)가 내사를 피해 동료 햅(마틴 도노반)과 함께 알래스카로 수사협조를 하러 오면서 벌어지는 내용. 막상 그 사건 자체는 도머가 감당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으나 작은 실수와, 그 와중에 실수로 햅을 죽이게 된 도머가 사건을 덮으려다가 그 사실을 살인마에게 들켜 곤란에 빠지게 되는 내용.

  자기가 자기 무덤을 파는 이런 내용을 썩 좋아하진 않는데 특이한 배경(알라스카의 백야)과 알 파치노가 좋아서 그럭저럭 상쇄되었다. 굉장히 머리 쓰는 지능물을 생각했었는데(놀란이라는 이름 탓에) 생각보다 생각 외로 그런 종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데도 괜찮은 느낌으로 다가왔으니 이걸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도머 캐릭터는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해서 가슴을 치게 만들더라. 그렇게 영특한 감을 가지고도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틀어지는 꼴을 보니 내 속도 비틀림... 단순히 그 실수 뿐 아니라 그 실수의 배경이 되는 지점이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도 갔다. 햅이 죽을 때 아예 그렇게 오해를 하고 죽었으니 본인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지레 찔리는 구석도 있었을테고. 불면증을 통해 그가 느끼는 감정들이 잘 표현되었던 것 같다. 말미에 가서 도머가 다른 모든 것들을 바로 잡을 기회를 주었으니까 스토리가 그에게 그렇게까지 냉혹한 건 아니었던 것 같기도...? 앨리(힐러리 스웽크)에게 끝까지 교훈을 주려는 점도 좋았고.

  윌터 핀치(로빈 윌리엄스)라는 살인자가 좀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게 머리를 바득바득 쓰고 있는데도 천재 냉혈한 싸이코는 아닌 느낌이 들어서 이상했다. 말투에서 망상증에 빠진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어도... 몇 군데에선 실수를 하기도 했고(그만큼 영특하기도 했지만), 어떤 때엔 간신히 그 판을 이기고 안도하는 허세를 부리며 신나하는 것 같아서... 여기다가 천진무구라는 표현을 쓰면 안되는 거 아는데 그런 모습들이 보였다. 물론 거기서 더 진짜 살인마처럼 보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냥 망상증에 빠진 거 아니야 이거... 싶기도 하고. 여전히 내 캐릭터에 대한 태도가 좀 갈팡질팡 하고 있다. 아, 그와는 별개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는 대단하다고 생각함.

  나중에 찾아보니 노르웨이 영화가 원작이더라. 어쩐지...

대부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1972 / 미국)
출연 말론 브랜도, 알 파치노, 제임스 칸, 리차드 S. 카스텔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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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에 항졸과 영화를 보러감ㅋㅋㅋ 싱글맨이랑 대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대부를 봤다. 큰 화면에서 보고싶은 영화였어서... 인데 사실 상영 직전까지도 갈등했었다. 물론 보고나서는 만족했다. 나는 대부 내용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가서 봤어서ㅋㅋ 꽤 재미있게 봤다. 모르고 가서 다행이구나.

  마피아에 대한 미화가 심하다는 비판도 있고 보면서도 그런 부분을 느끼긴 했지만, 가족이라는 긴밀한 관계의 설정과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가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몇가지 장면들은 너무 옛 연출같아서 우습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는 훌륭했다. 특히 이야기 전개가 재미있어서 그런가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영화는 처음에 꼴레오네 가의 막내 코니(탈리아 샤이어)의 결혼식을 통해 이 패밀리의 모습과 가족들의 모습을 소개해준다. 패밀리의 수장인 돈 꼴레오네의(말론 브란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다혈질이며 가정이 중요하다 생각하면서도 바람을 피워대는 첫째 소니(제임스 칸), 철 없는 둘째 프레도(존 카제일), 집안의 일에 관계되고 싶지 않아하는 막내 마이클의 모습은 각기 성격이 다르다. 코니는 여자라서 패밀리의 일에 관계되어있지 않지만, 그 남편인 카를로(지아니 루소)까지도 패밀리의 일에 관여되지 못한다. 변호사이자 소니의 친구이며, 돈의 아들처럼 자란 톰 하겐(로버트 듀발)을 뺀다면 꼴레오네의 일은 철저히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 중심이다.

  초반부의 설명이 원체 길다보니 살짝 루즈한가 싶었는데, (뭐 조니 폰테인(알 마티노)의 일을 해결해주는, '거절하지 못할 제안'의 극치인 말머리 장면은 살짝 쇼킹하긴 했다만)돈 꼴레오네가 솔로조(알 레티어리)의 마약 사업 제안을 거절하고, 그의 수족인 루카(레니 몬타나)인 죽고... 결론적으로 돈이 총에 맞으면서부터 이야기가 확 재미있어졌다. 꼴레오네 패밀리에게 찾아온 위기라는 점에서 그랬고, '가업'과는 관계되지 않겠다던 순둥이 막내아들 마이클이 가족애를 깨치며 가업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랬다. 솔로조(알 레티어리)와 타타글리아(빅터 렌디나) 쪽이 언제 처들어올 지 모르는 병원 앞을 혼자 지키던 마이클의 긴장감은 그에게 많은 것을 던져준 것 같다.

  마이클이 솔로조(알 레티어리)와 맥클루스키(스테링 하이든)를 쏘아죽이는 장면은 마이클의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되며 통틀어서는 패밀리 내부의 변화까지도 야기한다. 이 장면의 내가 보기에는 영화 안에서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었다. 항졸이랑 손을 꽉잡고 둘다 발 동동구름ㅋㅋㅋ

  마이클은 잠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고, 솔로조 쪽도 어느 정도는 해결이 났고, 돈이 회복될 때까지 꼴레오네의 사업은 첫째인 소니(제임스 칸)가 물려받는게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얼마 안 가서 소니는 타타글리아 쪽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너무 다혈질인 캐릭터인지라 금세 죽을 줄은 알았지만 씁쓸하더라. 복수가 복수를 낳는 굴레를 계속 보여줘서... 마이클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일은 돈이 알아서 해결했다. 타타글리아 쪽에 대한 복수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다, 하고 끝내고... 동시에 자신의 진짜 적이 바지니(리처드 콘트)라는 것도 알고.

  이탈리아에서 미국에 있는 애인 케이(다이안 키튼)는 싹 잊은건지 한눈에 아폴로니아 비텔리(시모네타 스테파넬리)에게 반해 결혼까지 해서 살던 마이클은 사고로 아내를 잃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케이와 재혼. 이 과정이 너무 급박해서 난 몇년 사이에 일어난 줄 알았더니 꽤 시간이 지난 후였더라. 마이클이 이 집안 사업에 뛰어든 것에 낙담했던 돈이었지만 결국 패밀리 사업은 마이클이 물려받게 되고, 비교적 인자하면서도 무게감있던 돈의 사업방식과는 다르게 마이클은 냉철하고 더 몰인정하게 발전해나가는 것 같았다. 프레도를 라스베가스에서 데려오는 해결방식 같은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확연하게 들었다.

  돈의 사망 뒤 마이클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주변의 상황들을 정리해 나가버린다. 코니 아들의 대부를 서주면서 그가 성직자 앞에 맹세하는 장면은, 그가 다른 모든 패밀리의 수장들을 처리해나가는 장면들과 겹쳐 보여주는데 이 대비효과가 강렬해서 기억에 남았다. 무자비한 살인 뒤 그는 내부에 있던 적마저 처리하고(그 내부의 적을 알도록 해 준 돈의 선견지명이 또 작동하는 장면이어서 묘했다), 이어 소니를 죽게 도왔던 코니의 남편 카를로를 처단한다. 카를로를 달래가며 정말 다정한 모습으로 동시에 무거운 협박을 내뱉는 마이클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 무게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냉정하게 그를 처단해버리는 모습 또한 말이다.

  마지막 장면의 임팩트는 마이클이 다른 조직의 수장들을 처리할 때의 느낌과 맞닿아 있었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 그 때에도 있었는데, "당신이 저지른 일이냐"고 묻는 케이에게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는 모습은 단순한 거짓말의 의미를 뛰어넘어 버린다. 케이가 문 틈사이로 손등에 키스를 받는 새로운 '대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케이 내면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큰 파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음 여러모로 부정적인 요소도 많긴 하지만 재미있게 봤다. 2, 3편도 곧 극장에서 재개봉 한다는데 보러가고 싶고나.

베니스의 상인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2004 / 미국,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영국)
출연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조셉 파인즈, 린 콜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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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일록 너무 불쌍해...... 감상 끝.

...이 아니고, 아니 그래도 진짜로 너무 불쌍했다. 마이클 래드포드의 베니스의 상인은, 주인공이 샤일록(알 파치노)이라고 해야 옳았다. 다른 이들은 거의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안토니오(제레미 아이언스)와 베사니오(조셉 파인즈)의 눈물겨운 우정이니, 베사니오와 포시아(린 콜린스)의 사랑이야기니, 포시아가 남자로 변장해 판결을 내려주는 기지고 나발이고 샤일록만 불쌍하다.

  원전을 그대로 잘 해석했다는 평이 많지만 원전 자체가 불평등한 모습을 담고 있는 관계로 영화조차 불편하게 느껴졌다. 예나 지금이나 종교차별은 꼴사납다. 애당초 유태인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서 고리대금업을 한다고 몰아세우는 작자들이 제대로 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거 같진 않지만 말이다. 차별의 근본조차 내겐 와닿지를 않아서. 내가 보기엔 어차피 한 뿌리인 것을(...)

  알 파치노의 샤일록 해석이 너무 좋았던 관계로 샤일록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선 오히려 재미가 떨어지는 신기함이. 처음부터 유태인 지구를 나누고 빨간 모자를 씌워 유태인을 차별하더니, 안토니오는 더러운 고리대금업자라며 자신을 개라 부르고, 돈 빌리러 온 주제에 이자는 낼 수 없대서 살덩이 하나 걸고 돈빌려줬다. 끝까지 꼿꼿한 이 크리스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딸년 제시카(줄레이카 로빈슨)는 그 크리스찬 로렌조(찰리 콕스)와 눈이 맞아 돈을 훔쳐 떠나버렸으니... 나라도 그런 복수심을 품을 것 같았다.

  나머지 캐릭터들의 설득력이 너무 떨어져서 샤일록에게 더 눈이가고 그랬다. 흥청망청 있는 재산을 탕진하고 친구의 돈과 살덩이를 걸고 아내를 맞으러(!) 떠나는 베사니오가 제일 꼴보기 싫었다. 그다지 능력있는거 같지도 않았고... 도대체 포시아는 어느 부분에서 베사니오에게 매력을 느꼈던 걸까? 알 수가 없다. 베사니오와 포시아의 시종인 그라티아노(크리스 마셜)와 네리사(헤더 골든허쉬)도 주인들처럼 한눈에 반했으니 딱 어울리는 주인과 하인의 짝들이다. 안토니오도 그렇지, 아무리 우정이 중요하다 한들 베사니오같은 치에게 돈을 빌려주다니. 안토니오와 베사니오의 관계는 둘만 있을 때에는 너무 노골적인 동성애가 들어있어서... 그래 뭐 사랑으로 감싸안으신건지.

  샤일록의 딸도 너무 마음에 안들었던게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싸고있는 상황을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아버지를 떠날 수 있느냐다. 그래 이것도 뭐 사랑으로 감싸안았겠지. 그래도 너무 짜증이 났다. 중간 중간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라던가,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후회나 회한에 찬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한들 용서가 안 되는 캐릭터더라.

  하이라이트인 법정 모습에서는 주변을 둘러싼 패들이 모두 샤일록을 욕하며 자비를 베풀라 말하는게 너무 가소로웠다. 먼저 자비를 베푼 적은 한 번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하대하며 멸시했던 자에게 자비를 바라는 건지 그 심리가 우스웠다. 자신들이 강할때는 자비를 주지 않으면서 약할 때에는 자비를 베풀라 간청한다니? 모든 상황이 변장한 포샤로 인해 뒤집혔을때 바닥에서 온 몸을 끌어안고 끅끅대는 샤일록의 모습은 세상 누구에게라도 동정심을 불러 일으킬 것 같았다. 자비, 그 놈의 자비를 백번은 외치다가 상황을 뒤집어놓고서 그런 자비를 베풀지 않는 자들의 모습은 어떻고? 돈을 빼앗고, 목숨을 구걸하게하고, 종교까지 앗아가는 그들의 자비에 역겨움으로 속이 메스꺼웠다. 끝까지 유태인은 들어라, 라는 식으로 '유태인'으로 규정하는 것도 너무 이상했다.

  요새 제레미 아이언스가 너무 좋아서 본 거였는데 도저히 공감이 안 가는 캐릭터라서 보다 지쳤다. 법정에서 살덩이 베어내기 준비할 때, 기절하듯 쓰러지는 장면이 아름다웠다는 거 정도만 내 마음의 위안(...) 알 파치노는 연기 잘한다 잘한다 했지만서도 여기서는 진짜 사무쳤다. 빗속에서 딸 이름을 부르면서 우는 모습, 기독교인들에게 유태인들은 기독교인과 같지 않은가 하며 몰아붙이던 모습, 법정에서의 모습들. 모두가 완벽했다.

  연기도 좋았고 원전도 잘 살렸지만 내용에 있어서 내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많아서 보면서 힘들었다. 카타르시스가 아닌 스트레스가 쌓이는 영화라니.


도니 브래스코
감독 마이크 뉴웰 (1997 / 미국)
출연 조니 뎁, 알 파치노, 엘리 알렉산더, 케이티 사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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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파치노를 본 것은 영화 '시몬'에서가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 사실 알 파치노는 '시몬'에서는 그다지 큰 인상을 남겨주진 않았다. 영화가 워낙 밋밋해서 그런건지, 내가 대충봐서 그런건지. 

  도니 브래스코는 알 파치노 때문이라기보다는 죠니 뎁 때문에 보았지만, 죠니 뎁보다 알파치노가 도드라진다. 명배우는 괜히 명배우인것이 아닌가봐... 조니 뎁이 연기를 못한건 아닌데. 알 파치노의 깊은 연기는 아무래도 감당하지 못했나보다. 캐릭터 자체도 알 파치노의 레프티가 좀 더 눈에 띄는 면도 있고. 하지만 캐릭터가 눈에 띈다 안띈다의 차이는 아닌... 배우의 아우라? 그런 종류의 것. 

  설정은 어찌보면 흔해빠져먹었는데, 그런 잔잔함 속에 점점 더 비참해지고 안쓰러워지는 레프티의 모습에서 가슴이 찡. 찡. 마피아 이야기라길래 나는 좀더 화려한, 그런 것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마피아는 아니고... 마피아 조무래기. 퇴물이 다 되어버린 그런 마피아. 그 와중에서도 자존심을 지키는 모습과 비굴해지지 않으려는 모습이 진짜... 그 설정 속에서 나오는 안쓰러움들이 가슴 아팠다. 마피아만 아니라면 삶에 찌든 일반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린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서. 

  도니 브래스코의 변화 과정도 꽤 재미있긴 한데, 제목에 쓰인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과정보다는 점점 추락해가는 레프티의 모습이 더 눈에 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다.

  마지막 부분 즈음에, 레프티가 '불림'을 받고 나가는 장면이 백미이다.

도니한테 전화오면 전해. 그게...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난 좋다고, 알아?

  그리고 나서 자기가 가진 돈 될만한 것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풀어 놓고 나가는 모습... 진짜 눈물난다.

  알 파치노의 멋있다. 아, 대부 봐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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