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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같이 조용한 가운데 팡팡 터지는 강렬한 이미지들이 많다. 맨 처음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가 저지르는 살인부터서 팡 하고 터지는 느낌. 살인장면들은 빠르고 간결하지만 인상 깊다. 안톤이 쓰는 무기는 독특하며 인상에 남는다. 그 외 살인장면들도 굉장히 빠르고 신속하며, 이미지가 강렬했다. 팡팡 터지는 장면 외에도 조용하면서 가슴졸이게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숨죽이고 보게 된달까.
모스(조쉬 브롤린)가 돈을 탐낸 건 당연하다. 그 정도 돈이라면 누구라도 탐냈겠지. 하지만 그 과정이 내겐 좀 바보같이 느껴졌다. 돈을 든 가방을 그대로 사용한다던가, 돈을 가져왔던 장소로 다시 돌아간다던가 하는 행동들. 그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도망치긴 하지만 그 과정이 그렇게 똑똑해 보이진 않았다. 필사적이지만 한 군데 씩 비어있달까. 어느정도까지는 그가 완전한 주인공인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호승심으과 돈에 대한 욕심으로 자기 목숨 뿐 아니라 아내의 목숨까지 배팅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 그런 면에서는 완벽한 일반 사람과 같다. 모스는 그냥 보통 사람이다. 손에 쥐게 된 것을 지키려는 탐욕으로 범벅이 된 보통 사람.
안톤 시거는 생김새 자체도 좀 독특하고―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호러스러운데, 그가 벌이는 살인들은 감정없이 원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게 더 두려움을 자극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안전해 보이기도 하지만. 주요소 직원처럼 쓸데없이 "어디서 왔어요?" 따위의 질문만 내뱉지 않는다면, 그는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그 이유라는 것이 나름 원칙을 세우고 있는 이성적인 것들이라 마음에 든다. 남들을 돕지도 않지만 대가없는 도움을 받지도 않는다던가 하는 점도 자기 원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일들 같다. 교통사고를 당해 뼈가 보이는 와중에도 그는 돈을 지불하고 소년들의 옷을 샀다. 교통사고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대가 없는 도움을 받지 않으며 그 자리를 묵묵히 떠난다. 모스의 아내(켈리 맥도날드)가 "이럴 필요 없잖아요."라고 말할 때에도, 그는 자신의 원칙을 따랐다. 아마 칼라 진 모스는 죽었을 것이다. 동전을 고르지도 않았고, 그녀를 살려두면 오히려 안톤에게 해가 된다. 원작에서는 확실히 죽었다.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는 세상과 타협하는 늙은이가 되어버렸다. 그는 대대로 정의를 수호하는 자였지만, 그 역시 자신의 목숨과 안전을 위해 안톤을 캐내지 않는다. 세상을 관망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에 아내(테스 하퍼)에게 담담히 털어놓는 말들은 뭔가 안타까운 느낌을 준다. 그의 꿈들이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은데, 난 이해가 덜 된것 같다...
해결사(우디 해럴슨)는 좀 웃겼다. 뭔가 허세만 가득해서 뻗대더니만 정말 허세로 끝났다. 죽음을 구걸하는 신세까지 되어버리다니. 사실 그가 뭔가 한 껀 하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건만...
연기들이 다 좋았다. 살아남으려는 모스의 모습이 필사적이라 좋았다. 조쉬 브롤린 연기 좋았음. 특히 초반에 그 총맞으면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거.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냥 말할 필요 없는 듯. 진짜 안톤 시거 같다. 우디 해럴슨은 찾아보다 알았는데, 실제 친아버지가 돈받고 살인해서 감옥 복역...; 지금은 돌아가시긴 했는데 좀 어이없었음. 다른 영화에서 킬러도 했었던데, 연기하면서 기분이 어땠을까?
뭔가 메타포가 많은데 그걸 다 파악하지 못해서 화가 남. 난 역시 좀 더 생각없는 영화 쪽이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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