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감독 시드니 루멧 (2007 / 영국, 미국)
출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에단 호크, 앨버트 피니, 마리사 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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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 블로그에서 하는 시사회에 당첨되어 다녀왔다. 시사회만 한 게 아니고 진중권 교수와 함께 하는 시네토크도 있었음. 영화 2시간, 시네토크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시네토크라는거 영화에 대한 해설도 되고 좋긴 했다. 하지만 관객들과의 토론은 그저 그랬음. 도대체 저 질문은 왜 하는가? 싶은 수준낮은 질문들도 많았다. 아무튼, 이 영화 2007년 영화인데 좀 뒤늦게 개봉한다는 감이 있지만, 뭐 여러 상들을 휩쓴 영화 답게 영화는 좋았다. 시드니 루멧은 어떻게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렇게 잘 빠진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걸까. 광화문 시네큐브 단독개봉이라는데 그게 아쉽다.

  영화 제목은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반 시간이라도 천국에 가 있기를.' 이라는 아일랜드 속담에서 나온 것이라 하는데, DJUNA의 영화평 아래 달린 사족을 보면 아일랜드 건배에서 나왔다고. 'May you have food and raiment, a soft pillow for your head; may you be 40 years in heaven,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어느 게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앤디(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와 행크(에단 호크)의 팍팍한 일생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앤디는 번드르르한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때문에 횡령했던 회사 돈을 감사가 나오기 전에 메꿔야 하고, 에단 호크는 애당초 가난하다. 누구나 한 번쯤 돈이 궁할 때 범죄를 저지를 상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걸 실행하느냐 마느냐겠지. 그리고 이 형제들은 실행한다.

  앤디가 생각한 대로 모든것이 잘 풀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화는 결코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보안이 허술한 부모님의 보석상을 턴다. 이 보석상엔 나이든 노파인 점원 한 사람만 있을 테고, 총은 장난감 총을 가져갈 것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앤디가 행크를 조용히 꾀어낼 때만 해도 이 계획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저지르는 자그마한 실수들은 우연과 섞여 전체적인 그림을 뒤섞어 버린다. 작게는 그 날 출근한 사람이 점원이 아닌 엄마 나넷(로즈마리 해리스)였다는 것부터, 앤디가 행크에게만 일을 맡겨버린 것, 행크가 친구인 바비(브라이언 F. 오바이런)을 끌어들인 것, 앤디가 장물상에게 명함을 준 것. 행크가 앤디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모든 사소한 일들은 결국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연쇄작용에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이것들이 초래한 재앙은 그 재앙만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재앙으로 등장인물들을 몰아갈 뿐이다. 형제가 원했던 건 지금의 경제난을 해결할 돈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사소한 실수만으로 보면 행크의 더 많았긴 했지만, 앤디가 행크를 몰아세우는 장면에서는 좀 속이 쓰렸다. 애당초 시작점이 앤디였던 것을 생각하니 더 그랬을지도. 나는 과정보다 결과와 시작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앤디가 평소 생활에 만족했다면, 아내(마리사 토메이)와의 성관계에 만족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뭐 행크는 혼자서는 그럴 배짱도 없는 사람이다. 경제난에 휘둘리긴 했지만 실제 실행하는 데 있어서는 몇 번이나 망설이고, 결국은 친구까지 끌어들였으니까. 보는 내내 은자와 헉 행크 찌질해... 를 외친 것 같다. 거기다 형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바람까지 피우는 걸 보면 기가 차는 캐릭터였음. 아버지인 찰스(알버트 피니)가 행크를 더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앤디는 그거 때문에 또 열등감을 가지기는 하지만.

  가족 내에서 어머니가 죽었다는 작은 재앙이, 원래 묻혀 있던 재앙의 뿌리들을 끄집어냈다는 기분도 들었다. 이미 뿌리가 튼튼치 못했던 가정이 그 이후에 더 크게 흔들리게 되었달까. 찰스가 앤디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뭐 그런... 하긴 이런 식으로 시작을 따지면 끝도 없겠지.

  배우들 연기는 누가 나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역시 뭔가 꿍꿍이가 있는 비열한 타입에 잘 어울린다. 에단 호크는 다정할 땐 한 없이 다정하지만, 찌질한 모습을 연기할 땐 정말 미친 듯이 잘 어울린다. 엘리트와 루저 사이를 넘나드는 느낌이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전에에서는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온 몸으로 드러내 주었다. 마리사 토메이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진 않았지만 넘실대는 감정을 잘 보여주더라. 알버트 피니가 대박이었다. 마지막에 앤디를 보며 괜찮단다. It's all right 할 때, 이미 표정이 그렇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얼굴을 막 찡그린 것도 아닌데 그 안에 담긴 분노와 용서못함의 감정이 느껴져서 사뭇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연기자 셋 중에서 가장 도드라졌다는 느낌.
 
  좋았다. 하지만 명작인데 기분나쁘고 재미있는데 찝찝한 기분. 그걸 감출 수는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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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아담스
감독 톰 새디악 (1998 / 미국)
출연 로빈 윌리엄스, 모니카 포터, 리차드 킬리, 다니엘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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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기적 거리다가 집에서 봤음. 케이블 만세. 영화 느낌이 참 따뜻해서 좋았다. 로빈 윌리엄스 영화에서는 왠지 모르게 이런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실망하진 않았음. 어떻께 어떻게 된다- 라는 전형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실화라고 하길래 조금 놀랐다. 중년이 되어가는 나이에, 암울했던 과거사를 딛고 남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의술을 배운다니. 죽기 직전까지 간 사람의 의지일까. 어찌 되었건 대단하다.

  헌터 아담스(로빈 윌리엄스)는 영화상에서 자신을 패치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가 했는데, '상처를 치유한다'는 뜻의 Patch라고. 이것 저것 따뜻한 선행들의 베품, 그리고 다소 세게 느껴졌던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것. 정말 흔한 이야기이지만 이것이 실화라는데에서 큰 힘을 느낀다. 물론 영화 전체가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뻔한 스토리가-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이 영화가 실화라고 한다면 '아, 세상은 아직까지 따뜻하구나'라는 위안을 더불어 얻게 되니까. 

  따뜻하고 편한 영화였다. 그리고 9년전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너무 귀여웠다.


콜드 마운틴
감독 안소니 밍겔라 (2003 / 미국)
출연 주드 로, 니콜 키드먼, 르네 젤위거, 에일린 앳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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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개봉했을때 신문에서 포스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땐 포스터가 엄청 재미없게 생겨서-_-; 내 사랑 니콜 키드먼+르네 젤 위거 조합(주드 로 무시)에도 불구하고 보러가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센스없어 보이는 포스터다. 누가 보면 마냥 전쟁영화-_-;같은 포스터. 어찌 되었건, 케이블에서 하길래 보았다. 케이블에서 본건 좀 됐다. 한달? 두달? (...)

  물론 포스터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영화였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전쟁 상황에서 사랑하는 아이다(니콜 키드먼)를 만나기 위해 길고 긴 길을 걸어서 돌아오는 인만(주드 로)의 여정. 그 험난한 여정을 견뎌내는 모습, 도중의 과정들을 통해 사랑의 마음이 점점 더 굳건해지는 모습... 주드 로 되게 멋있게 나오더라.

  마을에 혼자 남은, 고생한번 안하고 자란 아이다는 억센 여자인 루비(르네 젤위거)를 만나면서 힘든 삶에 적응해 나간다. 이 모습은 영화 중 가장 재미있고도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사람의 감정이나 모습들이 전쟁을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영화에는 인만과 아이다, 루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여럿의 악당들은 개성적이다. 특히 백발의 청년 잊을 수 없다-_- 그리고 인만의 여정 중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까메오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에 관해서는 밑에 덧달아 놓은 네이버 제작노트를 보시길. 개인적으로는 흑인 노예를 임신시킨 목사로 나오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가장 좋았다.

  어떻게 보면 밋밋한 영화이긴 하다. 사건들이 그다지 커다랗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렇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좋았고, 스토리가 좋았다. 자잘한 사건의 연속은 영화에 푹 빠질 수 있게 해주었다. 주드 로도 좀 좋아졌다. 니콜 키드먼과 르네 젤위거는 더 좋아졌다.

  시간이 아깝진 않은,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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