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2010)

The Yellow Sea 
6.7
감독
나홍진
출연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이철민, 곽도원
정보
스릴러 | 한국 | 156 분 | 20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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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룸메 꼬셔서 봤는데 영화 끝나자 마자 한 생각은 너무 많이 기대했구나, 였다. 내가 뭘 본건가 싶어서 약간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을 지경. 영민했던 추격자의 서스펜스를 기대했는데 나온 건... 글쎄. 나쁘지는 않은데 추격자 정도의 수작은 아닌 작품이었다. 100억이나 되는 돈을 쏟아부었는데 나온 작품이 전작보다 별로면 감독 속도 좋진 않겠다 싶네. 확실히 나쁜 건 아닌데, 이 처절함 속에서 내가 무엇을 보아야하는지 헷갈렸다. 메마르고 각박하고 처절한 그 삶 자체? 음... 해피엔딩이나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너무 꼬여있다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다.

  아내(탁성은)를 한국으로 보낸 조선족 구남(하정우)은, 아내를 보내느라 진 빚 때문에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다. 거기다 아내와는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그 곳을 꽉 잡고 있는 인물인 면정학(김윤석)은 구남에게솔깃한 제의를 해온다. 한국에 가서 김승현(곽도원)이라는 사람을 죽이고 엄지 손가락을 잘라오면 돈을 주겠다는 것. 고민하던 구남은 결국 아내를 보고 싶은 마음과 돈 때문에 한국행 밀입국을 시도한다. 그러나 일은 잘 풀리지 않아 김승현은 누군가에게 먼저 살해되고, 그 현장에 있던 구남은 김승현의 부인(임예원)에게 발각되어 죄를 뒤집어쓰고 도망을 다닌다. 중국행 배를 대기로 했던 면가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김승현과 친분이 있던 김태원(조성하)의 조직까지 그를 쫓는다. 끝없는 도망과 추격이 그려지고, 그 사이사이에 면정학과 김태원 조직의 불화까지 더해져 구남의 처지는 더욱 곤란하게 된다.

  캐릭터들이 현실과 비현실성을 넘나들더라. 모두의 상황은 현실적인데, 그려지는 부분은 비현실적인 것들이 있다. 특히 면가와 구남이 살아남는 과정들을 보면 저게 어떻게 가능해 싶다. 그 와중에 그 둘이 다쳐가는 장면들을 보면 또 저건 현실적이네 싶고. 약간 감탄했던 게 면정학의 마지막 장면. 되게 어울리더라. 구남은 그냥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모든 일들의 시작이 하잘것 없는 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등장인물들의 모든 행동들의 의미가 참 격하되어버린다는 느낌이다. 근데 그게 또 우리 인생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싶기도 하고... 아 모르겠다. 내가 확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장면장면 생각하면 되게 좋았는데 전체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내 취향은 아닌 영화였다.


추격자
감독 나홍진 (2007 / 한국)
출연 김윤석,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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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가 보고 싶어서 룸메랑 보았는데... 하정우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응? 이게 아니고 그 정도로 연기 잘했다. 진짜 보면서 아오; 저 자식을 그냥! 이러면서 봄.

  각본이 진짜 흥미로웠다. 살인자를 잡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잡은 살인자에게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고 그걸 어떻게 완전히 잡느냐에 가까웠다. 모든 패를 앞에 다 보여주고 내 앞에서 이리저리 섞어대는데 야 이거 재밌더라. 머리 쓴 시나리오라서 마음에 들었다. 그걸 표현하는 방식도 촌스럽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였다. 경찰들에 대한 묘사가 현실성 있으면서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몰고가지 않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건 흠도 안 된다. 미행하는 장면만 없었으면 100점 만점에 100점. 미행 때문에 99점 정도...

  관객에게 완벽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주진 않는 것이 아무래도 미진(서영희)때문이긴 한데, 또 역설적이게도 그 때문에 맨 마지막에 가서 엄중호(김윤석)가 지영민(하정우)을 마침내 잡았을 때의 느낌이 더 살아났다. 슬로우 모션이 들어가는 장면 두 번이 모두 쓰라렸다. 수퍼마켓에서 현장을 발견했을 때 달려드는 중호의 모습과, 맨 마지막에 지영민을 망치로 내려칠까 말까 고민하던 그 찰나에 경찰들의 제지로 실패하는 모습. 두 씬 모두 슬로우 모션이 쓰였는데 이상하게 내 손안에 움켜쥐어 있던 긴장마저 슬로우 모션으로 꾹꾹 눌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이 좋았다. 특히 지영민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는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게, 이렇게 현실적인 싸이코패스 살인마 역할은 또 오래간만에 보았다. 다른 곳에서 많이 나오는 '탁월한' 싸이코패스들을 볼 땐 다소 연극적이다 싶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살인마는 찌질한 그 일면까지도 참 현실적이더라. 웃다가 울다가 찌질했다가 냉혹해졌다가 이게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감탄만. 엄중호 캐릭터는 아무래도 내가 시선을 따라가게 되는 캐릭터인데 선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양심을 내팽겨쳐버리지도 않은 그런 적당한 속물, 특히 미진의 딸 은지(김유정)이 등장하면서 더 깊어진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묘사들이 마음에 들었다. 영민을 미친듯이 쫓을 때야 발휘되기 시작하는 숨겨져있던 형사의 감들도 좋았고.

  연기는 그냥 말할 필요가 없네요. 다들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하정우는 진짜... 이렇게 연기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연기 잘하더라. 그렇게 이해가능한 캐릭터도 아니었을텐데 어쩜 이렇게 연기하나... 싶을 정도로 잘했다. 김윤석이야 언급할 필요가 있나... 서영희도 미진이 잡혀있을 때 묘사에서 나까지 소름끼치도록 연기 잘 했고, 다른 조연들도 좋았다. 오 형사 역의 박효주만 약간 아쉬웠는데... 왜 그렇게 느껴지나 모르겠다. 그 미행 연기 때문인가...

  무조건적인 해피 엔딩을 보여주는 영화도 아니었고 사실적인 묘사로 가득한 영화였는데 그 때문에 더 긴박하고, 더 슬펐다. 재밌었다.


잠복근무
감독 박광춘 (2005 / 한국)
출연 김선아, 공유, 남상미, 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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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케이블에서 하길래 봤음. 내가 개봉 전에 알게 되는 영화는 몇 개 없는데, 그 중 하나였다. 이 영화 리얀네 학교에서 찍어서ㅋㅋ 리얀이 말해줬거든. 리얀이 처음 제목 말해줬을때 뭐야 그게,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스토리 라인이 굉장히 평범하다.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학원 액션(학원이 아니지만), 신분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사건들, 적당히 버무려 놓은 서스펜스와 코미디.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거다. 이미 너무 많이 사람들이 써먹어서, 하나의 틀이 되어버린 이야기. 그리고 그 틀로 떠 놓은 물건을 전혀 다듬지 않아서 정말 그대로 평범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중간중간 재미있는 씬들이 많았는데, 금방 금방 넘어가버릴 정도로 숨이 짧았다. 그건 좀 안타까움.

  그래도 영화를 살려주는 건 배우들. 특히 원톱으로 나선 김선아는 여전히 활기차고 기운나는 김선아표 연기를 보여준다. 캐릭터도 그렇지만, 김선아에게 참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공유는 부들부들하지만 약간 부족한 느낌이. 아 씬마다 텀이 너무 짧아서 그래. 김갑수씨나 노주현씨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오광록씨... 진짜 사랑합니다. 그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이 나는 목소리로, "깜짝이야~"같은 대사 할 때 쓰러졌음; 남상미는 뭐 그냥 무난. 홍수아 최고ㅋㅋ... 언니 정말 껌좀 씹으셨군요. 하정우는 다른 작품에서 보고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는 그냥 무난 하네요. 

  뭐 평범한 공식을 따라가는 영화였음. 그렇다고 재미 없다는건 아니고, 재미는 있는데 너무 평범해서; 따로 볼 필요를 못 느끼는 느낌? 시간 많고, 마침 케이블에서 한다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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