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받은 연기나 봐야지 하면서 봤는데 아 진짜 주연상 백번 줘도 아쉽지가 않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크리스티 브라운이라는 더블린 출신의 작가/화가의 삶을 다룬 이야기. 그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아서 자신의 의지대로 가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왼발밖에 없었다. 즉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작가와 화가가 되었다는 이야기. 게다가 그의 집은 노동계급인지라 그에게 휠체어를 떡 하고 사줄만한 돈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지막지한 벽돌공 아버지와 줄줄이 딸린 형제들, 딱 보기에도 고되어 보이는 어머니. 크리스티 브라운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보이지 않는가.
영화는 크리스티 브라운(다니엘 데이 루이스/아역: 휴 오코너)의 어릴 적부터의 삶을 보여주고 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주는데, 이 인물을 다룰 때에 개인의 장애 뿐 아니라 그가 가진 배경이란 것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라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중간 중간 뚝뚝 끊기는 듯한 편집이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이 가진 힘이 강해서 보는 내내 안쓰럽고 또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애가 어느정도 클 때까지 브라운 가 사람들은 크리스티가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쓰러졌던 어머니(브렌다 프리커)를 구해냈을 때도 사람들의 오해만 사더라. 그렇게 찡한 장면이 따로 없었는데. 크리스티가 MOTHER를 바닥에 써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훌쩍.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낸 뒤 크리스티의 삶은 아마도 조금은 더 나아졌던 거 같지만... 그래도 열아홉이 되도록 휠체어 하나 없었으니 그의 삶과 나아가 그 가족들의 삶이 보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건 그의 어머니와 그의 형제들이 그에게 아주 좋은 가족이었다는 것. 아버지는 강압적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쯤 가서는 좋은 모습도 보여주었고.
크리스티가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고 좀 더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닥터 엘렌 콜(피오나 쇼우)의 경우엔 어떻게 보면 구원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대상이기도 했는데, 뭐 후자 쪽이야 크리스티 본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였고... 엘렌 쪽의 문제라면 미세스 브라운이 걱정했던 것처럼 희망을 갖게 내버려둔 점일까. 근데 희망이 나쁜 건 아니잖아. 이 정도의 좌절은 사람이라면 한번씩 겪는 거고... 다만 크리스티에게는 그게 남들의 것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던 게 문제였지만. 나쁜 사람같진 않았다... 그보다는 크리스티를 도우려고 노력했던 그 모습들이 더 크게 보이더라. 그런 것들을 극복했으니 크리스티 또한 엘렌을 다시 만나고 그랬겠지.
캐릭터가 마냥 착한 캐릭터도 아니었고(그렇지 현실이니까) 마냥 나쁜 일만, 좋은 일만 있지도 않은 그런 삶의 이야기여서 좋았다. 그리고 연기가 정말 무척이나 좋았다. 아약이었던 휴 오코너의 연기도 기가막혀서 손을 막 쥐게 되었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뇌성마비 연기야. 말할 필요도 없이 좋았던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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