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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졸업반이 되어 논문을 쓸 때 무진기행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김승옥 전집을 덜컥 샀었는데 음, 뭐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일이 꼬여서 이청준의 '비화밀교'로 논문을 쓰게 됐다. (논문 주제를 정할 당시의 내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뒤로 김승옥 전집은 사 놓고서도 잘 안읽고 있었는데... 요번에 읽어봐야지 하고 무진기행이 있는 김승옥 전집의 1권을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받았었다. 어떻게 이런 표현들을 쓰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뭐 그런 것들이 뒤섞이더라. 대표작인 무진기행 말고도 다른 작품들에 담긴 표현들이나 깊이가 놀라웠다.
생명연습(生命演習)
건(乾)
역사(力士)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무진기행(霧津紀行)
싸게 사들이기
차나 한잔
서울 1964년 겨울
들놀이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夜行)
그와 나
서울의 달빛 0章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건(乾)
역사(力士)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무진기행(霧津紀行)
싸게 사들이기
차나 한잔
서울 1964년 겨울
들놀이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夜行)
그와 나
서울의 달빛 0章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
무진기행에는 이렇게 총 15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가장 여운이 강하게 느껴졌던 것은 '서울의 달빛 0章'이었고, 대부분이 그러했지만 읽으며 씁쓸했던 건 역시 '무진기행'과 '염소는 힘이 세다' 였다. 이런 씁쓸한 소설들 중에서도 '역사'는 위트가 느껴져서 좋았다. 굳이 하나 더하자면 '차나 한잔' 쪽도 약간 유머러스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모든 소설들은 1960년대의 답답하고 억압된 감성이 묻어나서 읽으며 썩 편한 소설들은 아니었다. 아, 재미가 없단 소리가 아니었다. 난 소설에 빠져들어 읽었고 앞으로도 종종 책장에서 꺼내볼 생각이다. 다만 재미있고 빠져들지만 그 뒤에는 끕끕하고 가슴이 답답했던 그런 글들이었다는 거다. 1960년대 사람들은 이 소설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갑갑함을 해소하려 뛰쳐나갔을지, 갑갑함을 감추려 가슴께를 여몄을지... 나는 모르겠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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