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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같은 '환상수첩'은 굉장히 서글픈 소설이었다. 애당초 이야기 서두에, 이 수기를 쓴 친구가 죽었다. 로 시작했기 때문에 깔끔할 거라고는 기대 안했지만서두... 내 생각보다도 훨씬 처절하고, 찝찝하고, 힘없어서 읽으면서 슬프단 생각을 자꾸 했다. 여자친구였던 선애의 삶과 죽음도 그랬고, 꿈을 잃은 듯한 수영과 윤수의 모습도. 그리고 얼굴이 무너져버린 형기의 모습도 다 애처롭기만 했다. 중간 중간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가 보였음에도 그게 모두 좌절되어 버린 것이 씁쓸. 가장 안타까운건 윤수였고(아 미아는 어쩌란 말인가) 형기의 "바다로 데려다줘"라는 말도 너무 슬펐다. 수영은 솔직히 진짜 밉고 짜증나긴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이해도 되고. 여튼 여기 나오는 애들 다 안쓰러웠다.
'다산성'은 솔직히 내가 잘 이해를 한 거 같지는 않아서 뭐라 말은 못하겠고, 이런 저런 이미지들은 꽤 인상 깊게 남았다. 노인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재룡이'는 입담이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느낌.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재룡의 삶을 통해, 전쟁이 사람을 어떤 식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직접 참여한 재룡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태도나 뭐 그런 것들도. 이념이라는게 거 참. '빛의 무덤 속'은 보면서 즐거웠다. 환상이 가미된 두 편의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로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 자라나는 귀라는 설정은 좀 소름끼쳤지만. 음 뭐 재밌었어.
약간씩 긴 단편들이지만 원체 문장도 잘 읽히는데다 가슴 답답하면서도 여전히 재미있는 소설들인지라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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