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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아니고 최근 읽었던 한국 문학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의 소설들이었는데(몇몇 단편은 진짜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고), 입담 바른 사람에게 이야기 들으면 이런 느낌일까.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즐겁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랬다. 담으려고 하는 것이 마냥 가볍지도 않은 이야기들인데도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웃기고 즐거웠다.
나쁜 소설-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원주 통신
당신이 잠든 밤에
국기게양대 로망스-당신이 잠든 밤에2
수인
할머니,이젠 걱정 마세요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렇게 소설들이 실려있는데 맨 처음의 '나쁜 소설' 읽을 때까지만해도 아리까리 했는데 으 두 번째부터 빵 터졌다. 일단은 재미있으니까 생각없이 읽다가도 아,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점이 있었다. 소재도 기발하고 그러면서 또 현실적이야. 이럴 수가 있다니. '수인'같은 경우에는 전에 줄거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소설로 읽는 거랑 또 차원이 다르데? 한 세계가 멸망한 뒤 예술가들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다니. 잠깐 피아니스트의 구와덱의 처지가 생각났다. 근데 이건 유쾌해. 주인공은 미치도록 절실한데 보는 사람은 재미있다. 이건 수인 말고 다른 단편들도 마찬가지.
'원주 통신'같은 건 묘하게 현실이랑 결합해 놔서ㅋㅋㅋ 진짜로 토지 라는 주점이 있을 거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비참한 주인공이야. 당신이 잠든 밤에 1, 2에서 모두 나오는 시봉이라는 캐릭터는 참 모자라면서도 매력적이다. 너무 순진하고 진실되어서 오히려 이 세계에 어울리지 않고, 그 우스꽝스러운 조화는 참 불쌍하면서도 우습다. 작가의 다른 단편들에서도 나온다는데 그것들도 보고 싶다. 최순덕 성령 충만기를 사길 잘했지... 그거 말고 다른 책에서도 나오던데. '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는 살짝 소름끼쳤다. 할머니 입으로 할머니의 조카 이야기를 들을 때의 그 무게감이란.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또 웃긴다...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제일 많이 웃은 거 같은데... 아 진짜 미치도록 운없는 주인공의 인생사다. 진행방식이나 화자의 태도 전부 재미 있었다.
엄청 재미있음! 그래서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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