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편이 실려있는 소설집. 세 편이 각기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 단편이면서 동시에 연작. 연결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세 편을 같이 읽는 편이 좋다.
사실 읽으면서 재미 있었고 흥미롭다 생각했지만, 동시에 아 이거 과제로 읽은 소설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도 마구 했다. 가끔 이런 소설들은 내가 이해를 못한다는 기분에 미친듯이 불편해진다. 그렇지만 재미있으니까.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이상문학상을 받은 '몽고반점'이 제일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선선하니 마음에 들었던 건 '채식주의자' 쪽. 형부나 언니는 영혜와 관련되거나 혹은 영혜의 심정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남편은 영혜를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는 영혜의 변화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안위와 체면만을 생각해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는 뻔한 인물이었다. 널리고 널린 그런 평범한 인물이라는 게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평범하니까. 그리고 '채식주의자'쪽은 영혜의 변화가 극적으로 보여지고, 영혜 내면의 트라우마가 꿈을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기에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고 할까.
'몽고반점' 쪽은 반면 이미지는 강렬했지만 영혜의 심리를 잘 모르겠다는 느낌... 아 그래도 형부라는 인물의 속마음은 드러나긴 하지만. 난 이 형부 진짜 싫었다. 꼴같잖아. 예술에 눈이 멀었고 이미지에 눈이 먼 건 알겠는데 그러면서 현실 감각은 땅에 처박았나? 영혜 언니 말대로 진짜 나쁜새끼다. 아무리 포장하고 감싸고 변명해도 그래서는 안됐다. 여튼 이모저모 불편한 구석이 강했다. 그런 심리를 이해는 하면서도 으... 그래도 안돼. 그래도 그래선 안돼. 이런 생각이 자꾸 떠오르게 하는.
'나무 불꽃'은 가장 이해가 안됐다는 느낌인데... 내가 이해한 방식을 굳이 억지로 털어놓을 부담감이 없으니까ㅋㅋㅋ 느낌만 말하자면 참 애처로웠다. 현실을 묵묵히 받아내던 두 사람이 어떻게 변화했느냐, 그런 현재 못습을 보고 있자니까 참 그랬다. 영혜는 현실을 버리고 나무가 되어버리는 쪽을 선택했고, 인혜는 자식탓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과거를 노려보는 쪽을 택한 것 같았다. 두 자매의 기본 바탕이 되는 트라우마가 같아서 그런가 그걸 다루는 둘의 방식이 흥미로웠음. 아 물론 더 피해를 입은건 인혜의 말대로 영혜 쪽이었지만.
여튼간에 재미있었다. 이거 모티프가 한강 자신이 썼던 단편 소설 '내 여자의 열매'에서 확장한 거라는데... 마침 그 책도 샀으니 곧 읽어봐야지.
'마음의 양식 > 가끔은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민음사, 2001) (0) | 2010.09.09 |
---|---|
브이 포 벤데타 / 앨렌 무어 글, 데이비드 로이드 그림 (시공사, 2008) (0) | 2010.09.01 |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 이기호 (문학동네, 2006) (0) | 2010.08.26 |
침이 고인다 / 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07) (2) | 2010.08.25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7) (2) | 2010.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