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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제목과는 달리 소설이 그렇게 어둡지 않다. SF적인 상상력도 섞여있고 아무래도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유머 섞인 진행 탓에 어둡지 않고 오히려 피식 피식 웃게 되는 장면(롤런드 위어리가 죽어가며 남긴, 내 원수는 '빌리 필그램'을 보라!)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고 정말 반전에 대한 사상, 그런 무거운 주제를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던 그런 소설이었다.
짧은 문단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설은 기존의 서술방식을 따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 또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전쟁에 참가하여 참혹한 드레드덴 폭격을 목격하게 된 빌리 필그램의 일화는 가볍게 진행되지만 읽다 보면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없이 반복되는 '그렇게 가는거지' 라는 말은 모든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들 안에서 안정을 찾게 만든다. 그건 세상의 섭리라 받아들여야하지만 그 안에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가야하는 느낌을 주었다. 우주인들처럼 우리는 법칙을 이길 수 없지만 그러나 그 안에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나가야하는 느낌. 그렇게 가는거지.
괜찮았다. 적어도 앞으로 커트 보네거트 소설을 찾아 볼 마음이 들 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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