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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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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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 채권자 폴 뱅크스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읽게 된 소설. 커트 보네거트 소설은 뭐 이전에 Long Walk to Forever 말고는 읽어본 적 없기에 요게 처음 읽는 장편 소설이었다. 아는 분이 번역과 취향을 탄다고 그러셔서 얼마나 그러려나 했는데 아 몇 장 넘기면서 알았다. 이거 진짜 취향 타겠다고... 그래도 내 취향엔 맞았으니 다행.

  살벌한 제목과는 달리 소설이 그렇게 어둡지 않다. SF적인 상상력도 섞여있고 아무래도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유머 섞인 진행 탓에 어둡지 않고 오히려 피식 피식 웃게 되는 장면(롤런드 위어리가 죽어가며 남긴, 내 원수는 '빌리 필그램'을 보라!)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고 정말 반전에 대한 사상, 그런 무거운 주제를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던 그런 소설이었다.

  짧은 문단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설은 기존의 서술방식을 따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 또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전쟁에 참가하여 참혹한 드레드덴 폭격을 목격하게 된 빌리 필그램의 일화는 가볍게 진행되지만 읽다 보면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없이 반복되는 '그렇게 가는거지' 라는 말은 모든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들 안에서 안정을 찾게 만든다. 그건 세상의 섭리라 받아들여야하지만 그 안에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가야하는 느낌을 주었다. 우주인들처럼 우리는 법칙을 이길 수 없지만 그러나 그 안에서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나가야하는 느낌. 그렇게 가는거지.

  괜찮았다. 적어도 앞으로 커트 보네거트 소설을 찾아 볼 마음이 들 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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