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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걸 보려고 이전 작들인 죽은자에게 걸려온 전화와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본 셈이었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 사람들이 스파이 소설을 볼 때 이런 부분을 많이 기대하지 않을까 싶었다. 감정 이입하게 하는 이야기는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였지만, 이 소설이 짜임새나 트릭, 머리 쓰게 하는 구조는 더 빡빡하게 들어가 있었다. 이 소설 쪽은 감정이입보다는 복잡한 트릭과 음모를 파헤치는 재미가 있었다. 둘 다 장점이 다른 거라 뭐가 낫다고 말하기 힘들다. 다만 복잡한 트릭과 스파이 용어들의 등장 덕분에 자꾸 헷갈려서 혼났음. 원래 내용을 몰라도 앞장을 다시 들춰보거나 하지 않고 쭉 보면서 이해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그게 안되어서 곤란했다. 스파이 용어가 특히 자꾸 헷갈려서 다시 들춰보고 들춰보고 그랬다. 뒤에 쭉 정리되어있는데 책 읽을땐 몰랐지. 여튼 위치크래프트라는 고급 정보의 명칭과 멀린이라는 고급 정보원의 코드네임이라는 말만 알면 대충 헷갈리진 않을..듯... 아마도... 아닌가 나만 그런가; 나 넘 대충읽었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는 제목은 영국 동요에서 차용한 것인데 소설 안에서는 스파이 축출 작전에서 다섯 명의 의심되는 요원을 가리키는 비밀암호로 쓰인다. 소설 안에서는 팅커, 테일러, 솔저, 푸어맨, 베거맨. 현 서커스 수장인 퍼시 올러라인(팅커), 현 서커스의 새 조직인 런던스테이션의 소장 빌 헤이든(테일러), 정보탐문 에이전트 램프라이터 대장 토비 이스터헤이스(푸어맨), 런던스테이션의 2인자 로이 블랜드(솔저), 그리고 조지 스마일리가 베거맨으로 다섯 명의 후보자가 나온다. 이 중에서 누가 스파이일지는 읽다 보면 아 이 사람밖에 없다... 는 감이 온다. 이게 웃긴게 그냥 감이야... 느껴져. 조지는 딱 아니다 싶고, 둘은 너무 가볍고 권력추구적이고, 한명은 뭔가 존재감이 없다. 그리고 남은 그 한 명의 존재감이 진짜 너무 커서... 아니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이 사람밖에 없다는 느낌이 확확 온다. 근데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캐릭터들은 그런 일말의 동정심이랄까 관심도 안가는데 말이다. 소설 안의 인물들도 미심쩍인 부분들을 그 사람에게 발견하면서 동시에 믿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좇다 보면 모두 씁쓸히 괴로워하는 느낌이다.
여전히 차분하게 증거를 되짚어가는 스파이 소설인데 다른 소설들보다 좀 위기감이 느껴져서 그건 좋았다. 내가 그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이 나를 아는 상황에서 이중간첩을 잡아낸다는 게 정말로 쉽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용도 짜임새 있고 그렇다고 여태 전작들에서 다뤄졌던 스파이 개인의 삶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난 만족스럽게 봤다.
마지막에 그 '두더지'가 그렇게 약해진 모습이었던 게 또 이상하게 기분이 묘하더라. 등장 인물들도 그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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