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는 와중에 미리 사뒀던 공연 날이 오니까 또 심장이 마구마구 뛰더라..ㅎㅎ 하하하 망했어요. 공연 값 세금이랑 뭐 이런거 수수료 다 해서 80달러였다.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엄청 싼 편이라고 생각했음... 요새 우리나라 공연값 왜 그리 미쳤는지; 멜버른은 확실히 호주에서 음악으로 유명한 도시라 공연이 엄청 많고 로컬공연도 발달하고 외국 밴드들도 자주 오는데, 쿡스 오길래 당장삼.. 내가 얘네를 언제 보겠어 하면서ㅜㅜ.. 악틱 단공도 있었는데 그건 집어치웠고. 암튼 보고싶은 공연이 엄청 많아서 고민된다고 내가 한국에서 있을 땐 안와서 고민할 필요도 없었는데! 하고 한탄하니 그걸 들은 카밀로 10(콜롬비아인, 공연 기획업계 종사. 폴 뱅크스 실제로 만났던 이야길 전해줘서 내가 배잡고 구르게 만들었다...)이 쿨싴하게 "내가 콜롬비아 있을 땐 모두 다 무료라 좋았지..." 라고 해서 멱살잡을뻔ㅡㅡ

  킹스 공연에서 배웠던 교훈을 바로 잡아 공연 시작 한시간 반 전쯤 도착. 전의 로드 아레나보다는 훨씬 작은 공연장이라 걱정도 안했지만 정말 무난하게 펜스를 잡았다. 그래 이거야...! 펜스 잡고 있는데 가슴이 두근두근ㅎㅎㅎ 오프닝 밴드는 투칸 이라는 밴드였는데 그렇게 취향이라곤 할 수 없었다만... 보컬이 되게 매력적이었음. 여자였는데 춤도 예쁘게 추고 목소리도 예쁘고... 근데 노래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미스핀트. 재밌게는 들었다. 여튼 이러고 나서 하프타임 있다가 쿡스 시작.

  이 공연의 셋 리스트는 이랬다. 어이쿠 많이도 불렀네...

1. Is It Me
2. Always Where I Need To Be
3. Sofa Song
4. Down To The Market
5. Rosie
6. She Moves In Her Own Way
7. Sway
8. Runaway
9. Eskimo Kiss
10. If Only
11. Seaside
12. Tick Of Time
13. See The Sun
14. How Do You Like That?
15. Mr. Nice Guy
16. Ooh La
17. Shine On
18. Do You Wanna?

Encore:
19. Saboteur
20. Junk Of The Heart
21. Naive


  셋 리스트보면 알겠지만 진짜 엄청 많이 불러서 넘 좋았다... 물론 곡 길이들이 길지 않고 짧은거 안다만ㅋㅋㅋㅋㅋ 나는 계속계속 신이 났다. Naive가 앙코르 곡으로 갈 건 알고 있었고ㅋㅋ Ooh La나 Shine On 같은 건 꼭 부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지나도 안부르는거라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공연도 재밌는데 끝나지 않을 거 같은 기분이라 행복... 거두절미하고 이 공연은 내가 갔던 공연 중 세 손가락에 들 정도로 재밌었다. 나는 생각도 못했네. 루크가 이렇게 공연을 즐겁게 하는 사람일 거라고는... 어떤 식이었냐면 처음부터 무대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를 미친듯이 돌아다녔고 멀리 있는 사람까지 신경쓰듯이 무대를 완전 장악함. 난 깜짝 놀랐다. 이런 식으로 공연했었나 루크가 이런 생각하면서도 미친듯이 행복해하고ㅎㅎㅎ 사람들 반응도 되게 좋았어서ㅋㅋㅋ 밴드 멤버들도 기분좋게 공연한듯. 근데 드럼이 새로 들어온 멤버도 아니고 그렇다고 폴도 아니어서 대체 뭔가 함... 모르겠다ㅋㅋㅋ 폴 얼른 치료하고 돌아와...

  몇 곡은 어쿠스틱으로 불렀는데 공연 호흡을 잠깐 늦췄다가 다시 빠르게 가는 느낌이라 난 좋았음. 평소에 그렇게 어쿠스틱 공연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즐거웠다. 어쿠스틱때는 루크만 왼쪽 끝에서서 혼자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연주하는데 기분이 이상하게 짠 했음... 내가 쿡스 노래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건 Sway인데 막 슬프면서도ㅎㅎㅎ 좋아서 눈물날거같은 뭐 그런느낌 이었다. 요상한 기분. 기분 좋은 곡들도 즐겁게 들었지만 잔잔한 곡들은 더 즐겁게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곡이 예상하듯 Naive였는데 사람들 다 싱얼롱하고(다른 곡들도 그랬지만 이 곡 싱얼롱이 젤 심했던 건 당연하고) 즐거웠던 한시간 오십여분 정도를 마무리하는데도 좋았다. 뭔가 아 이제 이 공연의 마무리구나. 다 봤구나. 즐거웠다. 그런 기분이 들었음. 공연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걸어왔는데 걸어오면서도 귀에서 나이브가 울렸다.

  재밌었다...ㅜㅜ 너무 재밌어서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는데 그래도 보니까 많이 찍긴했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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