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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영화보다는 세세해서 결말 부분에 가서는 영화의 결말보다 훨씬 우울한 감이 있었다. 앞 파트를 읽는 내내 행복하고 즐겁다가, 뒷 파트에 가서는 정말 슬퍼졌던 소설. 실제 시인이었던 '파블로 네루다'를 픽션 안에 끼워넣다 못해 주인공 중 하나로 내세우는 재치를 발휘하고 있다. 시골 촌부에 불과했던 마리오가 그를 만나게 되면서 쌓는 우정을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처음 마리오의 행동들은 어떻게 보면 민폐이기 짝이 없었지만, 진솔한 그 모습 때문에 악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때문인지 그들은 점점 친분을 쌓게 되고, 네루다는 마리오가 시를 쓰도록 도왔을 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베아트리스와의 중매에도 적극 나서준다. 둘의 교류는 사회의 편견을 뛰어넘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마리오에게 항상 힘이 되어주던 네루다가 마을을 떠나고 정치를 하게 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칠레의 역사와 맞물려 꽤 어두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네루다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지나버린 뒤엔 모든 것이 빛바랜 듯 쇠락해버리는 느낌이었다. 마리오가 경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이 그의 마지막 길이었다는 건 누구나가 알 것이다.
이야기의 진행은 무거운데 재미있기는 무척 재미있어서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던 소설책.
"마리오, 내게는 『일상 송가』보다 훨씬 더 괜찮은 책들이 있네. 그리고 온갖 메타포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 부당한 일이야."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시인은 마리오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네루다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그렇게 쉬운 건데 왜 그렇게 복잡하게 부르죠?"
"왜냐하면 이름은 사물의 단순함이나 복잡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거든. 자네 이론대로라면 날아다니는 작은 것은 마리포사(*스페인어로 나비)처럼 긴 이름을 가지면 안 되겠네. 엘레판테(*코끼리)는 마리포사와 글자 수가 같은데 훨씬 더 크고 날지도 못하잖아."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시인은 마리오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네루다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그렇게 쉬운 건데 왜 그렇게 복잡하게 부르죠?"
"왜냐하면 이름은 사물의 단순함이나 복잡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거든. 자네 이론대로라면 날아다니는 작은 것은 마리포사(*스페인어로 나비)처럼 긴 이름을 가지면 안 되겠네. 엘레판테(*코끼리)는 마리포사와 글자 수가 같은데 훨씬 더 크고 날지도 못하잖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메르타, 민음사, 2004, pp.27-28
"저 사랑에 빠졌어요."
"이미 말했잖아. 그래서 어쩌라고?"
"저를 도와주셔야만 합니다."
"내가 이 나이에!"
"이미 말했잖아. 그래서 어쩌라고?"
"저를 도와주셔야만 합니다."
"내가 이 나이에!"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메르타, 민음사, 2004, p.42
"로사 부인이세요? 또 파블로 네루다입니다."
마리오는 수화기를 통해 과부의 대답을 엿듣고 싶었다. 하지만 과부의 대답은 시인의 고막만 괴롭혔을 뿐이다.
"당신이 열두 사도를 거느린 예수라 해도 우체부 마리오는 결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겁니다."
네루다는 귓불을 어루만지면서 공허한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다만 첫 회에서 케이오 패 한 권투 선수의 심정을 이제 알 것 같아."
마리오는 수화기를 통해 과부의 대답을 엿듣고 싶었다. 하지만 과부의 대답은 시인의 고막만 괴롭혔을 뿐이다.
"당신이 열두 사도를 거느린 예수라 해도 우체부 마리오는 결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겁니다."
네루다는 귓불을 어루만지면서 공허한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다만 첫 회에서 케이오 패 한 권투 선수의 심정을 이제 알 것 같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메르타, 민음사, 2004,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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