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영하 (문학과지성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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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김영하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단편집인 「오빠가 돌아왔다」였다. 전체적으로 참 유쾌한 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가슴 한구석을 쓰라리게 한다는 느낌도 있었다. 또,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내지만 동시에 그를 통해 몹시 비꼬아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 혹은 현실을 그려내는 척 하면서 그 안에서 이리저리 현실을 비꼬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그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데에서 조금의 메스꺼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내가 알고 있는 김영하 특유의 글을 복습하게 한 기분이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가 먼저 나온 작품이지만 말이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김영하의 다른 작품들처럼 현실을 비꼬면서 그것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이 안 풀리는 듯한 날이 있다. 모두가 겪어봤을 법한 그런 평범한 사건에서 하나의 극적인 요소(즉,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발견하게 된 것)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팽창되며 나중에는 펑 터져버려 의외로 맥없이 끝난다. 마치 이건 그냥 이런 이야기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읽고 느끼는 건 순전히 읽는 너의 몫이야. 라고 말하는 듯도 하고. 

   내가 봤을 때 이 소설은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119에 신고하기 위해 하루 종일 노력하는, 그러나 잘 풀리지 않는 남자를 통해 요즘 사람들의 냉혹함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휴대폰 하나 빌려주지 않는 사람들과 같이 엘리베이터에 갇혔음에도 혼자 나간 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여자. 크게는 이런 뼈대부터 세세한 화자의 감정 표현에까지 이런 현실의 냉혹함이 묻어나온다. 화자가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며 마지막에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남자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은 씁쓸함을 더해주기도 한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이전에 읽었던 김영하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읽고 난 뒤 기분이 조금 메스꺼웠다. 이게 정말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 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에게 휴대폰 하나 빌려주려 하지 않는 태도, 매일 보는 얼굴이라도 요금이 없으면 매몰차게 내리라 하는 버스 운전기사, 같은 위험 안에 있었음에도 자신이 그 위험에서 빠져나가면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 모두 현실 안에서 제법 있을 법한 인물이고 그렇기에 이 소설을 읽고 메스꺼움을 느낀다. 이 현실이 냉혹하다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 하듯 유쾌하고 스스럼없는 말투로 전달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욱 배가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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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감상. 아마 책 전부를 읽진 않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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