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 에피소드 중에 토요일 밤의 열기 다룬 거 있길래 궁금해져서 봤다. 유명한 거야 알았는데 딱히 춤영화라는 거 빼곤 아는 게 없었다. 글리에서는 토니 마네로라는 페인트 집에서 일하는 청년이 꿈을 이뤄가는 내용이라고 했는데... 다 보고나서는 야 그건 아니잖아; 싶었다. 그렇게 교훈적인 영화라기보다는 1970년대 꿈없는 청년들의 상실감, 가족과 친구들, 여자에게서 밀려드는 부채감이 더 돋보이더라. 마지막에 물론 집을 나와 뭔가 꿈을 찾는다고 각오를 하긴 하는데 그게 구체적인 것도 아니고 일단 한 발 도약한 정도. 그 정도만 해도 큰 거긴 한데 그래도 나는 이런 움직임에는 목표설정이나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보면서 약간 벙찌기도 했다. 나름의 스토리 라인은 있는데 이래저래 좀 얼기설기 되어있단 느낌은 지울 수 없더라.
이탈리아계 이민가정에서 태어난 청년 토니 마네로(존 트라볼타). 페인트 가게에서 일을 하며 나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음에도 집에서는 욕만 먹는 천덕꾸러기이다. 형인 프랭크 마네로 주니어(마틴 쉐이카)가 신부 생활을 하는 너무나 잘난 아드님이라는 점 덕에 비교를 당해 더더욱 욕을 먹는다. 이 가족을 보면 기괴할 정도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기대하고 실망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왠지 진절머리가 나더라.
그런 집안에서도, 페인트 가게 직원이라는 원치 않는 직장에서도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하던 토니에게 유일한 탈출구가 되는 것은 춤. 그러나 뭐 딱히 그 길로 정진하고 나아가겠다...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춤을 통해 스테파니(카렌 린 고니)를 만나게 되어 다른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춤을 출 수 있는 클럽을 통해 자신이 무언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벌이는 사건들과 혹은 친구들이 벌이는 사건들을 통해서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좋든 나쁘건 간에 터닝 포인트를 잡게 된 듯 하고. 스페인 사람들을 혼내주는 복수극이 허무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아넷(도나 페스코)을 강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불쾌함, 그리고 모자라지만 자신을 믿었던 친구가 죽게 되는 사건 등을 통해서 토니는 그제서야 자신이 처한 모든 것들을 버릴 용기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듯 했다.
그렇게 대단한 성장영화라고는 못하겠고 토니 마네로라는 캐릭터의 성격에도 불만이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점은 있었다. 그걸 뭐라고 잘 표현을 못하겠는데... 사실 누구나가 완벽한 성장을 할 순 없는 노릇이고, 사람은 자신의 처한 환경에 무지하게 영향을 받는 존재인지라 토니의 성격이 그렇게 된 것이 온전히 토니 탓만을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그 와중에서도 스테파니와 형이라는 그나마 긍정적인,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통해 감화될 수 있었다는 게 토니가 가진 몇 안되는 행운인듯. 어떻게 보면 대책없어 보이지만 그 대책없음과 막막한 현실들이 눈에 보여서 안타깝고 또 눈을 끌고, 토니의 춤이 가지는 힘을 느끼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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