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셰익스피어 리톨드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다. 첫 작품이 헛소동. 원수가 된 사이인 베아트리스(사라 패리쉬)와 베네닉(데미안 루이스) 한 커플과, 또 사랑에 빠져 있으면서도 돈(데렉 리들)의 방해로 인해 결혼 앞에 큰 고난을 맞게 된 히어로(빌리 파이퍼)와 클로드(톰 엘리스)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깨알같이 웃긴 건 전자. 후자 쪽 커플은 너무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커플의 느낌인지라... 그래도 둘 다 나름 픽션적인 부분이랑 현실적인 부분이 섞여있는 판에 후자 쪽 현실이 더 가혹하고 현실적이긴 했다.

  기본 베이스는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느낌. 그래서 그런가 현실적인 면을 가미해도 아 그런가 싶은 느낌이 있긴 했다. 밝은 이야기라 그런가 보는 데는 무리 없고, 약간 손발이 오그라들긴 해도 로맨틱 코미디로 보면 좋았다. 주변 사람들이 베아트리스와 베네딕을 서로 착각하게 만드는 건 좀 참견이 지나치다고 느꼈지만 뭐 드라마니까. 그나마 둘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애정이 남아있는 상태니 망정이지... 히어로와 클로드는 너무 빨리 사랑에 빠져서 그게 좀 헷갈렸음. 이건 뭐 데이트 신청하더니 금방 결혼잡네... 히어로 성격이 밝고 착한 아가씨인 건 알겠는데 난 마음에 들진 않았다. 클로드가 오해한 게 히어로 탓이란 건 아닌데, 돈같은 싸이코패스는 일찌감치 떼놨어야죠. 알아보는게 쉽진 않겠지만. 클로드는 멍청이. 오해했더라도 결혼식 장에서 그렇게 깨버리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상대에게 잘못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1퍼센트도 하지 않았단 말이냐... 히어로는 나중에라도 클로드 받아주진 마세요. 돈은 감옥 보내고 싶은 지경^^ 착각은 적절히.

  그냥 밝고 명랑한데 좀 얼기설기 고전 베이스에 맡겨버리고 쉽게 간 부분이 있는 듯 해서 아까웠음. 그냥 밝고 유쾌하긴 하다. 보는 데 질려서 못보겠다 이런 느낌도 없었고.

맨스필드 파크
감독 이언 B. 맥도널드 (2007 / 영국)
출연 빌리 파이퍼, 미쉘 라이언, 블레이크 릿슨, 더글라스 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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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신데렐라 스토리 같았던 이야기. 사촌인 귀족 버트람 가문에서 자라나게 된 패니 프라이스(빌리 파이퍼)가 집안의 궂은 일을 하는 존재에서 의지되는 존재,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 중간 전개까지는 재미있었는데 정작 패니와 에드먼드(블레이크 릿슨)가 사랑에 빠지는 감정노선은 잘 못잡아준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에드먼드의 감정 부분 정리만 빼면 나머지 캐릭터들의 매력이 있는 탓에 재미는 있었다.

  버트람 가문 사람들은 뭐 나름대로 괜찮았던 것 같다. 패니가 남의 집에 와서 속마음 앓이를 했던 건 알겠지만서도, 버트람 경(더글라스 호지)이나 레이디 버트람(젬마 레드그레이브)이 특별나게 괴롭히거나 하는 부분도 없었고... 사촌언니들인 마리아(미쉘 라이언)나 줄리아(캐서린 스테드맨)도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고 적당히 부리는 정도? 남자 형제들은 그보다 잘 대해주는 것 같다. 에드먼드야 말할 것도 없고, 장남인 톰(제임스 다시)도 쾌활하니 성격 좋던데. 오히려 같이 얹혀사는 입장인 노리스 부인(매기 오닐)이 대놓고 패니에게 너는 아랫것이야, 아랫것이야 세뇌를 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패니 참 버트람 가족 사이에서 잘 지낸다. 가족들이 패니가 없으면 불안정해ㅋㅋ 특히 레이디 버트람께서. 에드먼드를 향한 사랑 말고는 특별히 욕심이 없는 캐릭터라 더 그랬던 듯.

  이 안정적인 집안에 크로포드 남매가 나타나면서 평지풍파가 부는데, 이미 재력과 권위를 가진 러시워스(로리 키니어)와 약혼중인 마리아가 헨리 크로포드(조셉 비티)와 바람이 나고, 패니가 짝사랑하는 에드먼드는 메리 크로포드(헤일리 앳웰)를 좋아하게 되면서 노선이 꼬여댄다. 헨리와 메리는 꽤 죽이 잘 맞는 남매인데 둘다 꿍꿍이가 있기는 해도 자기 욕망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고 직설적이라 오히려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리아야 원래 러시워스에게 인간적 매력을 못느끼고 있어서 그랬다만, 에드먼드가 메리에게 이끌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어쨌든 요 애정전선이 마리아가 결국은 러시워스를 선택해 결혼해서 떠나버리고, 에드먼드도 일로 집을 비우고 이것저것 꼬이면서 연애노선은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는데, 이 헨리가 패니에게 반한 거. 권력만 쫓을 줄 알았더니 꽤 진지하게 구애를 해 와서 재미있었다. 패니를 위해 패니의 오빠인 윌리엄(조셉 모건)까지 돕는데도 패니는 헨리의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이 일로 버트람 경도 화를 크게 내지만서도... 구애 과정 자체는 즐거웠음. 워낙에 솔직한 캐릭터라 그런건지.

  그래서 그런지 이 헨리가 마리아랑 바람나서 도망간 게 꽤 충격이었다... 마리아야 그럴 수 있다 쳤어도, 이 앞에서 열혈 구애하던건 뭐지 싶어서ㅋㅋㅋㅋ 패니는 재산도 없었기 때문에 헨리의 구애가 꽤 진실해 보였었거든. 뭐 아니라서 실망. 그냥 리셋 전환이 빨랐던 건지 뭔지. 톰이 아프고, 그래서 집안이 조금 어두워지고... 에드먼드가 돌아오고 일이 너무 확확 진행되었다. 에드먼드가 마리아에게서 정떼는 과정까지도 너무 빨랐다 싶었는데, 에드먼드가 패니에게 반하는 것도 엄청 빨라! 아니 이건 너무 설명 없이 빠르잖아 임마... 라는 느낌. 눈앞의 보석을 새삼 발견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라는 느낌이었다.

  음, 뭐 영국은 친척간에 결혼이 되어서 그런가 요런 러브 스토리가 되는구나 싶었다. 스토리 자체는 꽤 재미있지만 주인공 캐릭터들보다 오히려 크로포드 남매의 캐릭터가 활기차고 매력있었고, 애정의 감정정리가 잘 안되어서 조금 실망했다. 재미는 있었다만, 뒤에 곱씹으니 단점도 참 많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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