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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끄 상뻬의 그림을 아주 좋아해서 샀던 책. 중학교 때인가...? 아무튼 내용같은거 하나도 안보고 그냥 오 상뻬 그림이다, 하면서 샀던 책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읽었었고 그 뒤론 책장에 처박아두기만 했던 기억. 이번에 외출할 때 짧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꺼내들었다. 책 무지 얇고 읽는 것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회상하는 느낌이고, 아빠와의 생활을 말하고 있어서 일상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묘사되고 있어서 자세한 현실의 상황을 전해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대충 아, 어떤 사정이 있구나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정도. 이 애매모호함이 꿈속을 보는 것처럼 희망을 주기도 하고, 안타까워지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맞는다.
아빠 조르쥬 세르띠뛰드는 확실히 딱부러지는 타입은 아니고, 좀 엉뚱하고 애처로운 모습도 있다. 그렇지만 까트린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보이는 그런 아버지였다. 아빠 성격이 잘 보이는 에피소드가 많다. 발레학원을 다니는 까트린이 거기에서 만난 여자애 오딜의 집에 초대받았던 에피스드가 기억이 난다. 까트린이야 어려서 그렇다쳐도, 아버지가 어떻게든 허세를 부려보려고 노력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부끄러우면서도 짠했다. 그 뒤에 아빠가 파티에서 만난 르네 따벨리옹 씨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하는 모습도 그랬다. 분명 소설을 보는 나는 아빠가 너무 순진하다, 안쓰럽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조르쥬는 여전히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생겨 연락을 못받는 것이라 믿고 있었으니까. 조르쥬는 그런 사람이다.
아빠의 동업자 레옹 카스트라드씨는 확실히 건방지고 마음에 안드는 어른이지만 그래도 천성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저 좀 허세가 있을 뿐... 주변에 있으면 피곤하지만 도움을 주기도 하는, 뭐 그런타입? 이 둘과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아기자기하고 모양새가 괜찮았다.
이건 까트린 이야기라기보단 조르쥬 이야기 같기도 하다. 까트린이 지켜보는 세상엔, 학교나 학원의 이야기보다 아버지와의 이야기가 더 많다. 아... 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까트린의 발레선생님인 갈리나 디스마일로바의 이야기. 러시아 출신 발레교사로 이상한 러시아 억양을 구사하는 디스마일로바가 사실은 프랑스 출신 오데뜨 마르샬이었다. 이 사실을 아빠가 까트린에게 살짝 말해준다. 발레리나였던 까트린의 어머니 탓에 그녀를 이전에 본 적이 있었던 거. 그 사실을 밝히라는 까트린의 말에 조르쥬가 대답해주는 태도가 좋았다.
「너는 내가 <안녕, 오데뜨…… 생 망데의 부모님은 안녕하신가요?> 하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빠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야…….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그녀가 꿈을 꾸게 내버려둬야 해. 그녀와 그녀를 찾아오는 고객들의 꿈을 깨뜨리면 안 되는 거야……」
아빠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야…….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그녀가 꿈을 꾸게 내버려둬야 해. 그녀와 그녀를 찾아오는 고객들의 꿈을 깨뜨리면 안 되는 거야……」
『까트린 이야기』, 빠트릭 모디아노, 열린책들, 1996, p. 89
낭만적인 작은 동화. 누가 읽느냐에 따라 또 느끼는 게 많이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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