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트린이야기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빠트릭 모디아노 (열린책들,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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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을 아주 좋아해서 샀던 책. 중학교 때인가...? 아무튼 내용같은거 하나도 안보고 그냥 오 상뻬 그림이다, 하면서 샀던 책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읽었었고 그 뒤론 책장에 처박아두기만 했던 기억. 이번에 외출할 때 짧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꺼내들었다. 책 무지 얇고 읽는 것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회상하는 느낌이고, 아빠와의 생활을 말하고 있어서 일상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묘사되고 있어서 자세한 현실의 상황을 전해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대충 아, 어떤 사정이 있구나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정도. 이 애매모호함이 꿈속을 보는 것처럼 희망을 주기도 하고, 안타까워지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맞는다.

  아빠 조르쥬 세르띠뛰드는 확실히 딱부러지는 타입은 아니고, 좀 엉뚱하고 애처로운 모습도 있다. 그렇지만 까트린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보이는 그런 아버지였다. 아빠 성격이 잘 보이는 에피소드가 많다. 발레학원을 다니는 까트린이 거기에서 만난 여자애 오딜의 집에 초대받았던 에피스드가 기억이 난다. 까트린이야 어려서 그렇다쳐도, 아버지가 어떻게든 허세를 부려보려고 노력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부끄러우면서도 짠했다. 그 뒤에 아빠가 파티에서 만난 르네 따벨리옹 씨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하는 모습도 그랬다. 분명 소설을 보는 나는 아빠가 너무 순진하다, 안쓰럽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조르쥬는 여전히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생겨 연락을 못받는 것이라 믿고 있었으니까. 조르쥬는 그런 사람이다.

  아빠의 동업자 레옹 카스트라드씨는 확실히 건방지고 마음에 안드는 어른이지만 그래도 천성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저 좀 허세가 있을 뿐... 주변에 있으면 피곤하지만 도움을 주기도 하는, 뭐 그런타입? 이 둘과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아기자기하고 모양새가 괜찮았다.

  이건 까트린 이야기라기보단 조르쥬 이야기 같기도 하다. 까트린이 지켜보는 세상엔, 학교나 학원의 이야기보다 아버지와의 이야기가 더 많다. 아... 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까트린의 발레선생님인 갈리나 디스마일로바의 이야기. 러시아 출신 발레교사로 이상한 러시아 억양을 구사하는 디스마일로바가 사실은 프랑스 출신 오데뜨 마르샬이었다. 이 사실을 아빠가 까트린에게 살짝 말해준다. 발레리나였던 까트린의 어머니 탓에 그녀를 이전에 본 적이 있었던 거. 그 사실을 밝히라는 까트린의 말에 조르쥬가 대답해주는 태도가 좋았다.

  「너는 내가 <안녕, 오데뜨…… 생 망데의 부모님은 안녕하신가요?> 하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빠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야…….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그녀가 꿈을 꾸게 내버려둬야 해. 그녀와 그녀를 찾아오는 고객들의 꿈을 깨뜨리면 안 되는 거야……」

『까트린 이야기』, 빠트릭 모디아노, 열린책들, 1996, p. 89

  낭만적인 작은 동화. 누가 읽느냐에 따라 또 느끼는 게 많이 다를 것 같다.

꼬마 니콜라
감독 로랑 티라르 (2009 / 프랑스)
출연 막심 고다르, 뱅상 클로드, 샤를 바이옹, 빅터 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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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재미있는 게 왜 17일까지만 상영하는 건지 모르겠다. 엄청 재미있는데, 상영하는 관들도 거의 없고 해서 이거 하나 보러 단성사까지 가야했다. 뭐 주변에 놀거 많아서 은자랑 재미있게 놀긴 했지만. 좀 더 상영관을 잡아서 했으면 더 흥행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꼬마 니콜라' 원작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내가 초등학교인가, 중학교 초반인가 아무튼 그때쯤 본 본 좀머씨 이야기에서의 상뻬의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이 책도 봤던 걸로 기억한다.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르네 고시니의 글도 맛깔스럽지만서도, 상뻬의 그림이 더 해져 완벽해지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유명한 원작이 영화화 된다길래 어떤식으로 이뤄질지 꽤 궁금했다. 꼬마 니콜라는 긴 이야기가 아니다. 신문에 연재되던 작달막한 에피소드들을 엮은 것이라 한 에피소드마다의 길이는 상당히 짧은데, 결국 영화화의 성패는 이 짧은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엮어내면서 꼬마 니콜라 안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표현해내느냐에 있었다. 조금 걱정한 것도 사실인데, 오 이 영화 너무 귀엽고 또 재미있었다!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각색해서 조금 바꾼 것도 있었지만, 아무튼 니콜라(막심 고다르)와 니콜라의 엄마(발리에리 르메르시) 아빠(카 므라), 니콜라 주변의 친구들인 알세스트(뱅상 클로드), 조프루아(샤를 바이옹), 클로테르(빅터 카를), 외드(벤자민 에비아티), 뤼퓌스(제르마 쁘띠 다미코), 아냥(다미앙 페르데르), 요아킴 (비르길 티라르, 책의 조아생인거 같다만...?)의 캐릭터들도 잘 살아있을 뿐 아니라, 항상 아이들 덕에 피곤해 있는 담임 선생님(상드린느 키베르나), 애들을 윽박지르길 잘하는 부이옹 선생님(프랑소아 제르비에 드메종)의 캐릭터도 살아 있었다. 단역에 가까웠던 교장선생님(미쉘 뒤소수아)이나 아빠 회사의 사장님(다니엘 프레보스트), 매일 아빠와 투닥대는 옆집 아저씨(프랑소아 다미앙)까지도 각자 매력이 있어서 좋았음.

  그냥 캐릭터 빨로 밀고 나가려는게 아니라, 나름대로 각색을 잘 했고 보여지는 장면들이 위트있어서 너무너무 즐거웠다. 니콜라가 자신에게 동생이 생겼다는 '착각'을 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모든 에피소드들은 그 한 주제 아래에서 잘 엮여 있었다. 아이들의 야단법석한 동생 막기 소동 외에도 엄마 아빠의 알콩달콩(?)한 모습들, 회사 사장님을 향한 아빠의 노력 퍼레이드까지.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조근조근 잘 말해주지만, 조프루아이나 클로테르가 돋보였다. 조프루아의 경우엔 여러 코스튬을 보여줬는데 우주인 코스튬이 엄청 귀여웠다던가, '걸어서 등교하는 모습'에서 빵터졌다. 클로테르는 꼴찌임에도 항상 지목당하는 비애... 장학사(미쉘 갈라브뤼)가 왔을 때 파리를 관통하는 강이 어디냐는 질문에 클로테르의 머리굴러가는 장면은 정말정말 귀여웠다. 쓰고보니 클로테르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꽤 많았던 거 같기도 하다. 임시 선생님 아래에서 똑똑한 아이가 되어버린 클로테르, 친구들과 정한 암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클로테르, 신체검사에서 정신 상담을 할 때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 이러면서 울먹이는 클로테르... 아 또, 선생님을 유인하기 위해 학교벽에 낙서하던 것도 너무 웃겼다. '선생님 죽...'까지 쓴 상태였는데, 선생님이 와서 뭐 이녀석! 하자마자 '선생님 죽도록 사랑해요!' 으익. 이 영화의 주인공은 혹시 클로테르였던가! 외드나 뤼퓌스, 알세스트는 상대적으로 덜 돋보이기는 했어도 마찬가지로 귀엽게 굴었다. 그리고 그 얄미운 공부벌레 아냥조차도 이 영화에서는 엉뚱함을 뽐내 귀여웠다. '임시 선생님을 처리하는 데는 얼마래?' 귀여운 아냥. 아, 조아생은 그냥 동생 때문에 잠시 거쳐간 역할...

  배경이 과거인거라 그런건지, 아무튼 아이들이 짧은 반바지를 교복으로 입고 있어서 귀여움이 돋보인 것은 좋았는데 겨울에도 입고 있더라... 안춥니 얘들아.... 시대배경을 뚜렷하게 드려내진 않지만 과거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뭐 과거건 현재건 간에 행복하기만 한 세계이기만 하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세상은 불행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니콜라의 천진난만한 세계가 계속되는 거니까... 이걸 단점으로 꼽기엔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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