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 (2006)

The Departed 
6.8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마크 월버그, 마틴 쉰
정보
범죄, 액션 | 미국 | 151 분 | 2006-11-23


  원작인 무간도를 안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진 모르겠는데 다루는 방식에서 차이가 많이 났을 것 같다. 특히 결말 부분이 좀 바뀐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또한 원작을 안봐서 확실히는 모르겠군. 영화 전개 방식이 마틴 스콜세지 특유의 비정한 갱들에 대한 묘사로 가득했다. 낭만같은 거 전혀 없이 그저 비정하기만 해서 마지막엔 좀 소름돋았을 정도였음. 좋은 친구들 같은 거 보면 더 할라나... 갱 영화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거 보고 나니 다른 것들도 보고싶어지고 그렇네ㅎㅎ

  형사지만 프랭크 코스텔로(잭 니콜슨)라는 거물 갱 아래에 첩자로 들어간 신출내기 형사 빌리 코스티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첩자 노릇만으로도 힘든 데 경찰 쪽에도 프랭크의 첩자가 있다는 걸 알고 더 곤란에 빠진다. 아일랜드 계 이민자로 힘들게 살아오면서 프랭크의 도움으로 경찰까지 된 콜린 설리반(맷 데이먼)이 그 첩자인데, 콜린은 또 콜린 나름대로 프랭크의 뒤를 봐주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하랴, 저 쪽에 있는 경찰 쪽 첩자를 신경쓰랴 곤란에 빠진다. 두 사람 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종류의 고민을 안게 된 것인데... 아무래도 목숨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빌리 코스티건 쪽이 더 안쓰럽게 보인다. 빌리가 자신의 진짜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면, 반대로 콜린은 그 자신 본래의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새 아이덴티티를 얻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여서 좀 더 궁지에 몰린 느낌보단 그냥 교활하게 보였다... 그렇게 안쓰럽지도 않고. 이 캐릭터가 나중에 프랭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게 더 명확해 지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마 프랭크는 머리가 좋은 캐릭터였는데 결국은 그렇게 갔다는 게 안습하네요. 자기가 믿고 있던 끈을 너무 믿었나보다. 정작 자기가 만들어놓았던 끈들은 하나도 믿지 않았으면서.

  퀸넌 반장(마틴 쉰)의 역할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던 거 같다. 퀸넌이 죽은 시점에서도 아무래도 빌리의 존재를 입증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인물, 딕넘(마크 월버그)이 존재해서 그런가... 그런의미에서 딕넘은 왜 들어가있는가 했더니 맨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넣었나보다. 근데 딕넘 캐릭터 좋진 않았다. 언행 때문에 그런가. 마들레인(베라 파미가)은 좀 독특했단 느낌이었는데, 빌리와 감정을 나누는 장면장면들이 그 길이가 짦음에도 콜린과의 그것보다 훨씬 깊고 진실되어 보였다. 둘다 표피를 덮고 만난 것은 마찬가지인데 숨기고 있는 것의 차이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빌리와의 케미스트리가 더 좋았다. 어떻게 보면 빌리가 가지고 있던 고민의 크기가 콜린의 그것보다 훨씬 커보였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애는 아마도... 빌리의 애겠지?

  결말 쪽에서 빌리의 처신이 딱 이해되진 않았지만(조금만 더 인내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 덕에 나는 그 자리에서 딱 굳어버릴 만한 장면장면을 보게 된 듯 하다. 연출도 좋았고, 감독이 나타내고자 하는 시선도 딱 와닿고 연기도 좋았으니 아쉬운거 없었다. 원작 무간도를 보고 싶긴 하다. 아무래도 이 영화와는 기본 뼈대 뺴고는 연출과 느낌 나타내고자하는 생각까지 다 다를 것 같다. 두 쪽 다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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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감독 낸시 마이어스 (2003 / 미국)
출연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키아누 리브스, 아만다 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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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에서 되게 자주 해주더라. 제대로 앉아서 본 건 처음이었지만... 진득히 앉아 볼 정도로 러브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잭 니콜슨이 나와서 그대로 앉아서 봤다. 이상하게 매력적인 사람이란 말이야.

  해리 샌본(잭 니콜슨)은 처음엔 진짜 재수없는 남자였다. 평생 20대 여성만 사귀어 온 60대의 성공한 남자. 매너좋고 하는 말 하나하나 매력적이라지만 60대인데 20대만 사귄다는 게 다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해리는 그렇다 쳐도 그 여성들이. 해리 말로는 젊은 그녀들은 알고 있다고, 이 관계가 가볍다는 걸. 이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그가 만나는 여자 모두가 그렇게 가벼운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해리 캐릭터를 보면 조금은 이해되긴 하더라. 진짜 매력적인 남자긴 하니까. 말투 하나하나가 거슬리면서도 신경쓰이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에리카(다이앤 키튼)도 처음엔 해리를 재수없어 하다가 점점 마음에 들어하게 된 거겠지만.

  에리카는 난 진짜 좋던데. 마음을 예쁘게 열어가는 모습이라던가, 실연한 뒤의 행동들은 설득력 있었고. 매력이 충분하지 않나? 에리카가 잃은 자신감은 나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였던 바람에 잠시 자신의 매력을 잊어버린 것 뿐.

  마린(아만다 피트)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냥 적당한 수준의 조연이었다. 행동들이 다소 어린애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모르겠다 내가 마린처럼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그 정도 이혼 가정이면 좀 완벽한 모습 아닌가... 역시 좀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었다.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은 솔직히 진짜 완벽한 남자다. 특히 에리카에게 있어서 너무나 완벽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완벽하게 사랑해주고, 보듬어주고. 젊고 총명하기까지 한데 근성이 부족해. 나같음 해리한테 양보 절대 안한다. 부족한 게 없는데 왜? 끝까지 그녀를 너무 배려했다는 느낌이다.

  다들 연기가 좋았지만, 다이앤 키튼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실연 뒤에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모습들이 진짜같았어. 담담하고 슬며시 스며드는 사랑의 감정도 잘 표현한 것 같다.

  우리나라랑 정서가 다른 부분이 좀 있다 이 영화. 특히 모녀 관계. 마린(아만다 피트)이 엄마에게 데이트하던 남자를 양보하던 데에서 기겁. 섹스는 안했다고 양보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에리카의 모습이... 너네는 섹스만 안하면 단가요?! 아 이건 다시 봐도 내 정서로는...

   결말은 해피엔딩을 위해 다소 억지스럽지 않았나 싶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다. 아주 깔끔하게 잘 빠졌다고는 생각 안한다. 좀 진행이 어색하지 않나 싶은 부분이 있었으니까. 뭐 그래도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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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감독 스탠리 큐브릭 (1980 / 영국)
출연 잭 니콜슨, 셸리 듀발, 대니 로이드, 스캣먼 크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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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뭐 공포영화의 전설 아닌가. 라고 하지만 난 못보고 있었다. 볼 기회도 없었고, 찾아 볼만큼 공포 영화에 강하지도 않고. 영화에 대한 정보는 오히려 이것 저것 패러디에서 더 많이 얻었던 것 같다. 특히 심슨 패러디에서. (아 심슨 최고) 전에 공부할 때 얻었던 잡다한 이론들도 좀 있었고...

  친구네 외박하러 간 김에 같이 봐야지 해서 거기서 봤음. 생각보다 정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불쑥불쑥 하는 장면이 없어서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냥 심리적으로 몰아붙이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영화 초반부터 강조되고 있는 대칭형 구조라던가, 끝이 보이지 않는 화면. 그리고 섬세한 음악까지... 작정하고 보는 사람이 두근두근 하게 하는 영화적 요소가 있다. 이런 설정들은 제 2의 배우라고 해야 할 것 같음. 아부튼 불쑥불쑥이 없어서 나 그렇게 무섭진 않더라;

  그냥 되게 고립된 공간의 무서움? 그런 게 느껴졌다. 귀신들 나오고 잭 토렌스(잭 니콜슨)가 미쳐가는 거, 아들인 대니(대니 로이드)의 속에 있는 토니의 존재. 이런 것보다 그 공간 자체가 좀 혐오스럽달까... 도망갈 구석이 없어서. 그러고보면 마지막에 딕 홀로랜(스캣맨 크로더스)이 나타난 건 그저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위해서-_-인것 같다.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가 없어. 원작은 좀 다를 거 같긴 한데 안 읽어봐서 모름.

  배우들은 뭐 두 말 않고 좋았다. 점차 미쳐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잭 니콜슨도 그렇고, 겁에 질린 셜리 두발도 그렇고. 근데 셜리 두발은 생긴거 탓도 있다;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독특한 페이스는 흡사 무슨 강박증에 시달리는 듯한 사람 같아서. 대니 로이드는 어린애 치고 연기가 무난하게 좋았는데, 이 뒤로 필모가 없음-_-; 아쉬워라.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여보 나왔어나 쟈니가 왔다 장면... 물론 섬뜩하긴 한데 나는 웬디(셜리 듀발)가 잭이 쓴 원고를 발견할 때가 오히려 더 무서웠음. 그 원고 자체가 좀 그래서; "놀지 않고 일만 하던 잭은 바보가 되었다."라니. 역시 좀 섬뜩해. 근데 이건 심슨에서의 패러디 장면이 더 무서움ㅋㅋㅋㅋ 나 거기에서처럼 방 가득가득 그 글씨가 써 진 걸 좀 기대했는데. 뭐 쨌건.

  공포의 근원 자체보다, 과장한 배경이 더 무서운 듯.

* 보고나서 깨달았는데, 화성까지 삼십초의 뮤비 The Kill에 샤이닝 패러디가 있구나... 뮤비만 볼 땐 잘 몰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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