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의 요정
감독 전원 (2007 / 한국)
출연 김동욱, 이정우, 임주은, 고서희
상세보기

  Ch CGV 에이틴 에피소드 4. 에피소드 네 가지 중에 소녀X소녀랑 18은 봤고, 세번째 에피소드는 못봤음. 영화관에서 개봉한게 아니라 그런지 포스터가 없다. 아놔 근데 이 사진 왜이래; 교복이라도 입혀놓던가... 뭔가 영화랑 상관없는 사진이라 깜짝 놀랐음.

  TV용으로 제작한 것이라 그런지 한 시간 가량되는 짧은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는데, 보고 나니까 더 길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야이가 숭덩숭덩 빠져버린 것 같인 기분이 들어서. 그냥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좀 부족하고, TV용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제 몫을 해낸 영화였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아마추어적인 부분이 느껴진다. 편집이라던가 연출... 소소한 부분에서 드러나는 것들이 못내 아쉽다. 짧은 시간 안에 밀어넣는 이야기를 만들어야했는지 캐릭터나 스토리도 많이 도식적. 

  좀 신선하고 상큼한 기분이 들었던 캐릭터는 기범이 누나(고서희)였다. 이 인물이 너무 대충 다뤄져서 아쉬웠음. 동희(김동욱)나 기범(이정우)이는 뻔한 캐릭터긴 했는데 그래도 참 풋내나는 것이 귀엽고 좋더라. 수정(임주은)은... 뭐랄까 페이크; 진짜 페이크.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곁다리 캐릭터중 가장 아쉬운 것은 애들의 싸가지 없는 선배 진석(이호영). 동희, 기범, 수정 이 셋을 다룰 것이 아니라 동희, 기범, 진석 이렇게 다뤘으면 이야기가 더 나았을 것 같다. 그러면 너무 본격 퀴어영화가 되어서 부담스러웠던걸까-_-;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램프의 요정은 꽤 볼만하다. 일단 내가 학원물에 환장한 여자라(...) 이런 뻔한 설정도 참 좋더라. 짝사랑하는 기범의 감정이 참 귀엽고, 애틋하게 다가와서 그것도 좋았고... 기범이 감정세계를 참 잘 다뤄놨다.
 
  근데 나 궁금한거 있는데... 진석이 자기 패거리 다 있는데서 완전 커밍아웃(+아우팅)한거아냐. 뭡니까, 진석이 속한 패거리는 교내 퀴어 일진 클럽...? 그렇다면 기범이는 옛날에 그곳에 속해 있었다는 건가;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Paris, Je T'Aime, 2006)'의 단편「마레 지구」.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으로, 소프트하게 동성애를 다뤘다. 가스파르 울리엘이 프랑스 청년으로, 엘리어스 맥코넬이 미국 청년으로 출연했으며 각각 본인의 이름으로 연기했다. 스티브 부세미가 출연했던 「튈르리 역」 다음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 가스파르 울리엘의 작업멘트가 작살이다. 프랑스 남자들은 원래 저래? 라는 생각이 잠시 들게 했던 작품. 물론 그렇진 않겠지, 설마... 아무튼 작업 거는 가스파르 울리엘은 캐 훈훈, 앉아있는 엘리어스는 새침떼기 같은 느낌. 홍보 팸플릿 덕분에 내용을 다 알았음에도 마지막에서 왠지 웃었음. 깔깔.

# 마레 지구  : 구스 반 산트
 
안녕.
안녕.
엘리, 와인 두 잔만 줄래?
그래..
어디 봐요.
멋진데.
이런 색깔 만들 수 있는  그런 거 여기 있어요?
레드가 제일 중요해요.
똑같은 레드를 구해야만돼요.
알았어요.
이.. 이건..이건 거의 핏빛인데.
잘 모르겠네요, 피를 쓴건지는.
어떤 색조의 피를 쓴건지는.
핏빛 레드. 너 피를 쓴거니, 가스파르?
아뇨, 자동차 페인트를 사용했던 것 같아요.
알았어요.
자동차 페인트를 사용했던 것 같아요.
가게 뒷쪽으로 가실까요.


전에 만난 적 있던가?
길에서 마주친 것 같은데.
어디 살지?
난 17 구역에 사는데.
동네에서 봤는지도 모르지.
말이 별로 없네.

확실하진 않지만, 전에 만난 것 같아서.
넌 눈길이 신비로워.
네 눈길은 정말 특별해.
유령이 있다고 믿어?
그 문제에대해 정말 열심히 알아봤었지.
다른 시간, 다른 시대에  서로 알았는지도 모르지.


불 있어?
불?
고마워.

이상하지, 널 본 순간, 네게 얘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
마치...글쎄...  아주 강한 느낌...
이상해.
네가 사라지기 전에 얘기를 안하면,
뭔가를 잃어버릴 것 같은...중요한 것 말야.
멋지지, 안그래?
좋은데서 일하는구나.
너와 얘기할 기회를 놓치기 싫었어, 왜냐하면...
멍청한 짓이었어, 그냥 기회를 놓치기 싫었어.
어쨌든...

앉아도 돼?

그래.

천생연분이란 말 믿어?
자신의 나머지 반쪽인 사람 말야.


재즈 좋아해?
응.


챨리 파커.
커트 코베인은? 난 좋아해.
아니다, 잊어버려.

전화번호를 알려줄게.
너랑 얘기하고싶어.
네가 전화 해주면.
좀 더 진지하게,
무엇보다,
오래 얘기하고싶어.
더 오래...
자.
고마워.
됐어.

조심해서 가세요.
안녕.
안녕.
  - 안녕.


무슨 일이야?
나도 모르겠어요, 크리스티앙
걔가 이걸 줬어요.

전화번호네.
걔가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전 프랑스어 잘 못하잖아요.
인쇄 작업 목록에 아직 제가 할일도 많고.
전화해서 알아보라구.

(뛰어나간다.)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 이안 (2005 / 미국)
출연 히스 레저, 제이크 질렌할, 미셸 윌리엄스, 앤 헤더웨이
상세보기

   마구 이슈화 되고 있을 때만 해도 절대 안보려고 했다. 예고편 같은걸 봤는데 정말 내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어쩌다 관심이 생겨서 또 보게 되었는데, 예감 적중. 내 취향은 좀 아니었다. 일본영화의 밋밋함과는 또 다른 그런 느낌. 아 이런 느낌이 나는 참 싫었다. 영화를 나쁘게 보려는 것은 아니고, 내게는 그러했다는 소리다.

  에니스와 잭의 사랑이야기. 뭐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가정파괴범들의 이야기겠지만. 어쩄든 둘에게는 풋풋한 사랑이야기. 둘다 사랑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나가 잭은 모든것을 버리고 에니스와 새출발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이전의 시대상(아 배경의 몇년도인지 모르겠다. 과거는 과건데.)에 맞는 남자인 에니스는 그렇지 못하다. 자기가 게이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서 조금 울컥하기도. 에니스는 자기가 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나는 에니스가 잭보다도 더 게이같았다. 아 뭐라고 표현해야하지. 아무튼 에니스는 그 시대상에 맞춰진 남자로서의 그것과 게이로서의 존재사이에서 갈등한 것 같은 느낌. 

  퀴어이야기는 차치하고, 이 둘의 사랑은 참 뭐랄까. 그 순수함만으로 따지만 아무것도 거릴것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의 사랑앞에 무엇이 있는가. 남은것은 브로크백 마운틴 뿐이라고 잭은 말했지만, 사실 둘은 서로만을 갈구하고 있었는걸. 둘이 함께 살게 된다는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운 이야기일 뿐, 사실 그 둘의 사랑만큼은 나는 완벽히 이뤄졌다고 본다. 씁, 알마만 불쌍하지.(이상하게 난 루린은 안불쌍하더라.)

  스트레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애달픈 사랑의 모습을 잘 그려낸 두 배우의 연기는 참 좋았다. MTV에서 둘이 최고의 키스상을 받을 때만 해도 왜그런가 했는데. 보고 나니까 이해된다. 히히. 둘다 이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참 괜찮았음. 히스 레저는 배트맨 다음 편에서 조커로 캐스팅되었는데. 잭 니콜슨의 조커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시점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 중. 제이크 질렌홀은 뭐하는지 모르겠고. 미쉘 윌리암스를 오래간만에 보아서 참 좋았다. 더 월2 에서 보았던 이 배우는 참 풋풋한 느낌을 주었는데. 앤 해서웨이는 몰라봤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지나가듯 봤었는데... 거기에서보단 훨씬 나았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 자체는 뛰어났다. 사실 배경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


메종 드 히미코
감독 이누도 잇신 (2005 / 일본)
출연 오다기리 죠, 시바사키 코우, 타나카 민, 니시지마 히데토시
상세보기

  어찌 보면 퀴어영화인데, 퀴어영화보다는 화해... 인간적 해소.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스토리는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게이 아버지를 둔 사오리. 사오리는 명백한 호모포브이다. 아버지는 히미코. 히미코는 늙어서 게이들만의 양로원인 메종 드 히미코, 곧 히미코의 집을 만든다. 그러나 죽어가는 상황. 사오리는 히미코의 애인인 하루히코의 꾐으로 우연찮게 히미코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의 게이들과 생활해 나가면서 패그해그로 전환한다. 

  영화에서는 사오리가 패그해그로 전환하는 모습이 인간적인 설득력을 담아서 진행한다. 때문에 때때로 웃음을 짓게도, 울상을 짓게도 만든다. 히미코의 애인인 하루히코가 가지는 불안감과 욕심들의 모습도 적당히 설득력 있었고, 그 때문에 사오리에게 인간적 관심을 더 쏟게 되는 것도 이해할 만 했다. 중간 즈음에 옷을 갈아입는 장면, 집단 군무 장면이 특별히 재밌었다. 사오리에게 손을 못 대는 하루히코를 보면서는 조금 특별한 감정을 느꼈고.

  영화는 참 깨끗하다. 밝은 화면과, 어둡지 않은 화해의 이야기. 소외된 한 집단의 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즐겁게 풀어나가진다. 중간 중간 겪게 되는 시련들은 그다지 크지도 않았고... 나는 나름 깔끔하고 정돈된 영화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보고 나서 어떤 감정에 시달린 것도 아니었고. 그냥 말끔한 영화.
 
  조리되지 않은 깔끔한 영화. 일반적인 틀에서 나올 수 있는 깔끔함. 나는 좋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