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시골의사(세계문학전집 4)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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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지가 언젠데 완독한 건 얼마되지 않았다. 교양 수업 때문에 변신 하나만 읽고 꽂아두었던 기억. 변신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왜 읽으려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잡고 읽었는데... 아... 번역이 이상한건지 내용이 이상한 건지, 내가 멍청한 건지 읽고 나서도 멍한 것들이 많았다. 허무. '변신'은 무척 재미있었지만, 나머지 작품 중에서 크게 기억에 남는 건 '굴' 정도.

  단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지막 부분은 거의 1, 2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들이었는데 몰입감은 좋았지만서도 역시 읽고 나니 크게 기억에 남는 것들이 없었다. 다만 전체적인 윤곽으로 기억에 남는건 메마르고, 허무하고, 무섭다는 느낌. 다 버석버석하고 읽고나서 안정감이 드는 소설이 드물었다.

  다만 마음에 들었던 안정적인 느낌의 구절은 이 부분.

   나의 잠을 깨우는 것이 옛시절의 습관인지 아니면 이 집도 역시 가지고 있는 위험들이 충분히 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규칙적으로 문득문득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밤이나 낮이나 변함없이 이곳에 가득 깔린 정적을 엿듣고 또 엿듣다가는 안심하여 웃고 그러고 나면 전신에 맥이 풀려 더욱 깊은 잠에 빠진다.

「굴」, 『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민음사, 1998, pp.122~123

  물론 이 뒤로는 불안감과 편집증에 빠져있는 듯한 묘사로 가득하지만, 굴 안에 있는 두더지인지 뭔지 하는 생명체가 느끼던 감정들은 그 묘사가 너무 세세해서 푹 빠져들었다. 이상하게 느리게 읽히던 것은 그 감정선을 따라가느라 그랬었나보다.

  '변신'과 '굴'만으로도 마음에 들었지만, 나머지는 글쎄... 카프카가 마음에 들어한 작품이라는 '시골의사'나 '판결'은 내겐 너무나 이상했다.

  요건 내가 대학교 1학년때인가 2학년 때 과제로 냈던, '변신'과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 대한 짧은 감상문. 지금 읽으니 참 간단하고 허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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